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법 공부하는 부모들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명함과 지혜'만 떠올린다면 한참 뒤떨어진 생각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교육의 첫 번째 덕목으로 '정보력'을 꼽는다. 발품, 손품을 팔아 입시정보를 섭렵하는 것은 물론, 사교육 업체에 자녀를 맡기기보다 직접 배워서 가르치려는 부모도 점점 늘고 있다. 자녀교육법을 공부하는 부모들을 만나봤다.
◆사교육 없이도 좋은 성적 받는 아이들, 엄마의 독서지도법 덕분
이수경(44·서울 역삼동)씨는 시간이 나면 서점에 들른다. 아이들과 독서 토론을 하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1, 중2인 아이들이 다섯 살 때부터 독서지도를 시작했다. 벌써 십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글짓기 교사로 활동했습니다. 방과후 학교, 문화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죠. 교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으니, 내 아이들도 잘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하기 위해 작은 노력부터 기울였다. 이야기 테이프를 틀어줬고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 있게끔 거실에 동화책을 펼쳐뒀다. 책에 관심을 가지려면 독서를 공부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서점에 부지런히 들락거렸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문화센터에서 논술지도법, 독서지도법도 배웠다.
이씨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평소에는 몰랐던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서지도법을 배우고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덤으로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어요. 책이 매개체가 된 거죠. 사교육 없이도 좋은 성적을 받는 아이들을 보면, 독서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요즘 아이들을 가르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우리 독서논술의 독서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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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경씨./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사춘기 딸아이의 방황을 배움으로 극복
고1, 중1인 두 딸을 둔 이계순(43·대전 둔산동)씨는 얼마 전까지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아픔을 경험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사춘기 딸아이의 반항, 갈등으로 지난 2년을 어떻게 보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2년 전, 중2였던 큰딸은 외모에 무척 신경을 썼습니다. 등교하기 전에 머리를 손질하고 예쁘게 단장하느라, 밥을 거르기 일쑤였죠. 공부는 뒷전이었습니다. '이럴 시간에 단어라도 하나 더 외우지' '저러니 공부할 시간이 없지'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자 더욱 엇나가더군요. 하지만 지나갈 것 같지 않았던 딸아이의 열병도 이제는 옛일이 돼 버렸습니다."
고민하던 이씨는 부모코칭과정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와 대화하는 법, 아이의 마음을 읽는 법 등을 배우면서 좋은 부모가 되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법을 찾은 그녀는 가장 먼저 아이와 대화를 시도했다. 아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뚝뚝 잘라 버렸던 말 습관도 고쳤다. 주말이면 함께 봉사활동을 가고 영화를 보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려 노력했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두 딸과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엄마의 호의를 거절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는 겁니다. '진작 엄마 말 들을 걸, 내가 왜 그랬나 몰라'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짜증 일색이었던 말투에도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좋은 부모 되기 공부를 시작하고 아이와 대화를 시작한 지 8개월. 꿈도, 목표도 없다던 큰딸이 청소년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그녀에게 건넸다. 자기처럼 방황하는 청소년이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녀는 "청소년상담학과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보겠다는 딸아이를 가까이서 응원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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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에 동화구연 접목시켜
채원이(3) 엄마 박규선(31·서울 논현동)씨는 뱃속에 있는 채원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면서 동화구연의 재미를 알게 됐다. 채원이가 돌이 지나자, 아이의 손을 잡고 동화구연을 배우러 나섰다.
"내 아이에게 들려주려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고, 배운 내용을 아이에게 들려주고… 예측할 수 없는 아이의 재미난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즐거웠어요. 큰 기대 없이 동화구연을 접했지만, 동화 한 편에는 다양한 교육 요소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녀는 채원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도 동화구연을 이용한다. '부릉부릉' '빵빵' 등 의성어, 의태어를 적절히 섞어가며 자동차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설명하는 식이다.
"동화구연을 배우면서 아이와 눈높이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단추가 등장하는 동화책을 읽다가 '왜 책에는 동그란 단추만 있느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며 나무랐을 테죠. 하지만 이제는 '다른 모양 단추는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기 때문'이라는 재치있는 답변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녀는 "채원이가 요즘 자기 또래보다 말을 똑 부러지게 한다는 말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별거 아니지만, 동화구연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부모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한 살이면 엄마도 한 살, 세 살이면 엄마도 세 살, 아이와 함께 커가는 거죠. 저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배움을 통해 좋은 부모가 되려 합니다."
첫댓글 맞습니다. 부모도 아이와 더불어 배움의 과정을 통해 함께 성숙해 가야 좋은 부모이겠지요^^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