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서 열심히 노력할테고
그럼 훌륭한 화가가 되서
사람들이 내 그림을 많이 사주겠지.
난 부자가 되겠고 말야.
그런 오만하고 건방진 생각을 나는 어떻게 그렇게 야무지게 했을까.
슬슬 사회에 내던져질 나이가 다가오면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되었다.
나는 뭐 손이 빨라 공장에서 귀염받거나
표정과 목소리가 서글서글해서 레스토랑에서 서빙하거나
그러지도 못한다.
요리하는 것도 밑준비 하는데만 한 백 년 걸리고.
내가 세상과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은 아마,
소설 미술 이것뿐일 게다.
굶어죽긴 싫다.
하지만 지금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먹고 살겠다고 예술을 하겠다는 게 아닌가.
예술이 좋아서 풀 뜯어먹는 걸 각오하고 덤벼드는 사람과
나 비싼 화장품 처바르고 화려하게 살테야!
하고 덤빌라는 나 같은 사람이 가는 길은 분명히 달라질 테지
뭐 그걸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예술은 원래 타락에서 시작한다고 옛날에 누가 그랬었지.
돈벌려고 예술한다. 왜? 그게 죄냐?
죄라곤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던 바인가?
그렇게 물으면 그렇다고도 할 수 없을 거고.
이래서 사람들이 범죄도 저지르고,
자신의 이상도 꿈도 신념도 접고 서글프게 살아가는 거구나.
먹고 사는 문제가 보통 문제가 아니라서.
내가 뭘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했어
사람 목숨이 의외로 질겨서 살려고만 하면 어떻게든 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게 세상은 너무나 어렵고 두렵다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우유부단하고 비겁한 인간인지...
아, 자기비하는 그만할랜다. 내 얼굴에 침뱉기밖에 더 되?
아직 죽을 수 없다.
난 사회에도 못 나가 봤다.
정리해야 할 생각,
해결해야 할 인생의 의문이 산재해 있다.
해결을 보기 전에는 난 저승사자가 찾아와도 죽을 수 없다.
사람 목숨이 파리만도 못하다고,
정말 내일 죽을 지 오늘 죽을 지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운명이라 해도,
나는 죽을 수 없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찾은 답이 하나도 없다.
가본 길이 한 군데도 없다.
누가 날 죽인데도 안 되.
나는 살아서 할 일이 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살아보면 분명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내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있기에 나는 아마 세상에 태어났던 것이리라.
그림 그리는 거 즐겁잖아?
소설 쓰는 거 재밌잖아?
산다는 거 가끔은 미치도록 즐겁지 않아?
살아 있다는 것 만으로도 승리한 거라는 기분이 가끔씩 들지 않아?
나는 주저앉을 수 없다.
나는 나아가야 한다.
첫댓글 이맘유지하면 분명 목적한바 이룰겁니다 님이해야할일이있어태어난걸거니 화이팅하십시요 준비하는과정은언제나 어려운법이니 웃을그날을 위해 아자 화이팅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했던 수많은 꿈들. 그 중 하나를 다시 움켜쥐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허나 전 그냥 바보에 낙천주의자가 되려합니다. 어떻게든 되리라 믿고 꿈만을 쫓으려 합니다. 귀촉도님의 인생에 동감을 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