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의 유혹
TV 시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물의 왕국이나 시사다큐멘터리 같은 교양물을 좋아하지만 너무 일찍 아니면 심야시간대에 편성되어 있고 TV를 볼만한 시간이면 드라마와 젊은 층의 쇼프로 일색이어서 TV 근처에 가본 지 꽤 되었고 식구들이 너무 TV에 붙어있다고 나무라다가 아내와 딸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TV를 켜놓고 잠들었길래 끄려고 방에 들어갔었습니다.
"내가 어쩌다 저런 물건을 며느리로 받아들였나."
회사 사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까칠한 며느리를 보내놓고 한탄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어라, 좀 더 지켜보자
"사모님, 절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신다면 열심히 일하겠어요."
촌스러워 보이는 여자가 다른 사람들이 보이는 냉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취직을 사정하는 장면으로 전개되면서 푼수(고모)가 나와서 극을 재미있게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7시 20분만 되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달려와 TV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은재가 친구인 애리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수영, 댄스 등 여러가지로 노력하여 옛날의 촌스러운 티를 벗어내고 애리와 교빈에게 지나간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로 극이 전개되는데 작가는 푼수아가씨를 넣어 드라마가 너무 딱딱하지 않고 웃음을 만들어 볼만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교빈이 8년전의 아내를 몰라본다는 어수룩한 내용도 있지만 시청률이 34%가 넘는다고 하니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니지 싶습니다. 극이 시작되는 저녁 7시 20분에 어디서 부르면 많이 아쉬워할 정도로 드라마에 푹 빠져 삽니다. 수요일 빼먹은 드라마를 SBS에서 다운받아 보고 곧바로 정규프로그램을 보면서 세상 많이 좋아졌다고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2.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TV에 밀려나 보니 자연히 인터넷을 친구삼게 됩니다. 자주가는 카페를 스윽 둘러보고 인터넷영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액션,스릴러물을 주로 보긴 하지만 드라마도 잘보는 편입니다. 처가식구들이 다녀가면 쓸데없는 컴퓨터에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일일이 삭제하는데 곤욕을 치루기도 합니다. 다행히 영화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남겨놓고 갔네요. 메가패스 사이트인데 볼만한 영화가 많군요.
오늘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골라보았습니다. 일본에서 만든 영화는 저질스럽거나 폭력물이 많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나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이 의외로 좋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우수작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마츠코라는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다룬 소설을 영화화하였다고 합니다.
영화 곳곳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아름다운 영상을 처리하여 모든이에게 사랑받는 아름다운 공주님이 되고 싶어하는 마츠코의 심리를 잘 표현하였지요. 그러나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겨 욕구불만에다가 네 남자를 거치면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는 마츠코의 일생이 기구합니다.
결국은 네 번째 남자인 야쿠자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부으면서도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마츠코의 일생이 혐오스럽기까지 하지만 지독스럽게 한심하고 불행하며 삶을 살다가, 어이없이 살해 당한 여자의 일생에 대한 슬픈 이야기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분위기는 신기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아름답고 유쾌합니다.
‘마츠코’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분명 음악일 겁니다. 뮤지컬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영화이지만 환상과 기억 속에만 노래를 삽입하였고, 또한 그 노래들의 배열이 거의 완벽에 가까워서 그런지 흔히 뮤지컬에서 느껴지는 연기와 노래 사이의 틈이랄까, 어색함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음향과 비쥬얼(장면)은 거의 완벽하게 조화되어 있고, 현재의 일본 대중 음악과 엔카는 물론, 동요와 찬송가까지 끌어왔고, 이들은 적절한 순간에 최상의 효과를 냅니다.
영화대사 중에서 기억할 만한 말
* 사람의 가치는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해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 미워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오직 신이다.
TV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는 주인공 은재가 애리와 교빈에게 복수심을 불태우는 반면 자기를 죽일 듯이 때리는 남자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마츠코의 대조를 보면서 세상사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댓글 저의 집에는 티비가 없고 어쩌다 밖에서 누굴 만나면서 티비가 눈에 띌 때가 있지요. 드라마의 경우, 이런 생각이 나더군요. '저 사람들은 일은 안하고 맨날 사랑놀음만 하나?' 그리고 하는 말이나 행동이 너무 가식적이어서 헛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에구...ㅡㅜ 하지만 영화는 괜찮은 것이 있어 인터넷으로 자주 봅니다. (사실 영화광 ㅋ)
저도 영화보기를 좋아합니다. 곰TV, Tvee, 메가패스 등 사이트에서 무료영화를 많이 관람하지요. 개중에는 쓰레기도 있지만 엄선하면 검증된 좋은 영화들이 무료영화 쪽에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