추위가 사람을 외롭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춥게 만드는 것은 경험적으로 진리이다. 외로움은 홀로 있거나 홀로라고 느끼는 마음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 체온을 나눌 누군가가 없으니 추울 수밖에. 이 추위는 주변 온도와 상관없고, 따라서 온열기구로 해결되지 않는다. 외로움/추위가 극심해질 때 유령이 태어난다고 임선우는 말한다. 다른 사람의 개입 없이 홀로인 상태를 해소하는 방법은 분화이다. 나를 나눠 다른 존재를 탄생시키는 일. 우리는 그렇게라도 해서 외로움/추위를 이겨야 한다. 빵집에 오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빵집에 온다고 다 빵을 먹으러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지원은 빵이 아니라 ‘당신’을 만나러 온다. 그러니 그녀를 두고 남쪽 섬으로 가면 안 된다. 창문을 열어두고 잠을 자도 나타나지 않는 김지원의 유령은 아마 당신이 남쪽 섬으로 가는 순간 태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