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김성신
어떤 날은 동그랗게 날아야
나를 빠져나갈 수 있다
비자나무숲 새들도 내 그림자를 돌아가느라
울음이 한 박자 늦다
볕 쬐러 산양들이 떼로 몰려왔을 때
가는 눈 뜨고 주린 배 움켜쥐면
날아간다, 날기 위해 날아갈 뿐
왜 나는 것들은 꿈이 가벼울까
앉고 걷고 품어내는 것의 바람은
이마를 간질이기도 할 텐데,
어제는 닳은 무릎을 편다
흘러간 노래를 흥얼거린다
거짓은 비로소 활짝 날개를 편다
내 머리 위로 상상이 겹치면
세로줄 무늬
바퀴만 있어
구름이 정좌로 돌려세운 기차는 직선으로 굽이친다
어떤 날은 슬픔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는
끌어안는 자세로 잠을 잔다
지상으로 툭, 떨어지는 한 마리의 공벌레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은
순한 표정으로 오늘의 해를 띄운다
나는 것들의 소원은 오직 잠든 나와 맞닿는 것
먼저 뒤꿈치를 든다
바람이 뒤돌아나가고 있다
김성신 시집 『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
김성신 시인 / 전남 장흥 출생. 2017년 《불교신문》신춘문예 등단.
원광대학교 한문교육과 졸업,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11.26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