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끝을 벼리는 모루의 매질이 뚝딱뚝딱 시작되고
-쇠망치의 질타와 대갈 마치의 다독임을 반복하는-
필자의 마을에는 3대째 맥을 이어오는 대장간이 있었다. 그 대장간 풍경은 방앗간 다음가는 몇 안 되는 이색적이고 신기한 모습가운데 하나였던 대장간 풍경을 떠 올리기에 충분했다. 망태에 담아온 녹슨 낫과 호미, 칼, 망치. 도끼, 쇠스랑, 곡괭이, 각종 연장을 불가마 화덕에 넣고 풀무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발갛게 달구어지고 집게로 끄집어내어 무딘 끝을 벼리는 모루의 매질이 뚝딱뚝딱 시작되고 쇠망치의 질타와 대갈 마치의 다독임을 반복했다.
수차례의 단조과정과 연마, 그리고 모양을 잡아주는 일까지 세심한 작업이 계속된다. 찬물에 담금질을 통해 쨍그랑하고 소리 내며 검은 몸뚱이가 식혀질 즈음 비로소 숫돌에 맑은 물을 부어가며 은빛으로 치장을 하면 마무리가 되었다. 증조부가 쓰던 집게, 망치가 있는 대장간의 모습이 그려진다. 칼 한 자루 만드는데 곱게 연마해 문양이 선명하게 증조부는 마음에 들 때까지 뚝딱뚝딱 꼬박 하루가 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밭 큰 집 위에 사셨던 동창의 작은할아버지 대장간에 어머니를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무뎌진 칼만큼 답답한게 없을 것이다. 무딘 칼은 일의 효율을 못 내고 더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언제 날을 잡아 사진에 보이는 <칼, 가위 갑니다> 가게에 들러 무딘 칼과 가위를 갈아와야 할 것 같다. 물론 낫도, 일반 가위, 전동가위도 모아서 갈 것이다. "철 연장이 무디어졌는데도 날을 갈지 아니하면 힘이 더 드느니라. 오직 지혜는 성공하기에 유익하니라(전 10:10)" /여수=정우평 목사, 010-2279-8728 【교계소식/25데스크】문서선교후원계좌 우체국 500314-02-264196 정우평 yjjw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