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는 진짜로 40살에 대학을 갔어. 결론적으로는 지금 공기업 정규직이야. 진짜 놀랍지.
그전까지는 19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8년간 공장에서 일하고, 아빠랑 결혼하고는 10년동안 식당일을 했어.
이런 엄마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게.
엄마는 배움에 대한 욕구가 강했어. 당시에 고려대까지 준비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는데..
당장 엄마 아래로 동생들이 너무 많아서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했어.
엄마가 나가서 돈을 벌지 않으면 동생들이 굶어 죽을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었거든.
그런 엄마는 도망치듯 19살에 무작정 서울을 올라왔어. 고등학교를 자퇴해야만 했어. 안 그러면 살 수가 없었어. 그 어린 나이에 혼자 서울을 올라와서 .. 고시원 아줌마한테 사정사정 부탁을 했어.
한달뒤에 월급 받으면 돈을 드릴테니까, 제발 한달만 믿고 재워주시면 안되겠냐고.
그렇게 엄마는 학업을 중단하고 공장일 시작하고 8년정도를 일했어.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고향에 내려왔고, 아빠를 만난거지. 고생길이 닫힌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아빠 사업이 망해서 빚이 쌓였어. 그래서 닥치는대로 식당을 개업하고식당일을시작했어. 엄청 고생하는 일만 한거야. 그렇게 10년 정도를 식당일을 하며 살다가.. 공부에서 손을 뗀지 20년만에 다시 대학을 갔어. (아마 전문대는 그냥 입학을 할 수 있나봐. 수능안보고 그냥 바로 대학을 갔어)
엄마가 갑자기 대학을 간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어. 60년간 식당일만 하시다가 허리와 무릎, 손목이 아예 아작나긴 채로.
돌아가시기 전에는 아예 바닥을 기어다니셨어. 이유는 식당일이었지. 무거운 쟁반을 하루종일 나르는 일을 하면 누구라도 몸이 망가지지 않을 수 없으니까.. 우리 엄마는 그게 자신의 미래가 될거라 생각했대.
식당일하고, 끝나면 스트레스 풀으러 술먹고. 일, 술. 일, 술이 반복되는 인생. 그러다 죽는 인생.
아, 저게 내 인생이구나. 싶더래.
그래서 엄마는 집 가까운 대학을 바로 등록했어. 별로 좋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장학금을 잘주는 대학이었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안간다고 했던 똥통 전문대. 어쨌든 엄마는 거기서 공짜로 학교를 다녔어. 수업이 끝나면 식당일을 하고, 밤을 새며 시험공부를 하면서 . 엄마는 엄청 행복해했어. 살면서 교수라는 사람을 만나본다고. 세상에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다고.
거기서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졸업식때는 엄마 이름으로 플랜카드가 걸리더라고. ㅇㅇ대학교 (우리 엄마이름) ㅇㅇ자격증 1급 합격. 교수님이 취업하고 싶으면 따라고 했던 자격증을 정말 매일 도서관을 가고 밤을 새서 공부해서 따더라. 진짜 대단하지..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엄마는 공기업에서 계약직을 뽑는 면접을 보고와. 그런데 운 좋게도 그 자리를 지원한 사람이 우리 엄마밖에 없었던거야.
덕분에 우리엄마는 늦은 나이에 공기업 계약직으로 취업을 할 수 있게 돼. 사람들이 모두 놀랬지. 아니, 식당일 하던 사람이 거길가요? 어떻게요? 정말 말도 안됐어. 비록 계약직이었지만 다닌다고 하면 누구나 "우와" 하는 정말 좋은 직장이었거든.
거기서 한 2년 정도 일했나. 계약 만료되고 또 다른 공기업으로 옮기고. 거기서는 지금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 일도 엄마가 제일 잘한다고 하고.. 돈도 많이 벌고. 다른 지역으로 출장도 가고. 비행기도 타고다니고. 연수도 받고... 짧은 시간동안 많은게 변했지.
비록 좋은 대학도 아니었고, 입시 준비하는 어린 학생들은 똥통인 학교라고 , 하늘에서 떨어져 죽는 한이 있어도 거기만큼은 안간다고 했던 대학이었지만 .. 결과적으로 우리엄마는 그 대학을 다니고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
친구들이라고는 모두 식당 아줌마들, 화류계 마담이던 엄마였어. 엄마 친구들은 툭하면 알코올 중독으로 경찰서 끌려가고. 술먹고 사람들이랑 싸우는 사람들이었어. 화류계 친구들은 자살을 그렇게 많이 하데.엄마 따라서 엄마친구 집에 가면 항상 목격하는게 가정폭력이었어.참으로 암울한 인간관계였지.
그런데 대학을 가니 인간관계가 확 달라진거야. 교수님들에서부터 엄마와같이 대학을 늦게온 만학도들. 젊은 스무살 학생 등등 .
결국 좋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거기 나온 사람들 다 잘풀렸어. 한분은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높은 자리에 오르셨고, 한분은 더 공부하고 사업하기 위해 서울 쪽의 대학원을 다니시더라. 한분은 50살인데 임용고시에 합격하셨대. 20살이었던 어린 학생은 졸업하고 편입해서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했어.
물론 대학 졸업하고 자신이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낸 결과겠지만 .. 결과적으로 대학이 발판이었던거야. 세상에는 늦은 나이에도 뭘 이뤄내는 분들이 많더라. 정말로 그래. 지금도 엄마 친구들은 다들 대학원 다니시고, 사업 하려고 하시고, 강연 뛰시고. 진짜 멋진 지식인분들이 많아. 엄마도 조만간 대학원을 등록할 계획에 있고.
그러니 여시들 ... 뭐가 늦었고 어쩌고 하는거 나는 커뮤사세라고 생각해. 진짜로 할 사람들은 묵묵히 해. 말려도 해.
그때 만약에 "그런 똥통 대학 가서 뭐해" "어차피 계약직인데 취업해서 뭐해" "어차피 직장다니는데 대학원 가서 뭐해" "대학원은 학벌 세탁아니야?"
했으면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결과들이 있었을까? 없었어. 세상에 뭐든 바로 이뤄지는 건 없어. 노력을 하면서 단계별로 차근차근 이루는거라 생각해.
따지고보면 엄마는 전문대-> 학점은행제로 4년제 취득-> 공기업 계약직-> 공기업 정규직의 루트인거지. 그렇게 차근차근 밟아서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고, 감히 상상도 못했던 대학원까지 지원을 하게 된건데...
그러니 무기력한 여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있어. 늦지 않았어. 작은것부터 시작해보자. 그게 뭐든 , 완벽하지 않든. 일단 시작을 해야 완벽을 향해 조금이라도 가까워 지는거니까.
학습된 무력감이 정말로 위험해. 내가 할 수 있을까, 감히 내가? 왜못해. 왜안돼.
뭐가 됐든 .. 하늘은 자기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조금이라도 바라보고 돕지,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을 돕지는 않는다고 느꼈어.
원글 여샤..혹시 보고있으면 하나 물어봐도돼? 나 32살 무스펙이고(기혼,전문대졸,경력X)거기다 코로나+수억명 무직청년들으로 인해 내가 낄 자리 커녕 낄려는 공간마저 없는거야ㅠㅠㅠ 혹시 여시엄마도 당시 나랑 같은 처지에 놓인적있었어? 여시글읽고 그나마 한줌의 희망 품어ㅜㅜ
여시!! 난 고졸이고 지금 프리랜서하고 탈혼 했고. 고졸후 바로 취업 회사 10년 다니고 퇴사 후 완전 다른 직종으로 32살때 프리랜서 전향했어. 의외로 눈을 돌리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수 있어...!! 나 탈혼하고 한달수입 20만원 일때도 있고 ㅠㅠ 청년 지원사업같은거도 찾아보고 함 해봐 나라에서 지원하는 것도 있고. 국비사업으로 자격증 같은것 도전해보아! 아 프리라 수입은 불안정 하지만 그런대로 잘 살어!
어머님을 보고 아버님이 질투하지 않고 그 길을 따라가시고 진짜 너무 멋져 다들 너무 멋져 ㅠㅠ 사실 나는 고졸이고 바로 취직해서 10년 직장다니고 지금은 탈혼도 하고 프리랜서해. 예체능계라 포폴 위주라 사실 대학졸업 유무는 크게는 안중요한데..이게 또 안 필요한건 아니더라. 나는 운이 좋아서 10년동안 회사 다녀보고 몸 아파서 사람들 보는거 학을 떼고 나온케이스인데 막 그림그리는일 하고 싶어할때에는 포폴도 없고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관련된 일은 다 대졸 뽑더라.. 그리고 아직도 프리랜서 말고 출퇴근직은 대졸 뽑는데도 많고 그나마 지금 일한지 좀 되고 인맥 형성이 되어서 일을 꾸준히 받지만 새로운 일을 받을땐 난항이 있더라..진짜 대학에서 배운거 현실에서 안써먹는다! 해도 그게 기본임 제일 기본 스펙. 나중에 어떤 일.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게 좋은것 같아.
첫댓글 와 어머니 진짜 대단하시다 너무 멋있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진짜 멋있으시다b
와 대단하셔,, 너무 멋있으시다,, 이런 선례가 있어서 덕분에 더 힘을 낼수있을것같아
맞아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데 진짜 멋있으시다ㅠㅠ
정말 멋지시다!!!
오늘이 내가 사는 가장 어린날!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겠다 글 고마워
갑자기 박사과정 가고싶어지네...; 석사까지 나와서 경력단절인데...ㅠ
우와 여시야 정말 좋은 자극이된다 고마워
진지병 미안한데 나도 저렇게 살수있을까...나 ncs 준비가 무서워서 공기업 스펙들 쌓아놓고 지원 못하는 취준생인데....
정말 멋지고 대단하시다...
원글 여샤..혹시 보고있으면 하나 물어봐도돼? 나 32살 무스펙이고(기혼,전문대졸,경력X)거기다 코로나+수억명 무직청년들으로 인해 내가 낄 자리 커녕 낄려는 공간마저 없는거야ㅠㅠㅠ 혹시 여시엄마도 당시 나랑 같은 처지에 놓인적있었어? 여시글읽고 그나마 한줌의 희망 품어ㅜㅜ
여시!! 난 고졸이고 지금 프리랜서하고 탈혼 했고. 고졸후 바로 취업 회사 10년 다니고 퇴사 후 완전 다른 직종으로 32살때 프리랜서 전향했어. 의외로 눈을 돌리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수 있어...!! 나 탈혼하고 한달수입 20만원 일때도 있고 ㅠㅠ 청년 지원사업같은거도 찾아보고 함 해봐 나라에서 지원하는 것도 있고. 국비사업으로 자격증 같은것 도전해보아! 아 프리라 수입은 불안정 하지만 그런대로 잘 살어!
여시야 너무 멋져 여시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여시도 너무 멋져.
어머님을 보고 아버님이 질투하지 않고 그 길을 따라가시고 진짜 너무 멋져 다들 너무 멋져 ㅠㅠ 사실 나는 고졸이고 바로 취직해서 10년 직장다니고 지금은 탈혼도 하고 프리랜서해. 예체능계라 포폴 위주라 사실 대학졸업 유무는 크게는 안중요한데..이게 또 안 필요한건 아니더라. 나는 운이 좋아서 10년동안 회사 다녀보고 몸 아파서 사람들 보는거 학을 떼고 나온케이스인데 막 그림그리는일 하고 싶어할때에는 포폴도 없고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관련된 일은 다 대졸 뽑더라.. 그리고 아직도 프리랜서 말고 출퇴근직은 대졸 뽑는데도 많고 그나마 지금 일한지 좀 되고 인맥 형성이 되어서 일을 꾸준히 받지만 새로운 일을 받을땐 난항이 있더라..진짜 대학에서 배운거 현실에서 안써먹는다! 해도 그게 기본임 제일 기본 스펙. 나중에 어떤 일.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게 좋은것 같아.
볼때마다 자극받아가요... 늦은때는 없다ㅠㅠㅠ
여시야 좋은글 정말 고마워!!ㅠㅠㅠ
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