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묵호의 거리를 걷다가, 잠시 24시간 무인 카페, ‘봉자’에 들렀다.
뜻 밖의 행운을 얻었다. 주인이 커피 찌꺼기를 비닐 봉지에 싸놓고 마음대로 가져가라는 것이다.
아라비카 커피(arabica coffee)는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다.
아라비카 커피가 아라비아에 전해진 이래 아라비아인은 오랫동안 커피 산업을 독점하고 있었다. 오스만 터키를 거쳐서, 커피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1651년이고 인도에는 17세기 초에 들어왔다. 25종 이상의 커피식물은 대부분 열대 지역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다.
유럽과 오스만터키와의 전쟁이 커피 전파의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제일 먼저 알려지고 재배된 커피나무가 아라비카 종으로, 지금은 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재배되고 있다. 아라비카 품종은 전 세계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기와 맛이 좋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다. 오늘날 커피는 열대 전 지역에서 재배하며 주요 생산국은 브라질과 콜롬비아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 3학년 때, 일본에 가려고 일본어 공부를 하려했으나 막연했다.
춘천에는 일본어를 가르치는 학원과 선생이 없었다. 카세트 테이프를 겨우 구하고, 일본어 교재를 얻어서 독학을 했다.
별로 어렵지 않아서 쉽게 공부했으나,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것은 카타카나로 표시 되어 있는 일본어 표시 외래어였다.
대표적인 것이 ‘コーヒー’라고 써놓고 coffee 라고 한다는 것이다. ‘고히’가 커피라고?
뭔가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일본에 갔더니, 일본은 ‘고히’의 천국이었다.
동경의 골목 골목 마다 커피숍이 있었고, 자판기에서는 늘 살 수 있었다.
한국의 시골 출신 나는 그때 처음으로 고히를 마셔 보았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는 인스턴트 커피가 나왔는데, 전쟁 시에 군인들의 휴대용 커피로 크게 생산량이 늘어났으며 전쟁 후에는 인스턴트 식품의 물결을 타고 널리 일반화되었다.
미국으로 건너 간 커피는, 진하게 먹는 유럽인과는 다르게 순하게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국 사회는, 진한 커피 맛을 즐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유럽인들이 진한 커피 맛을 즐길 사이에 미국인은 순한 커피를 재빠르게 마시면서 자본주의를 재패 했다.
미국의 충실한 심복 일본과 한국에서 미국의 아메리카노가 점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커피는 전쟁과 자본주의와 함께 세계를 정복하고, 드디어 내 방에 까지 침략한 것이다.
타자 밑, 옷장, 냉장고에 있었던 오래된 커피 찌꺼기를 정원에 뿌려주고, 새로운 것들을 대신 놓았다.
방안은 독거노인의 역겨운 냄새를 밀어내고 커피 향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