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는 아직 영화를 보지못하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적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일목요연하고 자세하게 적는다는 것은 제 머리와 기억으로는 불가능할듯..^^) 물론 이 영화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구체적인 퍼즐게임도 여기에서는 즐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대로 하기도 힘들겠지만...^^ 하여튼 영화 [메멘토]는 보면서 우리가 비디오 문화에 얼마나 젖어 사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얼마나 되돌려보고 싶던지... --*
몇몇 분들이 말씀했듯이 영화의 주인공은 10분 이상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손실증인 환자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그 기억을 따라 뒤로 조금씩 보여주지요. 영화 [박하사탕]의 역순구조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정말이지 관객의 기억력을 테스트하듯이 10분단위(영화속의 주인공처럼 관객도 10분씩만 기억하게 만들더군요.)로 화면은 바뀝니다. 주인공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주인공 시점에서 회상하는 것이 아님)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니 관객도 영화속 주인공처럼 단기 기억손실증 환자가 될 수 밖에...--* 거기다가 역순구조의 칼라화면과 관찰자 시점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기위한 힌트격(?)인 흑백화면이 연신 교차하면서 이 영화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마지막에는 처음 장면으로 되돌아 오게 됩니다.
영화를 보기전부터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내 기억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영화를 집중해서 봤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보고 난 후에 들었던 생각은 내가 기억하고 추리한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것 뿐이더군요. 제가 원래가 의심이 많은 넘지이만 영화의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서도 영화속의 그 누구의 말도 믿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테디가 네 기억은 스스로 조작한 것뿐이라고 영화를 정리 해주는 장면조차까지도 말입니다.
영화 [메멘토]는 구성이 특이 할 뿐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많은 추억(혹은 기억)들은 우리가 지어낸 것이 아닐까? 누구도 객관적인 사실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기억하는것이 아닐까? 영화 [오!수정]에서 같은 사실을 놓고 남자와 여자가 기억하는 것이 틀렸던 것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 자신조차 속이는 지도 모르는 일이겠죠.
하여튼 [메멘토]는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 나자신의 존재감과 주변인물을 생각하게 하는 정말 좋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문득 영화속의 대사가 기억나는군요. 주인공 레니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그를 동정하게 되고 그의 시각으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를 비아냥 거리는 투의 이 말이 가슴에 남는군요. 레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던져주는 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