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4년 2월호 발표작
만두는 웃는다
연이어 상喪 치르고 나서
아내는 미로 같은 만두소를 준비한다
버무려진 부추 당면 두부 김치 돼지고기는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한다
절제하지 못한 슬픔도 함께 버무려진다
집안에는 보이지 않는 슬픔의 얼룩이 남아있다
마음의 흰 천에 배인 슬픔은 아무리 빨아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만두라는 깃발 아래 식구들이 모였다
해마다 만두는 찬 바람이 불어야 제맛이고
원탁처럼 둘러앉아 빚어야 제맛
바다로 나갔던 치어 같은 아이들, 팔뚝 굵어져 집 찾아와
묵묵히 만두 빚기에만 집중하지만
차츰 요령이 생기자 새순처럼 입술이 트인다
누가 더 예쁜 만두 만들까 골몰하다 보면
어느새 슬픔도 오래 신은 신발 밑창처럼 흐릿해진다
볼 통통한 만두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닮았다
해마다 아이들은 만두를 먹으며 햄스터처럼 자랐다
지나간 만두 대열로도 희망 연대기를 쓸 수 있다
키우던 가축 같은 음식이므로
피와 살도 저축처럼 쌓였을 테고
이쯤 해서 아랫목에 넣어둔 밥 같은 추억이 튀어나온다
아하, 우리에게도 그런 행복한 장면이 있었구나!
슬픈 날보다는 기쁜 날이 더 많았구나!
지난날을 떠올리며 만두는 웃는다
크게 웃는다
모처럼 만두소가 터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