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향곡(無響谷), 소리가 울리지 않는 골짜기
불가(佛家)의 아함경(阿含經)에는 ‘무향곡(無響谷)’이란 말이 나온다. 그 의미는 ‘소리가 울리지 않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울리지 않는 깊은 곳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이처럼 어떤 경지에 이르러 세상이 아무리 나를 향해 소리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향곡(無響谷)’의 경지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원불교의 좌선 이광정 4대 대종사가 강조하여 일러준 말로 우리가 이 ‘무향곡(無響谷)’에 들어가도록 힘쓸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이처럼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는 무풍지대에 들어가 참된 복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불가에서는 마음에 공가(空家)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마음을 비우는 마음공부를 하라는 말이다. 실력이 쌓이면 마음에 공가를 만들게 되어 거기 들어가 세파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는 문제를 골똘히 궁리(窮理)하라는 말이다. 화두(話頭)를 세우고 끊임없이 끝까지 궁리하라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골방에 들어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하나님과 소통하며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한다. 일과 중에 골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때에도 지속적으로 틈나는 대로 기도하라는 것이다. 걸어가면서도 짧게 기도하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언제인가 하나님의 성령(Holy Spirit)이 내게 임하여 나의 마음을 다스려 내 마음이 화평하고 즐겁게 되고 하나님의 말씀이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주관하시게 된다는 것이다.
유가(儒家)에서는 ‘신독(愼獨)’을 말하며 항상 홀로 있을 때를 삼가고 조심하여 성현(聖賢)들의 말씀을 마음판에 되새기고 그리함으로 내 마음에서 모든 잡념을 몰아내고 성현들의 가르침을 따라 언제나 반듯하고 바르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현들의 학문을 틈나는 대로 공부하여 내 마음속에 아주 작은 불순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조차도 경계하고 쫓아내라는 것이다.
2023.12. 2.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