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속으로도 겉으로도 깨끗해야(거룩해야) 합니다.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강론>(2024. 10. 15. 화)(루카 11,37-41)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예수님께서 다 말씀하시자, 어떤 바리사이가 자기 집에서
식사하자고 그분을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그 집에 들어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그런데 그 바리사이는
예수님께서 식사 전에 먼저 손을 씻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루카 11,37-41)”
1) 여기서 ‘식사 전에 먼저 손을 씻는 일’은 일반적인 의미의
손 씻는 일이 아니라, 바리사이들이 정해 놓은
‘식사 전의 정결 예식’을 뜻합니다(마르 7,3).
그 규정은 율법이 아니라 바리사이파의 규정일 뿐이어서,
바리사이들은 철저하게 지켰지만, 바리사이파와 대립하고
있었던 사두가이들은 지키지 않았고, 그 당시 일반 서민들도
그 규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의도적으로’ 그 규정을
무시하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서민 출신이었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전에도 그 규정을 안 지켰을 것이고,
제자가 된 다음에도 예수님께서 무시하시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마르 7,2).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가, 예수님께서 정결 예식을 하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말은, 그가 예수님을 자기들과
같은 부류의 랍비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나타냅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당연히 바리사이들의 정결 예식을 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하지 않으시니까 놀란 것입니다.
2) 39절의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라는 말은,
여기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 말씀은 ‘주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복음서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는 말입니다.
여기서 ‘잔과 접시’는 사람의 몸을 뜻하는 말로,
또는 눈에 보이는 겉모습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깨끗하다.’ 라는 말은 ‘거룩하다.’ 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이라는 말씀은, “너희는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한(거룩한) 사람’으로 보이지만”이라는 뜻입니다.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라는 말씀은,
“겉보기와 다르게 너희는 마음속에 죄와 악이 가득한
위선자들이다.” 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을 “어리석은 자들아” 라고 부르시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위선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속이려고 하고
감히 하느님도 속이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을 속일 수는 있지만 하느님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기도 하고,
어리석은 일이기도 합니다.>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라는
말씀은, “하느님은 숨은 일도 보시는 분이고, 사람의
마음속도 보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마태 6,4.6.18.)
‘속에 담긴 것’은, 여기서는 ‘재물’을 뜻합니다.
앞에서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고 꾸짖으셨기 때문에,
바리사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물은, 힘없는 사람들을
착취하고 억압해서 빼앗은 것들입니다.
“자선을 베풀어라.” 라는 말씀은, 단순히 불우이웃돕기를
하라는 뜻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재물들 가운데에서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 있다면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고,
손해배상도 해야 하고, 자신의 재물들로는 아낌없이 사랑을
실천하는 데에 사용하라는 명령입니다.
<예리코의 세관장 자캐오는 예수님께서 명령하시기 전에
먼저 자신이 스스로 그렇게 실천했습니다(루카 19,8).>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라는 말씀을 반대로
읽으면, “진정한 회개와 보속을 실천하지 않으면 결코
‘깨끗함’에(거룩함에) 도달하지 못한다.” 라는 말씀이 됩니다.
3)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라는 말씀에서 ‘모든 것’은
‘겉과 속이 모두’ 라는 뜻입니다.
위선자들은 ‘겉’만 깨끗하고, ‘속’은 그렇지 않은 자들입니다.
진실하고 충실한 신앙인들은
‘겉’과 ‘속’이 똑같이 깨끗한(거룩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나는 속이 깨끗하다.(거룩하다.)” 라고 자부하면서,
겉은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막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말로 예의 없는 짓이고, 그런 사람들도
명백하게 위선자들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티토에게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그대는 건전한 가르침에 부합하는 말을 하십시오.
나이 많은 남자들은 절제할 줄 알고 기품이 있고 신중하며,
건실한 믿음과 사랑과 인내를 지녀야 합니다. 나이 많은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몸가짐에 기품이 있어야 하고, 남을
험담하지 않고, 술의 노예가 되지 않으며, 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젊은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신중히 행동하라고 권고하십시오. 그대 자신을 모든 면에서
선행의 본보기로 보여 주십시오. 가르칠 때에는 고결하고
품위 있게 하고 트집 잡을 데가 없는 건전한 말을 하여,
적대자가 우리를 걸고 나쁘게 말할 것이 하나도 없어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하십시오(티토 2,1-3.6-8.).”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 즉 ‘성도’이기 때문에
‘성도답게’ 품위 있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작은 행동 하나라도, 품위 없고,
예의 없고, 저속하기만 한 언행을 하면 안 됩니다.
속으로도, 겉으로도 똑같이 거룩해야 합니다.
<물론 ‘속부터 먼저’ 거룩해져야 합니다.>
- 송영진 신부님 -
첫댓글 “진정한 회개와 보속을 실천하지 않으면
결코 ‘깨끗함’에(거룩함에) 도달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