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눈을 감고 있어도
이곳이 밝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
수면 아래로 나를 완전히 숨기기에는
눈꺼풀이 너무 얕아
이제 그만 잠결에서 나오라고 말하는 빛이 있다
발목을 첨벙거리며 나는 뭍으로
뭍으로
이불 밖으로
두 발을 뻗는다
젖은 발인 줄 알았는데 하얀 양말이었다
어제는 양말을 신고 잠이 들었구나
몽유병 같아
시간은
내가 모르게 어딘가를 다녀온 기분이고
낮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것들
밤에는 돌아올까 밤에도
밤에도 불을 켜두는 사람 같고
새벽의 잠든 옆모습을 지켜보던 불면처럼
물 대신 물가에 앉아있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
지금이 환한 아침이라는 것을
어두운 밤과
환한 빛에 관한 일이라면 잘 알 수 있다
빛은 눈을 뜨게 하지만
눈을 멀게도 하지
빛은 눈을 감게도 하지만 손을 더듬어
다른 손을 찾게도 한다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꿈에서는
그 손이 빛이었구나
그 빛을 잡아보려고 우리는 오래도 헤매었구나
강물 속에 빠져있는 하얀 달을 건져내러
우리는 물가로
이불 속으로
첨벙거리는 잠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갔던 밤이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이
환한 아침이란 걸 안다
밤이 그리우면 눈꺼풀을 덮는다
보이지 않는데 빛이 보이는 건 무얼까 지난 꿈의
진한 꿈의 잔상일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이제 나는 뭍에 서서
뭍에 서서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