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릴리아즈 숲에서의 일주일간의 전원생활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할일이 없어진 우리는 빈둥빈둥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뫼비우스의 진행자인가."
라고 내게 말을 던져온 흑의의 한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 흑의의 남자는 싸늘한 눈길로 우리 일행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이윽고 다시금 내게 말했다.
"이 중, 극한(極限)의 무 - 카엘 드 라이드 - 를 밟은 자, 란 크로슬리가 당신인가?"
..왜 내게는 이런 소리를 하는 작자들이 많은거야. 에휴. 난 심드렁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런데요." 순간, 그 흑의의 남자의 눈빛이 변했다. 뭐야? 기합 팍팍 내지르며 변신이나 하시게?(아무리 생각해도 난 영상매체를 너무 많이 본게 분명했다)
"..그렇군. 뫼비우스의 진행자여. 극한의 무가 무엇인지 아는가?"
별소리 다하네.
"내가 밟은 무의 단계일 뿐."
"훗! 과연 진행자답군. 그렇다면, 그 극한에 이르른 무를.. 뛰어넘는 무의 단계를 알고 있는가?"
"뭐야?"
난 그제서야 저자를 바로 보기 시작했다. 극한의 무. 말 그대로 무의 극한에 이르른 단계다. 그 이상의 무의 단계는 존재할 수 없는데.. 극한을 초월한다? 흑의의 사내는 히죽 웃으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극한을 초월한 무를 아느냔 말이다. 그것은 바로 초(超)의 무! 무의 극한을 뛰어넘은 그야말로 궁극의 무의 단계라 할 수 있는 무의 단계! 진행자여, 그대는 초의 무를 아직 밟지 않았단 말인가?"
"..자꾸 말돌리지 말고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시지?"
난 슬그머니 짜증이 난 나머지 퉁명스레 말을 던졌다. 그러나 흑의의 사내는 별 개의치 않는 듯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의 이름은 카엘 드 라이드(Cael de raid). 뫼비우스의 진행자로 선택받은 자이며 초의 무를 밟은 자이다. 극한의 무를 밟은 뫼비우스의 진행자, 란 크로슬리여. 본디 진행자가 아니되 오차율로 인해 진행자가 된 자여! 자아, 이제 나를 뛰어넘어라. 극한의 무로 초의 무를 뛰어넘어보아라! 설령 그렇지 못하다면, 진행자는 바뀔것이다."
..쇼하네. 자기 혼자 주저리 주저리 말늘어놓는게 그렇게도 재밌나? 흐음. 음. 하긴 그런게 취미일 수도 있겠구만. 초극의 무니 어쩌니 하는것도 혹시 다 창작 아니야?
내가 이렇게 카엘이라 이름을 밝힌 사내에 대한 의심을 점점 품어가고 있을때, 카엘은 허리에서 한 긴 검을 뽑아들었다. 그 검은..
공간멸도(公幹滅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이름의 생소한 검이었다. 아니, 생소한 도라고 하는게 맞겠군. 어쨌든 카엘은 공간멸도를 뽑아들어 날 겨누었다.
"진행자여. 게임을 시작해보지."
"뭐, 나도 별로 피하고 싶지는 않군."
난 허리에서 아수라를 뽑아들었다. 카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것은 진행자의 증거물, 아수라(阿修羅)! 좋군, 공간멸도를 과연 받아낼 수 있을까! 공간멸식무신멸뇌옥(公幹滅式武神滅雷獄)!!!"
무신멸뇌옥인가!
"명왕부동검(命王不動劍)!!!"
시간마저 멈추는 명왕부동검의 검날이 카엘에게 날아가고 있었고, 공간을 쪼개며 무신멸뇌옥의 파멸의 기운이 내게로 쇄도해오고 있었다. 잠깐. ..뭐? 공간을 쪼개?
이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정말로 공간멸도의 검날은 공간을 쪼개며 쪼개진 공간을 검기삼아 시간마저 멈추는 명왕부동검을 지체없이 파괴해오며 내게로 거칠것없이 날아오고 있었다. 젠장! 공간이라. 공간.. 세실의 진 멸살파천지명풍은 공간을 밀어버리는 기술이었지!
"진 멸살파천지명풍(眞 滅殺破天地冥風)!!!!!!"
예전 세실이 그랬던것과 같이 똑같지는 않지만 형태만은 거의 흡사한 마나의 폭풍이 무신멸뇌옥에게 쏘아져갔다. 내 마나장은 무신멸뇌옥을 휘감으며 아수라로부터 뻗어나간 폭풍같은 마나의 폭풍이 무신멸뇌옥이 쪼개고 있는 공간을 무신멸뇌옥과 함께 그대로 밀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 앞에서는 지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난 경악했다. 진 멸살파천지명풍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그대로 압축되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엘은 상쇄되어버린 무신멸뇌옥 대신 그 압축된 공간을 그대로 내게 쏘아보냈다. 이런! 안돼! 막아야돼! 난 있는 힘껏 '방' 의 문을 열었다. 세실의 진 멸살파천지명풍을 상대했던 그때처럼 내 무한한 마나의 방이 모두 열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됐다고 느껴졌을때, 난 지체없이 마나장을 폭발시키듯 퍼져나가게끔했다.
이전처럼 내 주위에서는 폭풍과 같은 마나장이 맴돌았고, 카엘이 내게 보낸 압축된 공간의 일부는 튕겨나가 소멸되었다. 난 내 마나장 속에서 조용히 아수라를 치켜들었다.
"광룡마열참(狂龍魔熱斬)!!"
난 미쳐버릴듯이 카엘에게 쇄도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그리고 중심!! 내 주위에서 감돌고 있는 폭풍같은 마나장은 용서없이 카엘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엘은 조용히 손을 한번 휙 휘둘렀다. 뭐지?
< 구오오오오오오옷--! >
제길! 카엘은 또다시 공간을 움직여 내 마나장을 상쇄해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하악.. 하악.. 아무래도 카엘이 말하는 초의 무는 공간 내에서만 효과를 발휘하는 극한의 무완 달리 공간을 뛰어넘어 공간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른 무같았다. ..잠깐, 공간 내에서만 효과를 발휘한다구? 그렇지는 않지!
카엘은 어느새 상당히 뒤로 물러나 다시금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크아아악!!!!
"마.. 말도안돼.."
필름이 끊겼다는 말이 있다. 지금 그 말이 내게 엄청난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카엘은 달려오면서 순간적으로 나와 자신 사이에 있는 공간을 압축해버린 것이다. 결국, 카엘은 내가 채 느끼기도 전에 내 앞으로 바싹 다가와 공간멸도로 내 왼쪽 팔을 베어버린 것이다. 난 암흑혈로 인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팔의 감각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망할.. 이렇게 되면 방법이 없잖아!"
정말이었다. 내가 아무리 멀리까지 가 있어도 카엘은 그 중간의 공간을 압축해버리면 끝이었다. 쳇.. 방법이, 방법이 정말 없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