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은 꼭 먹어야
하는 것인가? 이 말은 본인 상태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먼저 내가
고혈압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혈압을 잘 재는 것이 중요한데요. 요즘은 병원이나 목욕탕,찜질방만 가도 자동혈압계가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지 쉽게
혈압을 잴 수 있습니다. 혈압을 잴 때는 최소 30분 전에는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거나 흡연을 하지 말아야 하고, 10분 이상 안정 상태를
취한 다음에 재야 합니다. 걸어 들어와서 바로 혈압을 재면 당연히 높게 나옵니다. 의사나 간호사가 수은혈압계로 재면 더 정확하다는 말도 있지만
의사가 재면 긴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히려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번을 정확하게 재는 것 보다 자주 재서 평균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한번 혈압계 앞에 앉으면 1분 간격으로 두번 재서 평균을 내도록 하세요. 이렇게 3~4일 간격으로 1~2주간 잰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면 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정상 혈압의 기준은
120/80mmHg 입니다. 120은 심장이 수축할 때의 혈압, 80은 이완할 때의 혈압입니다. 각각 수축기혈압, 이완기혈압이라고 부릅니다.
수축기 혈압이 140, 이완기 혈압이 90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130/90 이어도 고혈압이고, 140/80 이어도 고혈압입니다.
수축기 혈압 120~140 사이, 이완기 혈압 80~90 사이를 고혈압 전단계로 부릅니다.
혈압이
180/110mmHg 이상으로 오르면서 두통, 땀 흘림, 두근거림, 시력저하, 소변량 감소 등등의 증상이 동반되면 이차성 고혈압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차성 고혈압이란 다른 질병이 있어서 그 결과로 고혈압이 함께 생긴 경우를 말합니다. 신동맥 협착증, 갈색세포종, 쿠싱증후군, 갑상선
이상 등의 질병이 고혈압을 유발합니다. 이런 경우 입원해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수축기 혈압이 200이 넘으면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실에 자리가 없더라도 의사가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치료를 시작할 겁니다.
고혈압의 치료는
많이 아시다시피 생활습관 개선과 혈압약 복용입니다. 고혈압 전단계는 생활습관 개선부터 시작하고, 140/90 이상인 고혈압은 혈압약과 생활습관
개선을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160/100 이상이라면 혈압약을 두 종류로 시작해야 합니다.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건 상당히 어렵습니다. 아주 힘든 일입니다. 평생에 걸쳐 만들어진 습관을 고친다는 것이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합니다. 우스개소리로 동네 의사는
모든 병에 하는 말이 살빼고 운동하고 술 적게 먹고 담배 끊으라고 한다고 하죠. 근데 실제로 저걸 다 하면 수많은 질병이 해결되지만, 실천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고혈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저염식을 섭취하는 건데, 한국인은 나트륨 권장량의 4~5배를 섭취합니다. 당장 먹는 음식의
1/4~1/5의 소금을 줄이면 맛없어서 못 먹습니다. 운동 싫어하는 사람이 갑자기 운동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다이어트가 어려운건 말할 것도
없고요. 담배 끊는게 어려운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당장 혈압이 좀 높다해도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에 독한 마음을 먹기 쉽지 않은데요. 우리나라 50대 이후 성인 사망률 1~2위를 다투는
질환은 늘 암, 심혈관, 뇌혈관 질환입니다. 암을 제외하더라도 고혈압 후유증으로 죽는 사람 숫자가 늘 1~2위를 다툰다는 얘기죠. 만성 질환은
그래서 무섭습니다. 소리없는 살인자죠. 고혈압 환자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세요. 한꺼번에 하면 포기하기 쉽습니다. 한번에 한가지씩 하세요.
그렇다면 혈압약은
꼭 먹어야 하는가? 당신이 고혈압 전단계가 아니라 '고혈압' 으로 진단받았다면 꼭 먹어야 합니다. 나는 의지가 강해서 반드시 살빼고 담배 끊고
술 끊어서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혈압약을 안먹어도 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오, 대부분 못합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기엔
한국 사람들은 지나치게 바쁘게 삽니다. 노동강도가 너무 세고 식사도 불규칙하게 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생활습관 개선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건데 대부분은 그렇게 하기엔 너무 바쁘게 삽니다. 그래서 더더욱 혈압약을 먹어야 합니다. 물론 생활습관 개선은 포기하고 약만
먹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죠.
게다가 생활습관이
개선된다 해도 실제 혈압이 내려가기 까진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또한 고혈압 치료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작성된 중요한 논문들은 다 생활습관
개선을 전제로 하고 작성된 겁니다. 이미 운동도 하고 담배도 끊고 저염식도 하면서 약도 먹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혈압으로
진단 받았다면 혈압약은 반드시 먹어야 합니다.
그럼 혈압약은 평생
먹어야 하는가? 이건 사람마다 다르고 연령에 따라 다릅니다. 고혈압이 해결되는 것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이 내려가는 것, 이차성 고혈압을
유발하는 질병을 고쳐서 혈압도 내려가는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고혈압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 강하 효과가 한계가 있습니다. 혈압이 올라가면 혈관이 확장되어 혈압을 낮추어야 하는데, 이미 딱딱해진
혈관이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죠. 반면 젊은 사람들은 생활습관개선으로 혈압약을 중단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떤 사람은 뚱뚱하지도 않고 담배도
안피우는데 젊은 나이부터 혈압이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부모님도 그런 경우가 많고 유전적이기 때문에 혈압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람마다 다르지만 젊은 나이에는 더 중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길게도 썼네요.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혈압을 어디까지 낮추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보통 낮으면 낮을 수록 좋다고 합니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는 속설이 있지만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출혈이 많거나 탈수되어서 쇼크 상태로 저혈압이 되는건 당연히 위험합니다. 그런
경우 외에 평소 아무 증상이 없는데 안정 상태에서 잰 혈압은 낮을수록 좋습니다. 나이 들면 누구나 혈압이 오르는데 똑같이 20이 올라도 평소
혈압이 120이던 사람은 140이 되어 혈압약을 먹어야 하지만 100이던 사람은 120이기 때문에 정상이죠. 고혈압이 오더라도 남들보다 늦게
오기 때문에 더 좋습니다.
고혈압으로 고민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