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외 선물 교환 전면 중단 체면보다 실속 택한 캐나다인
중고품으로 꾸린 선물 바구니 쇼핑몰 대신 알뜰시장 북새통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가 캐나다인들의 연말 풍경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치솟는 생활비 부담에 크리스마스 터키(칠면조) 요리가 식탁에서 사라지고, 백화점 신상품 대신 중고 물품을 선물로 주고받는 실속형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들은 이번 연말 지출을 줄이기 위해 ‘선물 다이어트’와 ‘대안 상차림’ 등 과감한 생존 전략을 택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선물 명단의 대폭 축소다. 퀘벡주 가티노에 거주하는 니콜 모린 씨 가족은 올해부터 자녀들에게만 선물을 주기로 합의하고 어른들 간의 선물 교환은 전면 중단했다. 의례적으로 챙기던 지인들을 과감히 명단에서 제외하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방식이다. 재정 컨설턴트 멜리사 리옹 씨는 이를 두고 식당 입구의 문지기처럼 엄격하게 명단을 관리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쇼핑 시기와 장소의 파괴도 눈에 띈다. 연말에 임박해 비싼 값을 치르는 대신, 1년 내내 세일 기간을 노려 미리 물건을 확보하는 알뜰족이 늘었다. 빅토리아의 캐슬린 밀라니 씨는 1월 1일부터 다음 해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해 지출 충격을 분산시킨다. 리옹 씨 역시 스마트폰에 구매 목록을 적어두고 연중 최저가를 공략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새 상품만 고집하던 선물 문화도 실속 위주로 재편됐다. 토론토의 젠 하딩 씨는 중고 매장(Thrift store)에서 구한 빈티지 소품으로 선물 바구니를 직접 꾸린다. 골동품이나 빈티지 생활용품은 적은 비용으로도 개성과 정성을 담을 수 있어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포장에 공을 들이면 중고품이라도 받는 사람에게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성탄 만찬의 상징인 터키 요리도 옛말이 됐다. 파크스빌의 보니 쇼어 씨는 비싼 터키 대신 퀘벡식 고기 파이인 뚜띠에(Tourtière)와 간단한 디저트로 상을 차리기로 했다. 각자 음식을 조금씩 싸 오는 포트럭 파티나 라자냐 같은 간편식으로 대체해 비용과 노동력을 동시에 절감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거창한 식사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를 두는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선물 예산을 기부로 돌리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빅토리아의 고드 퍼슨 씨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친구나 친척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대신 그 비용 전액을 지역 푸드뱅크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자녀들에게 친구 선물 대신 아픈 아이들을 돕는 기부를 유도하며 나눔의 가치를 교육하는 가정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 캐나다의 연말은 무리한 지출로 인한 빚 대신 소박한 추억을 남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소비 위주의 연말 문화가 가족, 친구와의 관계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