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간의 휴가는 방-콕으로 자진 반납 했고 주말에서야 인-서울을 했습니다. 피 같은
시간을 때론 뜻하지 않게 때워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나대지 않은
것이 여러모로 좋은데 성정이 반대라서 스펀지처럼 사는 건 여전히 쉽지가 않습니다.
막바지 장마 비가 7월의 대미를 장식했고 좋아하는 포도 한 송이를 못 먹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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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8월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폭풍 전야처럼 아파트 창이 시커멓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가 밤새 산천초목을 인정사정없이 뒤흔들어 놨습니다. 코로나가
다소 소강상태라고 생각할 참에 이번엔 물 나리가 났으니 그야말로 이 산을 넘으니
저산이 또 있습니다. 에고 무시라. 10시에 괴나리봇짐을 싸고 중부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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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에 스케줄이 펑크 났지만 어머니 용안을 보기위해 한수 이북으로 달렸습니다.
내 참, 촉이 맞아 모든 일들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도 꼭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마 어머니께서 차도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포천 누나가 발걸음을
끊은 지 120일이 되어가면서 어머니가 저더러 포천을 다녀오라고 한 걸 보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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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누나는 식구들 안 보고도 잘 사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지낸 것만 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바보처럼 울지 말고 야물게 잘 사시라.
일동-산정호수-운 천-포천-선단-송 우리-광릉수목원을 경유하면서 10년의 상흔을
들춰보았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가게들은 재다(9개) 업종이 변경이 되었고 유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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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노래방이 ‘샤인‘으로 상호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있었습니다.
휴대폰 가게도 예전 같지 않은지 둘 다 흔적조차 없네요. 노래방 앞 도로가에 개구리
정차를 하고 담배 한가치를 물었습니다. ‘권불십년’이라고 하였던가? ‘꽃을 보면 눈물이
난다’는 말도 시간의 한시 성 때문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지원이 형님은 능력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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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년을 해먹는 겁니까? 한 명회의 환생인가요? 설마, 대선은 안 하겠지요.
한수 이북 투어를 하면서 만약 제게 10년의 상흔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는데 우선 확 늙어버렸을 것입니다. 성경묵상66권은 어림없었을 것입니다.
머리 털은 다 빠져나갔지만 고난과 성숙은 틀림없이 모종이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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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에 국정원장을 해먹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끝임 없는 자기 관리와
시대감각을 가지고 자기변신을 했다고 저는 봅니다. 결국 오래 버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또 느꼈습니다. 대북송금30만 달러는 어쩌자는 건지 아시나요?
발광을 하다가 식구들과 조인했어요. 슬로우, 슬로우. 내 인생은 언제나 차분해 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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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까요? "구리가 교 문리 쪽이고 별 내가 태릉에 가까워" 태릉 숯불갈비가 그 시절
유행이었는데 상호는 오리 백숙 집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상계동 235번 종점 이0희', '불암산 동원예비군 훈련장', '한신 상가 사랑하는 아빠가',
'은 항아리 기도원', 애송이 국회의원 '이 0석'이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노원 구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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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들입니다. 가족 모임에 여수 팀이 조인하면서 하계 수련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샌 40평 아파트도 그 닥 커 보이지 않은 건 나이 탓일 테죠? 꼬마 아가씨들이 대부분
게임을 좋아했고 주 희가 밝은 모습으로 존재감을 보여줘서 기뻤습니다. 날로 진화하는
게임이 일조했을 것입니다. 공무원 25년차 부부가 아파트 하나에 신형 소나타면 2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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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희 정승 급이 아닙니까? 곧 죽어도 국세청 공무원인데 말입니다. 청빈은 저랑 먼 단어라서
25년 동안 열심히 일한 당신들에게 토닥토닥 쓰담, 쓰담 해주고 싶습니다. 주 희가 연주하는
'회상'이 제 귀에 고급지게 들려왔습니다. 예주야, 이 정도면 체르니50번 쳐야 되는 거지?
“회상이란 곡 처음 들었는데 인상 깊었어. 잔잔한 물결 같기도, 미풍처럼 간질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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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구나. 네가 피아노를 잘 치는지 몰랐어. 고맙고 사랑한다(큰 아빠). “
“감사합니다. 큰 아빠! 저도 사랑해용(주 희)” 식구들이 총동 돼 포천 팀과의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끝내 실패했습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식구들끼리 왜 그러냐고
부에를 지르지만 남북정상회담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가족 간의 화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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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이 아들 요셉과 어그러진 관계를 풀기위해 르우벤과 베냐민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를 만나 내 나이가 130살이고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오버랩 됩니다. 남북관계를 풀려면 속 넓은 쪽이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쌀도 주고,
돈도 주고, 경협이나 스포츠 교류도 하면서 끝임 없이 러브 콜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손해나는 장사를 왜 하냐고? 가족이니까. 우리가 잘못했어. 보고 싶어 제발 놀아줘.
회상(산울림)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
느꼈을 때 나는 알아 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 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 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지네
마음은 얼고 나는 그곳에 서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지
마치 얼어버린 사람처
나는 놀라 서 있던 거지.
달빛이 숨어 흐느끼고 있네.
우 떠나버린 그 사람
우 생각나네
우 돌아선 그 사람
우 생각나네.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났느냐고
하지만 맘은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 서 있는 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우 떠나버린 그 사람
우 생각나네.
우 돌아선 그 사람
우 생각나네.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나느냐고
하지만 맘은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 서 있는 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2020.8.3.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