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39) – 동강할미꽃 외(국립수목원)
1. 동강할미꽃
2024년 3월 27일(수),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을 승용차로 가려면 주차장을 오전 또는 오후로 예약해야 한다.
국립수목원은 갈 때마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동강할미꽃은 동강 암석 틈이 아닌 국립수목원 노천 화단에서 보아도 예쁘다.
최하림의 문학산책인 『시인을 찾아서』(1999, 프레스 21)에서 몇 개 시문을 골라 함께 올린다.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뭣부리 모양
주금살도 눈에 익은-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 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회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두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두야 간다
일설에 따르면 박용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는 그 첫 부인과 헤어지고 난 뒤 가슴이 쓰려
지은 것이라고 한다(그 부인은 그 뒤로 광주시 계림동에서 홀로 70 평생을 수절하였다). 미련하다는 이유만으로
부인을 쫓아 낸 데에 대한 자책과 슬픔으로 「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를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은 설에 그칠
뿐, 이 시의 진정한 주인공은 다음 다음 해(1931년) 재혼하게 되는 임정희라는 주장들이 많다.
밖을 내어다보려고 무척 애쓰는
그대도 설으렸다
유리창 검은 밖에 제 얼굴만 비쳐 눈물은
그렁그렁하렸다
내 방에 들면 구석구석이 숨겨진 그 눈은
내게 웃으렸다
네거리의 순이
임화
네가 지금 간다면,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러면, 내 사랑하는 젊은 동무,
너, 내 사랑하는 오직 하나뿐인 누이동생 순이,
너의 사랑하는 그 귀중한 사내,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
그 청년인 용감한 사내가 어디서 온단 말이냐?
눈바람 찬 불쌍한 도시 종로 복판에 순이야!
너와 나는 지나간 꽃 피는 봄에 사랑하는 한 어머니를
눈물 나는 가난 속에서 여의었지!
그리하여 너는 이 믿지 못할 얼굴 하얀 오빠를 염려하고,
오빠는 가냘픈 너를 근심하는,
서글프고 가난한 그날 속에서도,
순이야, 너는 마음을 맡길 믿음성 있는 이곳 청년을 가졌었고,
내 사랑하는 동무는……
청년의 연인 근로하는 여자 너를 가졌었다.
겨울날 찬 눈보라가 유리창에 우는 아픈 그 시절,
(……)
14. 꿩의바람꽃
16. 현호색
다시 네거리에서
임화
(……)
오오, 그리운 내 고향의 거리여! 여기는 종로 네거리,
나는 왔다, 멀리 낙산 밑 오막살이를 나와 오직 네가 네가 보고 싶은 마음에……
넓은 길이여, 단 한 집들이여!
높은 하늘 그 밑을 오고가는 허구한 내 행인들이여!
다 잘 있었는가?
(……)
장꾼같이 웅성대며, 확 불처럼 흩어지던 네 옛 친구들도
아마 대부분은 멀리 가버렸을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순이의 어린 딸이 죽어간 것처럼 쓰러져갔을지도 모를 것이다.
(……)
잘 있거라! 고향의 거리여!
지금 돌아가 내 다시 일어나지를 못한 채 죽어가도
불쌍한 도시! 종로 네거리여! 사랑하는 내 순이야!
나는 뉘우침도 부탁도 아무것도 유언장 위에 적지 않으리라.
17. 크로커스
19. 한계령풀
자고 새면
(벗이여 나는 이즈음 자꾸만 하나의 운명이란 것을 생각고 있다)
임화
자고 새면
이변을 꿈꾸면서
나는 어느 날이나
무사하기를 바랬다
(……)
푸른 잎을 즐기기엔
나의 나이가 너무 어리고
마른 가지를 사랑키엔
더구나 마음이 애띄어
그만 이젠
살려고 무사하려던 생각이
믿기 어려워 한이 되어
몸과 마음이 상할
자리를 비워주는 운명이
애인처럼 그립다.
21. 복수초
22. 노루귀
23. 중의무릇
24. 미치광이풀
첫댓글 동강할미쫓 찾던 때가 생각나네요. 세월은 쉼없이 지나가고...
동강할미꽃은 또 내년을 기약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