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38) – 매화 외(창경궁, 창덕궁)
매화
2024년 3월 26일(화), 창경궁, 창덕궁
매화를 보러 고궁을 찾았다.
창경궁과 창덕궁을 갔다. 경복궁도 가려고 그 앞에 갔더니 휴원일이었다.
고궁의 매화는 어딘가 모르게 기품이 있어 보인다.
최하림의 문학산책인 『시인을 찾아서』(1999, 프레스 21)에서 몇 개 시문을 골라 함께 올린다.
광야에 와서
유치환
흥안령 가까운 북변의
이 광막한 벌판 끝에 와서
죽어도 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 위에
오늘은 이레째 暗愁의 비 내리고
내 망나니의 본받아
화툿장을 뒤치고
담배를 눌러 꺼도
마음은 속으로 끝없이 울리노니
아아 이는 다시 나를 過失함이러뇨.
이미 온갖 것을 저버리고
사람도 나도 접어주지 않으려는 이 자학의 길에
내 열 번 패망(敗亡)의 인생을 버려도 좋으련만
아아 이 회오의 앓임을 어디메 號泣할 곳 없어
말없이 자리를 일어나와 문을 열고 서면
나의 탈주할 사념의 하늘도 보이지 않고
정거장도 이백 리 밖
암담한 진창에 갇힌 철벽같은 절망의 광야!
2 ㆍ 3일
박목월
芝薰은
가고, 이 2 ㆍ 3일
어제는 날이 흐리더니
오늘은 비가 온다.
이미
그가 젖을 수 없는 비
모든 것은
젖고 있다.
젖고 있기로니
내일은 날이 들 것이다.
날이 들기로니
가버린 이는 가버렸고
그
헌출한
그
늠름한
詩人 趙芝薰
이별의 노래
박목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산천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들고 홀로 울리라.
아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오월 소식
정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5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 닿은 푸른 물결 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틱을 찾어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 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또한 그의 서재에는 고서 향기와 난초 향기가 뒤섞인 내음이 묘하게 감돌았다. 거기에 귀한 난이 꽃이라도
필 때면 친구와 제자들을 초청하여 밤새도록 술잔을 주고받았다.
이와 같은 가람의 삶과 멋은 그의 시조에 그대로 스며나온다.
한 손에 책을 들고 조으다 선뜻 깨니
드던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초기에 씌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동백꽃」에도 가람의 동양적 섬세성이 가득 담겨 있다.
담머리 넘어드는 달빛은 은은하고
한두 개 소리없이 내려지는 오동꽃을
가랴다 발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노라.
첫댓글 히어리에 미선나무 까지~
바야흐로 고궁이 꽃대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