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한 노랑입술의 유혹,
해란초
한국 들꽃문화원 원장 / 박시영
동해의 가을 해변에 가시걸랑 노란 입맞춤을 받고 오세요.
잔혹한 유혹의 노랑입술이 모래판 풀숲에 숨어 사람의 입술을 훔치려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꼭 산으로 들로 가야만 예쁜 야생화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이 곳에 오시면 그 생각이 싹 바뀌시게 될 것입니다. 누구랑 같이 거닐어도 좋은 낭만을 만끽하는 바닷가 모래 밭, 추억과 낭만이 살아있어 이 꽃 또한 이곳을 지금껏 지켰는가봅니다.
파도는 무심히 박자의 추임새를 높여 세상의 흥을 돋우고, 갈매기 또한 이 한 포기 야생화를 위해 수평선 위를 나는 것 같습니다. 몇 달 만에 돌아오는 어선도 이 꽃의 반김에 굵직한 뱃고동 웃음으로 화답하며 지나갑니다.
가을 무렵 꽃의 역사가 피고지고 있으니 우리는 그를 맞으러 동해의 해변 모래판으로 해란초의 아름답고 고귀한 우주의 이야기를 들으려 우리는 그곳으로 마중 갑니다. 이 연약한 우리의 들꽃이 기름기 하나 없는 모래밭에서 뿌리를 내리고 아주 고운 꽃으로 피고 있습니다.
해변을 따라 곳곳에 펼쳐져 있으니 바다를 찾거든 이제는 또 하나의 색다른 아름답고 순진한 자연의 이쁜 야생화! 만나 가슴에 실컷 담아 보시기 바랍니다. 해변 모래밭에 가시걸랑 오동통하게 잘 익은 노란 혀를 내밀어 유혹하고 있는 이 아가씨의 유혹에 못이기는 척 따라 가 보십시요. 하얀 목도리를 즐겨 두르고 있는 이 아가씨를 만나려면 마음을 잘 챙기셔야 할 것입니다.
해란초의 어떠한 유혹도 저는 책임 못 집니다. 오묘한 빛이 잘 배인 통통한 노란색으로 지나는 이를 불러 손짓하며 곁으로 가까이 오기를 권하지요. 그리고는 이내 다짜고짜로 도톰한 노란입술을 한껏 벌려 젖히고는 눈보다 먼저 당신의 입속으로 파고 들 것입니다. 여의주 같은 오동통한 노란 혀를 내밀어 진한 감정으로 달려들 것입니다. 목젖이 보일만큼 입을 크게 벌려 달려들지요. 입안이 비릿해도 그냥 참을 만합니다. 노란 입술이 금붕어 주둥이 같더라도 침 한번 꿀꺽 삼키고는 받아 들일만은 합니다.
도톰한 노랑입술이 나의 온 입안을 휘젓고 댕기고 혓바닥을 올라타고 미끄럼질을 하고 돌아 댕겨도 그저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면 되니까요. 넋만 잃지 않고 침착하게 참착하게스리 받아만 주면 이 아가씨는 고마워할 것입니다. 잠시 마음의 눈을 감고 기다려 주십시오. 더 많은 생각일랑! 마시구요.
아름다운 야생화의 응석을 입으로 느끼시면 됩니다. 노랑입술 한입 가득 물고 자연의 품에 나를 던져 그들의 역사를 들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순진한 총각은 정신을 잃을 만큼 심장이 확 닳아 오르겠지요. 이 아가씨의 아주 고약한 유혹의 징벌이니까요. 노랑입술의 심술굿은 유혹의 장난질에 사람의 마음은 자연과 함께 하나의 자연을 이루지요. 꼬임에 빠져 들어 날름거리는 노랑입술 유혹의 혓바닥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따갑게 눈부신 가을 태양 아래 아가씨의 오동통한 혀를 닮은 꽃이 우리 마음을 사로 잡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작은 개미 한 마리가 오동통한 노란 입술 꽃살을 조심스레 밟으며 지나갑니다. 노란색이 원체 밝은지라 영화관의 스크린에 비치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작은 개미의 다리 속살까지 훤히 비쳐지며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아가씨 입술같다하고 금붕어 입술같다하고 하는데 서양에서는 ‘버터를 잘 바른 계란’같이 생겼다고 표현하여 등록되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보는 눈도 아름다움은 모두가 다 비슷한가 봐요.
해란초라 해서 난초라 잘못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난은 아니에요.
아마도 꽃이 너무 앙증맞고 예쁜 것이 해변가 모래밭에 자리! 틀고 있어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나 봅니다.
해란초는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운란초 혹은 유천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유천어라는 이름은 이 꽃이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붙여준 이름이라 합니다. 작은 것은 한 뼘 정도 되게 큰 것은 30센티미터까지 자랍니다.
여름부터 시작해서 가을까지 연신 꽃망울을 갖는데 따가운 가을 햇살에 절정을 이룹니다. 노란 꽃살이 마치 혀를 내밀고 있는 모습과도 같아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신기해하며 아껴 보기를 원하지요. 위 아래 꽃 입술이 마치 아가씨 목에 따사한 하얀 목도리를 두른 듯하지요. 꽃 입술 아래로 길쭉이 대롱 비슷한 관이 밑으로 향해 있는데 이것이 꿀주머니이에요. 끄트머리는 약간 휘어져 있지요.
어느 정도 올라와서는 약간 비스듬히 옆으로 길게 뻗어 자랍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적응이 잘 되고 꽃도 예쁘니까 지피식물로서 조경용으로 참 많이 이용할 것 같습니다.
이 꽃의 씨는 씨방 꼬투리에 들어 있어 봉숭아 씨처럼 탁 튀어 나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발아가 잘돼 이듬 해 봄에 정원에 뿌려 두시면 해변 아가씨의 아름다운 혀를 볼 수! 있습니다.
해란초는 민가에서 해독작용을 하는 부분에 이용해 왔습니다. 壙, 피부병, 화상, 황달에 이르기까지 두루 잘 적용해 왔습니다. 해란초의 본성이 서서히 들어 나고 있습니다. 이야생초도 몇 년을 우리의 곁에 서성이고 있다가 이제야 이야생초를 알아 보는 이가 제대로 나타났으니 바로 화장품을 개발하는 이의 눈에 띄게 된 것입니다.
선조들이 이풀을 응용하여 피부병같은 곳에 이용하던 것을 유심히 여긴 화장품 개발자가 눈독을 들였다가 연구 개발하여 보니 의외의 상당한 효력과 가치를 얻게 된 것입니다. 민가에서는 황달이나 피부병이나 화상의 피부질환에 자주 이용하던 이 풀을 세밀히 분석하고 실험을 거듭한 끝에 해란초 추출물을 화장품의 원료로 하는 조성물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탁월한 화장품 재료가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물질에는 황염 효과와 황산화 효능이 있어 피부미용이나, 주름살 개선, 피부염증, 피부트러블 개선등에 아주 좋은 화장품 재료 조성물이 된 것입니다.
세상에 꽃도 이쁜 것이 이렇게 이쁜 짓을 했으니 우리 모두 박수 한번 보내 주세요.
동해 바닷가 해변 모래 백사장에 가서 보시면 흐드러지게 많으니 꽃도 감상하시고 기특하다고 칭찬도 해 주시고 꽃살도 한번 만져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잎사귀를 잘 달래어 피부에 한번 묻혀 보시기도 해 보세요.
노오란 꽃살이 함빡 웃어 줄 것입니다. 노란 입술을 입술로 맞이 해 주어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