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를 닦으며,
산에서 내려와 나만 목욕을 하고
미안해서 이튿날
양지바른 마당가에 쭈그리고 앉아
등산화의 비브람의 잇새의 돌을
치과의사처럼 꼬챙이로 뽑아주면
등산화는 그제야 한숨을 쉰다지만
이 돌을 어떡한다
저항의 봉우리가 단풍진 골짜기마다
바람부는 그 산을 내 집까지 끌고 왔으니
수석을 모으는 사람에게 갖다줄까?
수석을 모으는 사람이야 얼씬도 못할산!
고봉준령의 돌들을 빠짐없이 갖다줄까?
흙을 털고 포리왁스를 헌 칫솔로 정성들여 발라주면
굽창의 흠집은 어디서 난것일까?
지도를 펴면 허둥대며 고꾸라지며
지난주 거부하는 높이에서 내가 기어오른 지점에는
목욕에서 돌아오는 누이의 세수비누에 묻은
머리카락 같은 등고선 한 오라기
손을 씻은 김에 끈을 씻어 말리고
하늘에 선가 바람이 불어보면
등산화는 여태 다녀온 그 산 냄새도 지워내지 못하면서
또 다른 먼산을 눈을 감고 쳐다본다.
나를 닮아 가는 것일까?
글/김장호(시인, 동국대학교 교수, 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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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를 닦으며.... 김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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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등산회는 여태 다녀온 그 산 냄새도 지워내지 못하면서 또 다른 먼산을 눈을 감고 쳐다본다." 제 마음 같네요
산을밟아보지못한 한켤래의새등산화는 ....아 가구싶다......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