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 후 실체가 없는 통증과 싸우며 글을 쓰는 소설가의 산문에서 발견한 희망의 문장. 오늘의 통증은 어제의 통증과 다르다. 오늘 통증이 덜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통증은 그대로지만, 그대로인데도 오늘의 통증이 어제의 통증과 다른 것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 작가는 말한다. 달라진 ‘상황’이 나를 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나’가 상황을 달라지게 한다는 통찰은 단순하지 않다. “네 삶을 네 삶을 채우고 있는 고통과 혼동하지 말라.”는 문장은 전쟁에서 입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20세 이후 평생을 침대에 누운 채 지내며 글을 쓴 조에 부스케의 소설 ‘달몰이’에 나온다. 통증이 나를 채우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통증이 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인식에 이르기까지 지나왔을 시간이 얼마나 무겁고 험했을지 그 시간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러니 이 문장이 특별하게 보일 수밖에. 이 ‘존재에의 용기’ 앞에 숙연해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