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 일이었다
멀리 한국식당을 찾아가 그 식당의 자부심이라는 돌솥밥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은 구비구비 전철 두 번 갈아탓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수다떨며 오니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재밌었다
외국인이라는 익명성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마지막 황베이링에서 다시 한 번 갈아타서 이징역에 내리기
전 한 부인이 탓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평소하던 버릇대로 방굿 웃어주는데
그 부인도 역시 부드러운 미소로 웃으며 내 얼굴을 가리키며 피부가 참 좋다고 했다
가무잡잡한 피부라 별로 눈에 띄는 얼굴은 아니지만
별 트러블을 일으키지는 않는 피부가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피부좋다는 소리는 첨 들어봤다
웃으며 '이거 다 화장 때문이에요'
하고선 선채로 몇 마다 나누고서 서로 연락처를 받고 헤어졌다
속으로 '아싸리~ 드디어 나도 중국 친구가 생기나보다'했다
남편도 '오우 대단한데~'하며 칭찬해줘서 우쭐했다
돌아와 씻는 중에 문자가 왔다고 번역해준 내용인 즉슨
'막 집에 도착했어요 나는 집이 어디어디고 나이는 몇이고 만나서 반가웠고..등등'이였다
기쁜 마음에 답장을 썻다
피닝 찾아 보태고 영어 섞고..온갖 고생을 해서 작성한 세 줄 짜리 ,문자
난생 처음으로 중국인에게 문자를 보내고선
스스로 얼마나 뿌듯하고 대견스러운지 몰랐다
다음날 아침인사가 온 걸 모르고 지나다
오후 동문 쇼핑중에 핸드폰을 보고 알았다
참 다정다감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호기심과 기대로 서로 집을 오가며 함께 친하게 지내는 상상도 잠시 해 보았다
'니하오' 라는 답장을 보내는데 전화가 왔다
어디냐기에 어디서 쇼핑중이라고 지금 머하냐 어디냐 등등 떠듬떠듬 대화하는데 시간되면 만나자고 한다
마침 혼자 심심한데 같이 다니면 재밌을 거 같아서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태양백하점 지하 슈퍼서 만나는데 몇 번 현지인을 바꿔주고서야 간신이 접선할 수 있었다
아마 전철타고 버스타고 온 듯..
집에서 나오는 길이라며 동문은 첨이라고 했다
화사한 실크 원피스에
진주목걸이, 큼직한 핸드백,곱게 화장도 한 모습이라 이뻣었다
'우리 머할까'
'이거 저거 구경하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도 사 먹자'
'그래 그래 그거 재미있겠다'
수다를 떨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거리 사진도 찍어가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즐거웠다
음식 코너서 오징어 꼬치,다코야키,굴구이도 사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계속 걸으며 내가 아는 말 다 동원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외국여행 어딜 가 봤니'
'애들은 몇 살이고 머 하니'등등
어디 좀 앉아 쉬며 얘기를 하자는 말에 맥도널드를 가리켰다
둘이 쩐주나이차를 앞에 두고 티슈를 메모지 삼아 필담을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는데
건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한국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어떤 걸 먹느냐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잘 자고요 잘 먹고요..가슴을 짚으며 좋은 생각을 하고요..'하니
웃으며 '맞아요 맞아요 우리도 그래요 같아요'한다
그러면서 또 약은 뭘로 먹냐 한방이냐 양방이냐
병원은 한의원이냐 시위원이냐 (시의원이라는 말을 첨 알았음)등등 머리에 쥐가 살살 날려고 했지만
공부하는 자세로 굳굳이 대화를 이어 나가는데
화장품 얘기를 한다
화장품은 어떤 걸 쓰느냐는 말에
그냥 한국 꺼 이거저거 쓴다고 했더니 중국화장품 좋은 거 많다고 한다
첨 들어보는 듯한 말에 '정말? 그럼 쓰고 있는 화장품 보여줘바바' 했더니
가방에서 비비 비슷한 걸 꺼내 보여준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그저그래서 이런 건 얼마나 하냐고 물었드니
그제서야 백에서 카달로그를 꺼내 보여준다
비타민등 여러가지 건강식품이랑
화장품이 가격과 함께 있었는데 보니 제법 고가였다
핸드백에서 파우치속의 내 화장품을 보여주며 이건 한국에서 얼마하는데
이 곳 백화점에서는 몇 배 하드라며 중국의 화장품가격이 넘 비싸드라고 응수했다
마침 이거저거 길거리 음식을 먹은 후라 압술이 건조해져
얘기를 하며 립 그로스를 바르는데 중국 건 안 그렇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도 뭘 먹어도 그대로 있다기에
'루즈는 먹어도 될 정도로 이상이 없어야 하는거야 안 지워지는 거면 그게 문제가 있는거라 그랬다
화운데이션은 시간이 지나도 몇 번을 문질어도 그대로 있다고 한다
요즘은 워터푸르프라서 대개가 다 그런 기능은 있지만 문질어서도 꼼짝을 안 한다면
그거 또한 문제다 그랬다
은근히 신경이 써이는게 기분이 좀 이상했다
'너 이런 사업하니?'하니 그렇다고 한다
순간 '낚였구나' 하는 생각에 이 어색한 기분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그 제품은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유명한 회사라고 한다
내가 그랬다 '혹시 안리(암웨이)라고 아니?'하니 잘 안다고 한다
'그런거나 현재 당신이 하는 그런 제품은 다단계 비슷한 구조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입점해 있지 않는다 나는 그런 제품 잘 안 쓰는 편이다'고
'우리나라도 이 삼십 년 전에는 미제,일제화장품을 선호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요
우리나라 것도 아주 좋아요 그래서 굳이 우리는 외제화장품을 찾지않아요'
한국상품이 세계에서 제일이랍니다' 라고 말해줬다
쏙이 다 쎤~했다+_+
괜히 어슬프게 순간을 모면하려 사람좋게 좋은 말 해줬다가
그녀로 하여금 어떤 기대를 갖게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어색한 몇 초가 길게 느껴졌다
다른 얘기로 화재를 살짝 돌리는데 남편은 몇 시 오느냐며 일어서자고 한다
잘 모르는 듯 버스노선을 보며 전철 안 타도 되겠다며 먼저 차를 타고 떠났다
잠시 서 있다가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생각하니 기분이 좀 뜨아했다
그 아줌마 어떻게 한국 아줌마한테 중국 화장품을 팔 생각을 다 했을까..
화장품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상품이다
화장품은 화학 공학 과학 생체 그 모든것의 집약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선진국 화장품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면세점에서도 당당히 자리잡은 우리의 화장품이 있지않은가
나는 우리것이 너무 좋다
나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참 행복하다
(2014.07.27)
첫댓글 얘긴줄...반전이..저도 낚였슴
물고기 잡는 낚시가 아니라 재송함미다~~ㅋㅋㅋ
미끼 안 물만큼 중국어도 능숙한가봐요. ㅎㅎㅎ
좌우당간 재미있게 지내세요. 사람도 많이 사귀고~~
아뇨 전혀요~
그냥 저그말 우리만 조금씩 손짓발짓 많이 해서 이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