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살 때 울 집에 강아지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어요 동물반입 인당 한 마리만 된다고 해서 첨에
강아지부터 델고왔어요 석달 뒤 한국 가서 고양이 한 마리 또 데리고 왔어요 이제 애기때부터 키운 길냥이 레종이만
남았네요
이 녀석은 터키쉬 앙고라로 좀 있어보이고 도도한 녀석이었지요 식성부터 고급스러운데 그래도 이쁘서
맛있는 간식도 사 주곤 했지요
그럴적마다 마지못해 먹어준다는 식으로 천천히,아주 우아하게 다가와선 먹곤했어요 배 고프면 먹겠지
하고 때론 나도 튕기지만 너무 야위니 어쩔 수 없더군요
단조로운 이국생활 외로운 차에 참 많이도 귀여워하고 이뻐했지요 우리 나비 이름요?이름도 사랑스러운 사랑이랍니다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는 우리 그이는 집에만 오면 코를 훌짝이면서 청소기를 돌려주곤 했어요
사랑이는 제가 어릴적부터 키운 애가 아니라 중국 들어오기 한달 전 어떤 지인의 부탁으로 맡게 된
아이였어요
때론 한 살박이 강아지 비키가 가끔 못 살게 굴긴했어요 비키 입에 길고 하얀 털이 걸려있는 거 보면 딱 알 수
있어요 근데 가만 보니 사랑이도 은근 비키랑 장난을 즐기는 거 같더군요 성가시다 싶으면 냉큼 위로 폴짝 뛰면 겜
끝이잖아요
지난 주 목요일 밤 퇴근한 그이가 큼직한 택배상자를 가지고 왔어요 캣타워였어요 한참을 둘이서 땀 흘려가며
조립해서 놀아라고 줬지요
짙은 갈색의 캣타워랑 뽀얀 털을 가진 사랑이는 서로 색깔도 참 잘 어울렸지요 금요일 낮에 보니
사랑이가 그 안에 들어가 자더군요 다리는 내 놓고 머리만 들이밀어 잠자는 모습이
다소 방자하긴 해도 정말
귀여웠어요 자정쯤 안 보이길레 찾다보니 베란다 난간에 서 있었어요 숨이 멎는 듯 놀랐지만 침착하게 틈새 사이로 손을 넣어
간신히 들여다놨어요
우리집 20 층이거든요 베란다 샷시가 안 되어 있고 중간정도 유리로 가려져 있어요. 그 날 밤이 그
아이와의 마지막 밤이 되리라곤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사랑이가 안 보였어요 온 집안 여기저기, 온 장롱 그석구석 뒤졌지만
없었어요 혹시 아래로 추락해서 잘못되었나 아찔한 마음에 급히 1층 정원으로 내려갔어요
바디는 안 보였어요 다행이다 싶었지요 가만히 위를 쳐다보니 20 층 난간과 난간사이, 이 집과 저 집
사이를 잘 타면 무사히 하강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죽지는 않았겠구나 그나마 안도했어요
밤 마다 후레쉬를 들고 사랑아 사랑아 애타게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어요 간혹 집 나간 고양이가
돌아왔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 사랑이가 20층 집을 어찌 찾아올까요
전단지를 붙여볼까 집 앞 오동산을 뒤져야하나 네박사와 다음형님한테 물어보기도 했어요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 밥은 먹는지 마음이 아파 미칠 거 같았어요
한 편으론 괘씸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고양이의 야생성이 이해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맘이 참
복잡했어요 잘해줬는데 정말 이뻐했는데..
'배씬자여~배씬자여~~' 이 노래가 나도 모르게 생각났어요 어제는 사랑이가 먹다 만,참치와 사료가 섞인
밥그릇을 치웠어요 사랑이가 즐겨 웅크려 있던 조그만 바구니도 한 켠에 물러두었어요
우리 사랑이가 떠났구나 정말 떠났구나 실감이 났어요 한국에 있는 혜린이가 사랑이 안부를 물으면
무어라 대답할까요..
저랑 나랑 병원다니고 두 번씩이나 검역받고 4 시간 가까이 비행기타고.. 참 힘들게 바다
건너왔는데.. 그리운 마음으로 말없는 캣타워만 바라봅니다
(2014.07.09) |
첫댓글 사랑이가 ... 참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어딘가에 꼭 살아있길 빕니다.
정말이에요..중국서 만난 아이였다면 좀 덜했겠죠..
전단지 붙였어요 지금도 저희 온 아파트 엘리베이트 내부에 사진과 함께 있어요
사례금 인민폐 1000원,적은 돈은 아닌데 전화 한 통 없네요..
바다님 오랫만에 뵙네요..사랑이는 꼭 찾길 바랍니다..
돌아오면 꼭 뒷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체리콕님 반갑습니다
네..저도 꼭 사랄이 찾아서
뒷 이야기 들려드릴 그 날을 손 꼽아 기다립니다
내 처가에도 그런 사연이 있었는데~~~
마산서 키우던 검은 고양이를 당진으로 데려왔는데 야생고양이와 사랑에 빠져 야생화되어서
큰 처수씨가 고양이 사료를 아파트 뒷편 울타리밖으로 배달하던 기억이 나네요.
후일담은 그 주변 야생고양이의 반이 검은 색으로 태어났다고~~~ㅎㅎㅎ
2세까지 보고..훈훈한 뒷담인데요
마산~! 제 고향입니다
마사입니더 마산~! ㅎㅎ
내 고향 남쪽바다~~이은상 작사가가 말한 바로 그 바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