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는 초등학교 4학년때 청파동 부자동네로 이사했다
산이네 집은 2층 양옥으로 외벽엔 타일이 붙어 있고 마당엔 큰 물푸레나무가 있어서 사람들은
그집을 물푸레나무집이라 불렀다. 그집은 다다미가 깔려있고 부억옆엔 큰철가마 욕조가 있는
일본식 가옥이 었다. 이사온지 얼마안된 어느날 2층에서 보니 붉은 벽돌담장너머 옆집이 보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산이또래의 여자아이가 마당에서 봉숭아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양갈래머리를 딴 여자아이는 참 예뻤다.
다음날 산이는 학교갔다와서 담장너머를 보니 그여자아이가 또 혼자 꽃밭에
물을 주고 있어서 산이가 말을 걸었다
"얘 나는 산이 라고 하고 며칠전에 새로 이사왔어 네 이름은 뭐니"
여자 아이는 생끗 웃으며 "나는 명자라고 해. 산이야 너는 몇학년이니"
"나는 4학년이고 효창국민학교 다녀 너는" "나도 4학년인데 금양국민학교 다녀 앞으로 사이좋게 놀자"
그후로 산이는 명자와 친구가 되어 십자가이상, 다방구 등을 하며 함께 놀았고
명자가 다른 여자아이들과 고무줄놀이를 할땐 지켜 보며 즐거워했다.
간혹 짓궂은 남자애들이 고무줄을 끊으면 가서 혼내주고 때론 등짝을 후려치기도 했다.
그러다 6학년때 산이는 화곡동으로 이사 갔고 청파동 효창국교까지 버스타고 통학을 했다
산이는 화곡동으로 이사간뒤로도 명자가 보고파 예전에 살던집 근처를 몇번 얼씬거렸지만
그애를 만나지 못했고 항상 그애 생각이 났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산이는 공무원이 되었고 추석때 서울의 대표적 요정인 종로구청뒤
오진암을 감사하러가게 되었다. 저녁 7시쯤 오진암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갔는데 산이 또래 여대생차림의
아가씨들이 책가방을 들고 출근하여 한복으로 갈아입고 산이가 있는 방에 와서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가만히 보니 그중 한명이 낯이 익었다. 산이는 그녀에게 너 명자 아니니 하고 물으니 "아닌데요 저는
은희라고 해요" 하고는 마담언니가 부른다며 얼른 그 방을 나갔다
한참을 지나도 그녀가 들어오지 않아 산이는 함께한 일행에게 오늘은 안되겠다 나중에 다시 오자하고
돌아왔다. 며칠후 다시 오진암에 갔고 마담에게 은희라는 아가씨좀 불러달라 했더니 그녀는
어제 그만 두었다 한다. 그후로 산이는 명자를 다시 만나지 못하고 오랜세월이 흘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첫댓글 명자를 그리워만 하다니..
인연을 필연으로 맹그는 재주가 없었던 듯..
네 저는 어릴때부터 짝사랑의 대가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여자아이들은 가까이 가면 도망가고
멀리하면 또 가까이 오더군요 ^^
산이라는 남자애는 예나지금이나 눈치 물말아드셨군요 거기서 니 명자아니가?
이게 말이 됩니까? ^^
은희를 초이스하고선 끝까지 모르는체 재미나게 놀아야지요 은희가 니 혹시 산이 아니십니까?
하면 맞는데 내이름을 니가 우째 아노?
이런 노련함과 배려심 ㅋㅋ
우리 친구도 고딩때 같이 놀던 여자애를
거래처 사람들과 같이 간 거제도 고현 룸싸롱에서 딱 마주쳤데요
그후 다시 찾아가서 술마시면서 사연들어보니
새엄마랑 불화 때문에 뛰처나와서 그래됐다하더랍니다 다시 갔더니 그녀는 떠나고 없었어요
나도 아는 그녀 이름은 희재
명자나 희재나 안타깝네요^^
청파동살때 우리집바로 옆에 살았던 예쁘고 새침했던 여자아이와의 추억과
훗날 공무원시절 감사 나갔던 요정에서 여대생가방을 들고와 한복으로 갈아입던
젊은 여성과의 추억을 연결해서 꽁트로 엮어보았지요
나훈아의 명자는 어릴때 옆집에 살던 피난민소녀와의 추억을 노래한건데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어린시절의 추억과 부모님이 생각나 눈물이 흐르네요 ^^
제가 초등학교 때 멀리서 눈치만 보던 소녀가 있었어요.
나는 남자 중학교로 진학을 했고 그 소녀는 여자 중학교로 진학을 하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야말로 옛날 식 다방에 갔다가
한복 입고 가오 마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봤어요. 그 마담이 먼저 묻더군요. ㅇㅇ 초등학교 나오지 않았냐고..
초등학교 졸업 한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저를 알아 보더군요. 그녀의 신세 타령을 듣다가 나중에는 나도 찔끔 거리고..
방장님도 그런 추억이 있으셨군요
저는 영월에서 노총각시절 회사 회식이 끝나면 가끔 다방에 갔었는데
그때 합석했던 심은하를 닮은 25살의 앳된 아가씨가 농협에 다니다가
상사와 눈이 맞아 반동거를 했는데 소문이 나서 그만두고 산골의 티켓다방까지
흘러 들어왔더군요. 그후 몇번더 그다방에 갔는데 어느날 보니 다른데로 갔는지
안보여서 허전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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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 말자 놀자라고 이름지은 아버님은 순우리말 애호가신것 같습니다
명자 순자 등의 이름은 이름은 일제말 창씨개명의 잔재로 일본말로는 아끼꼬 사다꼬 아사꼬 등으로
불립니다. 제 아내의 이름도 숙자이고 가끔 제가 장인어른이 이름짓는데 시간이 안걸렸을거라고
놀리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