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36) – 변산바람꽃(아재비고개)(1)
변산바람꽃
▶ 산행일시 : 2024년 3월 21일(목), 맑음, 바람
▶ 산행코스 : 백둔리 버스종점,아재비고개,귀목 종점,상판리 마을회관,현리
▶ 산행거리 : 도상 9.1km
▶ 산행시간 : 4시간 40분(11 : 00 ~ 15 : 40)
▶ 갈 때 : 상봉역에서 전철 타고 가평역으로 가서, 백둔리 가는 군내버스 타고 백둔리 버스종점으로 감
▶ 올 때 : 아재비고개에서 귀목마을로 가서, 귀목종점 지나 상판리 마을회관 앞에서 군내버스 타고 현리로
가서, 대성리 경유 청량리 가는 버스 타고, 대성리역에 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9 : 23 – 상봉역
10 : 16 – 가평역( ~ 10 : 20)
11 : 00 – 백둔리 버스종점, 산행시작
12 : 08 – 아재비고개( ~ 14 : 06)
15 : 00 – 귀목 종점
15 : 40 – 상판리 마을회관( ~ 15 : 58), 산행종료
16 : 28 – 현리 버스터미널( ~ 16 : 45)
17 : 16 – 대성리역
18 : 00 – 상봉역
2. 안부가 아재비고개
3. 아재비고개 가는 길. 돌길 오르막이다.
캐이 님으로부터 아재비고개에서도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다. 아재비고개
를 몇 번 갔지만 꼽아보니 변산바람꽃이 필 때는 간 적이 없다. 아재비고개는 산행교통의 요충지다. 연인산, 명지산,
또는 귀목봉 등의 들머리 또는 날머리이거나 중간 경유지이기도 하다. 백둔리 버스종점에서 아재비고개까지 3.1km
나 된다. 캐이 님에게 변산바람꽃이 아재비고개 어디쯤에 피어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물었다. 백둔리 종점에서 오를
때 아재비고개 가기 전은 물론 고갯마루에도 있고, 낙엽송 숲에도 있다고 하며 거기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줬다.
가평역에서 백둔리 가는 버스는 하루에 세 번 운행한다. 06시 50분과 10시 20분, 17시다. 버스를 타지 않고 택시를
탈 경우 그 요금은 27,000원 정도 나온다. 가평역에서 06시 50분 버스를 타려면 집에서 택시 타고 상봉역으로 나가
야 하거니와 너무 일찍 아재비고개에 가게 되면 변산바람꽃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운이 좋았다. 백둔리 가는 버스시간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가평을 향했다. 택시라도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평역 도착시간 10시 16분, 백둔리 가는 버스가 10시 20분에 있지 않은가! 산에 가는 사람들 누구나 이런 때 기분
이 째진다. 아울러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백둔리 가는 버스 차창 밖의 풍경이 한층 정겹다.
나 말고 등산객 5명이 백둔리 버스종점에서 내린다. 그들은 함께 왔다.
아재비고개 가는 길. 길섶 풀꽃이 피었을까 들여다보며 간다. 오른쪽 깊은 계곡은 물소리가 우렁차다. 25분쯤 갔다.
5명의 등산객은 사유지 출입금지라는 철조망을 뚫고 임도를 간다. 아마 백둔봉 내린 안부로 가서 명지2봉을 오르지
않을까 한다. 나는 계곡 와폭이 꽤 볼만하여 철조망을 뚫고 거기로 다가갔다. 아쉽게도 햇볕이 너무 강해 폭포 사진
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재비고개 가는 길이 여간 사납지 않다. 낯선 돌길로 변했다. 지난여름에 내린 큰비로 흙이 쓸려나가고 파였다.
어느덧 계류는 밭고 북사면은 눈길이다. 어디쯤에 변산바람꽃이 있을까, 눈에 부쩍 힘을 주며 간다. 등로는 이정표
와 산행표지기가 번갈아 안내한다. 등로 오른쪽 왼쪽의 지계곡을 차례로 지나고 느슨하던 돌길 오르막이 가팔라지
기 시작한다.
백둔리 버스종점에서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발밑에서 변산바람꽃을 본다. 깜짝 놀란다. 여태
보이지 않던 그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납작 엎드려 눈 맞춤한다.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하고 아우성친다. 아예
배낭 벗어놓고 하나하나 자세히 살핀다. 한 송이도 건성으로 보지 않는다. 차마 한 송이도 흘려볼 수가 없다. 팔꿈치
와 무릎이 흙투성이 되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나중에 마을로 내려가면 간첩이라 오인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는 하다.
예전에 간첩식별요령으로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중 옷가지에 흙이 묻은 사람을 의심하라고
했다.
이 넙데데한 사면에 변산바람꽃이 이리 흔전하다니 …. 호젓이 나 홀로 즐긴다. 아재비고개 오르는 발걸음이 엄청
더디다. 삼보일배가 아니라 일보삼배한다. 변산바람꽃은 고갯마루에도 연인산 쪽 눈밭에도 명지산 쪽 양지에도
만발하였다. 구름이 몰려오고 찬바람이 인다. 손이 시리다. 셔터 누르는 손가락에 감각이 무디다. 핫팩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큰 실수다. 손을 괴춤에 넣어 녹이곤 한다.
아재비고개 높이는 해발 800m이다. 이런 고지의 광활한 능선에 변산바람꽃이 자생한다니 경이롭다. 변산바람꽃이
처음 발견된 변산은 개울 옆 밭두둑이고 청계산과 수리산 또한 계곡 옆 사면은 높이가 기껏해야 해발 200m가 될까
말까 한다. 어쩌면 변산바람꽃은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자생하는 것 같다. 어제 남한산성에서 만난 직업적으로(?)
우리나라 풀꽃을 찾으러 다니는 여자 분은 고흥에서 찍었다는 변산바람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한편 아재비고개 변산바람꽃은 워낙 외진 곳이라 일찍 명명자의 눈에 띄지 않아 저 먼 남쪽의 변산바람꽃으로 통칭
하게 되었으니 억울해 하지는 않을까?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땅덩어리도 다른 데보다 월등하게 넓은데 말이다. 하산
은 상판리로 한다. 처음 가는 길이다.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걸음걸음 설렌다. 고갯마루 비켜 그쪽 사면에도 변산바
람꽃이 있을까? 나더러 어서 오시라 반긴다. 납작 엎드린 눈 맞춤은 계속된다.
상판리 쪽 사면은 가파른 설사면이다. 뭇 산행표지기가 등로를 안내한다. 덩굴나무 숲 지나고 너덜지대 지나고 오른
쪽 산자락을 지난다. 거의 수직으로 가파른 사면을 트래버스 할 때는 움찔거리기도 한다. 깊은 계곡으로 내렸다가
산자락을 다시 오르고 지능선을 넘고 넘는다. 큰두레골과 작은두레골을 차례로 지나고 귀목고개에서 내려오는 조종
천 상류와 만나서 귀목마을 버스종점이다. 현리 가는 버스(현리만 오간다)는 1시간 후에 있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할 것이라 산천경개 구경하며 걷는다. 따스한 봄날 유람이다.
첫댓글 눈만 감으면 보일 정도로 변산바람꽃 실컷 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3월은 변산바람꽃의 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