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와 함께 걷던 길을 혼자 걷고, 누군가와 함께 앉아 있던 자리에 혼자 앉아 함께 마시던 차를 혼자 마시며 시간을 보낸 경험. 그럴 때 우리는 거기에 혼자 있었던 것일까. 그럴 때 그 사람을 만났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과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는 않지만 온통 한 사람 생각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진정으로 같이 있는 것일까. 누가 정말로 만나고 있는 것일까. 어떤 그리움은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절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그리움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언제라도 연락해 만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과거의 어떤 시간 속의 그 사람. 이 그리움을 노스탤지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사라진, 부재하는 대상을 향한 열망. ‘처분하거나 무효화하지 않고 끝내 간직해 보려는 마음’.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의 마음은 잘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알아채지 못하거나 아주 늦게 알아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