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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며칠 동안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사람들과 대화도 없이 혼자 지내는 동안, 아빠가 날 찾아오면
끌어 안고서 그저 울기만 했고, 언니가 죽을 가지고 오면 싫다는 말도 없이 그냥 외면해 버리고, 이렇게 아로하가 찾아오면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는 나.
그나마 내가 억지로라도 웃을 수 있는 건, 날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라희 앞에서만이였다. 애들이 어른보다 더 눈치가 빠르
다더니, 하루종일 닫혀있는 방문을 보고. 평소랑 다른 나를 보고 놀아달라고 칭얼대지도 않고 그냥 내 옆에만 누워서 물끄
러미 나를 바라보며 혹시 내가 눈물이라도 흘릴 때면 울지 말라고 내 눈물을 닦아주던 착한 딸.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일
체 만나지 않았다. 만나더라도, 꼭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벙어리가 되어버린 나.
"밉더라도, 옆에 두고 미워해."
"...."
"원망스러우면, 차라리 내가 원망스럽다고 화도 내고 짜증이라도 내라고. 그렇게 울기만 하면 뭐가 달라져. 니가 아무리 모
진 소리해도 난 버텨낼 자신 있으니까, 그렇게 무작정 피하지만 말고 나한테 다 풀어."
"...."
아로하가 올 때마다 나한테 무슨 말은 하는지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아서, 지금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눈도
마주치지 않아서 지금 날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숨을 쉬며 침대에 걸터앉아 나를 안아주는 아로
하의 품이 따뜻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차갑게 꽁꽁 얼어버린 내 마음이 다 녹아버릴 만큼.... 아직 기대고 싶은
마음은 아니였다.
"미리 말 못해서 오빠가 미안해... 무조건 다 잘못했어."
"...."
"이러다 너 잘못 될까봐, 진짜 걱정 돼 죽겠단 말이야. 제발 기운 좀 차려, 제발..."
젖은 목소리. 진심이 느껴지는 걱정스런 말투. 그러나, 난.
"나한테... 뭐 또 숨기는 거 없어?"
고작 불신의 말로 첫마디를 뱉어낸다. 며칠 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다가 처음으로 입을 여니, 놀라는 것도 잠시. 천천히 나
를 떼어놓고 내 눈을 바라보는 아로하. 무의미하게 허공에 던져져 있던 시선을 돌려 나 역시 아로하를 바라보고, 드디어 네
개의 눈동자가 마주치면.
"내가 모르는 얘기, 더 없냐고. 있으면 지금 말 해. 나중에 또 놀래키지 말고."
"없어, 그런 거."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믿어. 믿어줘."
왜 일까? 이게 끝이 아닐 거라는 생각. 저 말이, 거짓말일 거라는 생각.... 갑자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내 입
에서 나온 말은 못 믿겠다는 말도 아닌 '싫어' 라는 차가운 한마디. 그 순간 작게 흔들리는 아로하의 눈동자를 본척 만척하
며 침대에 등을 돌리고 누웠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
정말 아무 생각도....
"그러니까, 괜히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제발 가. 보기 싫으니까.... 이제 오지마."
"지애야..."
"...."
다시 입을 닫고, 마음을 닫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요즘에는 하루 종일 잠만 자도 자꾸 눈물이 난다. 평소에는 잘 꾸
지도 않던 꿈을 하루에 몇 번씩이나 꿔서. 꿈에 자꾸 김태양이 나와서. 자는 동안에도 그 애의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
다.
태양아... 혹시 너도 이랬어?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많이 힘들었니?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자꾸만 내 생각이 나서... 그래
서 그렇게 죽고만 싶었어? 만약 우리가 아직 사랑하는 사이였다면, 난 어땠을까.... 만약 내 옆에 아로하가 없었다면.....
난 다시 널 사랑하게 됐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지만, 그때마다 내 대답도 똑같다. 누군가 나한테 이 같은 질문을 한다
면, 난 가슴 아프게도 '응' 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가 보다. 그래서... 아로하를 보기가 더 두려운
가 보다. 지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아로하가 아닌 바로 나라는 걸 잘 알면서도, 자꾸 내 생각만 하고 못되게
만 구는 이기적인 나.
"힘들 때... 혼자 그렇게 아파하지 말고, 나한테도 좀 기대주면 안 돼?"
미안해.....
"기쁠 때만 옆에 있어주는게 사랑이 아니잖아. 내가 아무리 미워도, 이렇게 힘들 땐 나한테 기댈 수도 있는 거잖아..."
아침에 눈 떴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오빠가 아니라서 미안해. 이렇게 힘들 때, 가장 많이 보고 싶은 사람이 오
빠가 아니라서.... 정말 미안해. 이런 것도 사랑이냐고 묻고 싶은데, 물어 볼 사람이 없어. 혹시 아니라고 할까봐 그게 너
무 무서워서, 차마 물어볼 용기도 없어.
"하아...."
무의미하게 시간만 자꾸 흐르고, 혼자 있는 것도 점점 익숙해져 갈 때쯤. 정리가 필요했다. 지금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아
무 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심지어는 며칠 안 남은 결혼식 마저 웃으며 올릴 자신이 없어서. 쉽진 않겠지만, 마음을
비우고 생각도 좀 정리 하려고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혼자 여행이라도 갔다 와야겠단 생각에, 짐을 챙기기 전. 조금 전까지 아로하가 앉아있던 자리에 걸
터앉아서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그동안 나 아픈 것만 생각하느라 조금도 신경 못써준 아로하와 내 아기에게 그동안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는데.
"엄마아...."
선뜻 내게 다가오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애타게 나를 부르는 똥강아지. 평소 같았으면 바로 달려와서 안겼을 똥
강아지가, 이젠 잘 웃지도 않고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내 눈치만 보고 있다. 말은 안 해도, 다시 예전처럼 사랑해달라는
그런 표정으로. 엄마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해 곧 울 것 같은 그런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단 며칠 사이, 많이 변해버린 모습에 가슴이 아파서 쓰게 웃으며 팔을 벌리면.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내 곁으로 달려
와 안기는 불쌍한 내 딸. 맨날 집에만 있어도 항상 예쁜 옷만 입고 있던 똥강아지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아도직 그냥 내복
차림이다. 낮잠을 잔 것 같진 않은데 머리도 부시시하고, 평소엔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하실장 언니가 잘 챙겨주곤 했었는
데, 일부러 내 마음 아프라고 이러는 건지. 어른 손이 하나도 닿지 않은. 나 만큼이나 많이 야위어버린 똥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또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밥은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엄마 품이 많이 그리웠는지, 자꾸 엄마 엄마 하며 내 품으로 파
고드는 똥강아지를.... 이렇게 안겨서도 계속 나만 찾고 있는 우리 똥강아지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최대한 밝게 웃어
보였다.
"라희야. 엄마랑 여행 갈까? 기차도 타고, 바다도 구경하고~ 놀이동산도 갔다가. 음..."
"아빠도 같이?"
"아니~ 아빠는 바빠서 못 가. 라희, 아빠랑 같이 여행 가고 싶어?"
"응..."
아빠는 바빠서 같이 못 간다는 말에, 금새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거리는 똥강아지를 보며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짓다
가.
"어떡하지? 이번엔 그냥 엄마랑 가고~ 다음에 아빠도 같이 가자. 응?"
"으응...."
"예쁘다 우리 딸. 엄마 뽀뽀"
'쪽-'
고개를 들어 입술에 뽀뽀해주는 똥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대로 욕실로 안고 들어가 목욕을 시킨 후 천천히 짐을 챙기
기 시작했다. 내가 짐을 챙기는 동안, 레이스가 달린 핑크색 공주풍 치마를 입고서 예쁘게 머리띠도 하고 혼자 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똥강아지. 기분이 좋아졌는지, 이제 제법 잘 웃는다.
"라희야. 그거 뭐야?"
여행가서 입을 옷을 챙기며 혼자 잘 놀고있는 똥강아지를 보고 웃음짓다가, 문득 똥강아지 손에 들여있는 작은 무언가를 보
고 별 생각없이 물었다.
"몰라! 쩌기 있었어."
책상 밑을 가리키며 얘기하곤, 양 손을 꼼지락꼼지락. 심지어는 눈썹까지 꼼들거리며 손에 든 무언가를 이리저리 유심히 살
피는 똥강아지 곁으로 다가가 보았더니.
"어...??"
똥강아지 손에 들려있는 건 다름 아닌, 김태양네 집에서 몰래 가져왔다가 잃어버린 다이어리 열쇠였다. 열쇠긴 열쇤데, 작
고 단순하게 생겨서 이게 뭔지도 모르는 똥강아지를 보고 있으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게 왜 책상 밑에 있지?
내가 찾을 땐,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이거 엄마꺼야??"
"응~ 엄마 거야.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라희가 잘 가지고 있어?"
"응!!"
열쇠도 찾았으니까, 이제 읽기만 하면 되는 건가...? 여행 가방에 그동안 못 읽었던 다이어리도 챙기고 똥강아지의 손에 토
끼인형을 들려준 뒤 1층으로 내려가니, 하루종일 내 움직임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지, 계단을 내려가는 조용한 발자
국 소리에 금방 달려나와 내 앞을 가로막는 하실장 언니. 내 손에 들려있는 작은 짐가방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며 어
디가냐고 묻는 하실장 언니에게,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머리도 식힐 겸 라희랑 같이 여행 갔다오려고. 아빠한테는 내가 가면서 전화할께."
"둘이서만요?"
"응... 언니. 할아버진 아직 모르지? 얘기하지마. 괜히 걱정하시니까."
어쩌면 벌써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모른다면 별로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 일만으로도 충분히 신경쓸게 많
을 텐데, 멀리 출장까지 가서 내 걱정 하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내 결혼식에 맞춰서 오신다던데... 그때쯤이면 다들 웃으
면서 볼 수 있겠지? 할아버지도, 아빠도, 그리고 아로하도...
"그럼 갔다올께 언니. 나 없는 동안 우리 아빠 잘 부탁해. 가자, 라희야."
"응!!"
"잠깐만요 아가씨!! 아가씨 그냥 이렇게 보내면, 저 사장님한테 혼나요. 밥 먹고 가세요."
"응...??"
"며칠 동안 한 끼도 안 먹었으면서, 여행 갈 힘은 어디서 났어요? 갈 땐 가더라도 밥은 먹고 가요."
'그래도 다행이다... 기운 차린 것 같아서.' 내 손에 들려있던 짐을 자신의 팔에 걸고,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아 주방으로 이
끄는 하실장 언니. 얼떨결에 똥강아지와 함께 식탁 앞에 앉아 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빈 속에
부담스럽지 않게, 죽을 만들어서 예쁜 그릇에 담아 내 앞에 놓아주는 언니.
"잘먹겠습니다..."
며칠만에 먹는 밥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아무 것도 목에 넘기기 싫을 만큼, 먹는 건 쳐다도 보기 싫었는데. 배고프다는 생
각도, 뭐가 먹고 싶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는데. 갑자기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왜 이렇게 자꾸 울컥하는 건지, 상처
가 이렇게 깊은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아예 마음을 비워버리는 건데.... 힘들다고, 아프다고 자꾸 울기만 했더니 낳아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 슬픔에 젖어 더 아프고 힘들기만 할 뿐.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나한데 신경써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게 이만큼 고맙고 미안한 일인지, 그 전에는 몰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빠!!"
똥강아지와 같이 죽을 나눠먹으며 그릇을 거의 비워갈 때쯤. 언제 다시 온 건지 주방 입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로
하. 고개를 돌려 하실장 언니를 바라보면 살짝 웃음지으며 주방을 나가는 거 보니 아무래도 언니가 날 집에 붙 잡아두고 내
가 밥 먹는 사이에 아로하를 다시 집으로 불러들인 것 같았다.
"갑자기 혼자 어딜 간다는 건데... 불안하게 왜 이래 정말!"
바보.... 불안하긴 뭐가 불안해. 나 오빠랑 다시 잘 해보려고, 웃으면서 결혼식 올리고 싶어서 잠깐 갔다오겠다는 건데. 가
서 다 정리 하고 올께. 나 힘들다고 오빠 괴롭히는 일, 이제 그만 할께. 최선을 다해서 사랑할께. 그러니까... 그렇게 슬픈
눈으로 나 쳐다보지마. 그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 때문에 많이 불안한지, 흔들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아로하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며.
"걱정하지마. 나 오빠랑 결혼 할 거야. 누가 뭐라고 해도 꼭 할 거야. 내가 얼마나, 오빠랑 결혼이 하고 싶었는데..."
"....."
"나 못 믿어? 결혼식 전에 올께. 가서도 계속 연락 할께. 그동안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정말 미안... 진심이야.
"갔다올께."
데려다준다는 걸 끝까지 마다하고 똥강아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원래는 바닷가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냥 갑자기 엄마한
테 갔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별로 할말은 없지만, 아직 엄마라고 부를 자신도 없지만. 그냥... 그냥 한 번
더 그 곳에 가보고 싶었다. 내 엄마가 잠들어있다는 그 곳에... 태양이랑 햇살이의 추억이 담긴 그 곳에.
.
.
.
"엄마. 깜깜해!! 무셔워."
그때와 같은 펜션, 같은 방. 잠이 안 온다고 태양이랑 함께 밤을 새던 발코니에 나와 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밖을 향해 나
란히 앉았다. 어깨까지 이불을 덮은 채 품에 토끼 인형을 꼬옥 끌어안고 내쪽으로 고개를 돌려 무섭다고 말하는 똥강아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엄마가 있는데 뭐가 무서워~"
"히잉. 그래도오!"
"우리 딸, 누굴 닮아서 이렇게 겁이 많아? 엄마한테 와."
"히히."
처음부터 내 무릎에 앉고 싶어서 무섭다고 거짓말을 한 듯, 금방 히죽히죽 웃으며 한쪽 팔을 내 목에 감고 무릎 위에 서서
볼에 쪽 뽀뽀해주는 똥강아지. 손에 들고있던 토끼 인형을 망토처럼 내 목에 둘러주더니 만족스러운지 씨익 웃는 장난꾸러
기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잘 빗어 넘겨주며 제대로 무릎 위에 앉히고 같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제일 밝게 빛나고
있는 별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마. 쩌건 뭐야???"
"저거? 별~"
"별??"
"응.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고 별이라고 해. 예쁘지?"
"응!! 우리집 하늘엔 별 엄짜나. 나두 저거 갖고 싶어!! 나도 별 사줘 엄마. 응??"
저건 살 수 있는게 아닌데... 헐.
"나중에 아빠한테 사달라고 하자!!"
"아라써. 근데 엄마??"
"왜??"
"그럼 저거또 별이야??"
괜히 긴장 된 마음으로 똥강아지의 손가락이 향한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역시 별이긴 별인데 방금 본 별보다 작은 별들이
약하게 빛을 띄며 반짝반짝.
"우리 딸 천재네!! 응, 저것도 별 맞아."
"근데 쟤네들은 왜 모여있어? 쟤가 예뻐서 왕따시키는 거야???"
"어?? 뭐..."
"엄마 몰라???"
"....."
"....."
아주 잠깐. 0.5초 정도 뜸을 들였을 뿐인데, 엄만 모르냐고 닥달하는 똥강아지 때문에 더 말문이 막혀버린 나는 역시 애들
키우는 건 만만한게 아니라는 걸 느끼며 먼 하늘을 바라봤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똥강아지도 나를
따라 가만히 하늘을 올려보다가, 역시 먼 하늘을 바라보며 아주 조용히 나를 부른다.
"엄마..."
"응?"
"아빠랑 왜 뽀뽀 안 해...? 아빠랑 싸웠어?"
평소랑 달리 너무 조심스러운 말투. 늘 사이 좋은 모습만 보여줘서 그런지 가끔 티격태격 하거나 스킨쉽이 없으면 왜 오늘
은 뽀뽀 안 하냐고 꼭 물어보곤 했었는데, 이번엔 아예 며칠 동안 떨어져서 지냈더니 목소리가 심각하다. 어린 애 답지 않
은 모습이랄까..? 평소에도 엄마 아빠가 뽀뽀하는 횟수에 따라 사이가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던 똥강아지였지만, 이번엔 분
위기 자체가 달랐다.
"아니~ 엄마가 아야해서. 원래 아플 땐 뽀뽀 하는 거 아니야."
부모 걱정해주는 세살배기 어린 딸이 너무 예뻐서. 고마워서. 또 미안해서... 나랑 마주보고 앉게 한 후, 머리부터 볼까지
쓰다듬어주며 말하면. 내 말에 또 의문이 생겼는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너무나도 당연하게 또 왜냐고 묻는 똥강아지.
"엄마 아플 때 아빠랑 뽀뽀하면, 아빠도 아야해."
"진짜??"
"으응."
"그럼 이제 안 아파???"
"응. 엄마 이제 안 아프니까 라희랑 여행도 왔지~ 엄마랑 놀러오니까 좋아?"
"응!! 맨날 맨날 엄마랑 놀 꺼야."
"그래, 엄마가 라희랑 맨날 맨날 놀아줄께."
원래 혼자서도 잘 노는 성격이라 놀아달라고 보채고 하는 성격은 아니였지만, 그동안 전혀 신경써주지 못했던게 많이 서운
했는지. 내 목을 꽈악 끌어안으며 말하는 똥강아지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다가 점점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느낌에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워진 몸을 이불로 감싸주고 방에 들어와 바닥에 눕히면, 턱까지 이불을 덮고 누워서 내가 움직이는대로 시선을 따라다
니며 유심히 관찰하더니. 잘 준비를 마치고 옆에 누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잘자라고 이마에 뽀뽀해주면 그제서야 씩 웃
으며 눈을 감고는 내 품으로 파고드는 똥강아지.
만약에 라희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아직까지도 방문을 걸어잠그고 혼자 울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나마 라희라도 있었기에 벌써 이만큼 기운도 차리고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만, 그동안 안아주지 못했던게 또 너무 미안해서 죄스러운 마음.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면, 남는 건 후회 뿐이였
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라희는 챙겼어야 했는데... 내가 아무리 아파도 내 딸은 아프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느새 내 품에 안겨서 새근새근 잠 든 똥강아지의 이마에 다시 한 번 입맞추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누워있다가 도저히
잠이 안와서 조심스레 일어나 앉았다. 아무리 밝은 척 괜찮은 척 해봐도 혼자 있을 때면 어김 없이 날 괴롭히는 생각들. 스
스로 괜찮다고 주문을 걸어봐도 전혀 괜찮지가 않다. 역시... 아직은 무리인가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울기만 할 순 없으니까. 나 하나 때문에 같이 힘들어진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남은 이틀 동안 최대
한 마음을 비우고 가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자리에 누웠다. 그러다 문득 다이어리 생각이 나서, 그거라도 읽으면 잡생각
을 좀 떨쳐버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일어나 앉아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는 나. 그리고, 다이어리를 중간쯤 읽었
을 때... 꼬여버린 인연에 난 다시 한 번 눈물을 떨구며 가슴 아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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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핑계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시간이 안나서 계속 못쓰고 있다가.
오늘도 약속이 있어서 12시에 들어왔는데, 씻고 그냥 잘까 하다가 너무 오래 연재를 못 한 거 같아 부랴부랴 썼어요.
이러다 내일 늦잠 자는 건 아닌지. ㅠㅠ 그나마 주말에 반 정도 써논게 있어서 금방[?] 쓴 것 같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업쪽 = 숫자요. ♡
아아. 다음편은 번외에요!! - 다이어리에 쓰여있는 내용이 담긴 번외랍니당.
첫댓글 꼬여버린 인연이 뭐죠!!!!!! 다음편엔 드디어 다이어리 내용 알 수 있는건가요!!! 기대할께요 ㅋㅋㅋㅋㅋ
넵 감사합니다 ㅋㅋ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로하랑 잘 됐으면해요.... ㅋㅋ 감사합니당
하루빨리 지애가 마음의 정리하고 아로하한테 돌아갔으면 좋겠네요.....ㅠㅠ
그쵸 ㅠㅠ 지애가 빨리 마음의 정리를 해야하는데, 다이어리를 보고 또 무슨 생각을 할지... ㅠㅠ
꼬여버린인연.... 그래도 지애가 울기만 하지않고 정리하려 노력하니깐 다행이네요......ㅠㅠ 아 아로하 진짜 불안하겠다...... 제발빨리 다~~~ 정리하고 아로하한테 가기를....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역시 라희가 지애기운차리는데 큰 역할을 하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담편 기대할께요!!!!!!!!! 번외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번외를 어떻게 써야될지 ㅋㅋㅋ 짧으면 한편으로 끝나고 길면 두편정도 될 거 같은데 막막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라희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죠? ㅠㅠ 이래서 부부 사이엔 자식이 꼭 있어야한다는 ㅋ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
지애가 많이 안 아파하면 좋겠네요......
지애도 곧 기운 차리겠죠 ㅠㅠ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당 ㅋㅋ
으아 ㅠㅠ 지애완전 기특해졌음 ㅠㅠ 흐힝 ㅠㅠ 로하야 힘내 ㅠ 나같아도 불안할것갔지만 지애는 잘해낼꺼야!! 흐흐.. 라희완전 귀여워 ㅠㅠ
엄마 생각할줄도알고 ㅠㅠ 흐미!!!
지애 많이 기특해졌나요? ㅋㅋㅋㅋ 근데 또 어떻게 될지는 저도 아직 장담을 못하겠다는 ㅋㅋㅋㅋ 그나저나 라희가 벌써 철들었어요 ㅠㅠㅠ
78787878777아이고 지애는 갈대네ㅠㅠ언제쯤 다시 행복해질껀지..ㅋㅋㅋ그래도 지애가 전처럼 이기적이지 않아서 좋네요!ㅋㅋ라희 너무 귀엽네욤ㅋㅋㅋ번외기대되는데요?ㅋㅋ다음편에서 뵈요!!
ㅋㅋㅋ 전처럼 이기적이지 않아서... ㅋㅋㅋ 지애가 좀 많이 이기적이긴 했죠! ㅋㅋㅋ 담편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ㅋㅋㅋ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ㅋㅋ
개인적으로 지애의 저 융통성 없는거는 매우 짜증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팡질팡하는것도 싫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하랑 태양이만 힘들고.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 지애 앞으로 미움 좀 더 받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여자 하나 때문에 남자들 가슴이 찢어지네요. ㅠㅠㅠ
123 ㅠㅠㅠ 전.. 요즘에 피곤해서 12시에 못보고있어요 ㅠㅠㅠㅠㅠ 재밌어여 !!
ㅋㅋㅋㅋ 저도 요즘 넘 피곤해서 집에오자마자 잠드는 일이 다반산데 ㅠ 그래도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넘잼미게읽었습니당 ^^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ㅋㅋ
넘잼미게읽었습니당 ^^
12 다이어리에는 또 무슨애기들이 잇는지,,,ㅋ 하루ㅡ빨리 지애가 맘이 정리가 됐으면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놈의 다이어리. 맨날 나올듯 말듯 하더니, 이제 드디어 얘기가 밝혀지네요 ㅋㅋㅋ 감사합니당 ㅋㅋ
다음편 기대요!!!
감사합니당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ㅋㅋㅋ
다음편 기대요!!!
와................... 작가님 머리 아프시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이팅!! 역시 엄마는 강한가봐요!!! 딸때문에 사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자식이 있으면 자식 걱정에라도 사는게 부모 마음인 듯 ㅠ 전 아직 애는 없지만.... 다 그런 거 아닐까요? ㅋㅋㅋ
1. ㅋㅋㅋ 담편이 완전 기대되는데요!!! 다이어리에 무슨 얘기가 있을지,,,, 하루빨리 지애가 맘잡았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 지애도 언젠간................... 마음 잡겠죠!! ㅋㅋㅋ 담편도 기대해주세용 감사합니다 ㅋㅋㅋ
777 작가님 늘 화이팅 하세요!! 너무 잘 보고 있으니까요^.^
넵 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123아진짜오랜만이죠 ㅠ . ㅜ 저도개학하고나서바빠서 ㅠ . ㅜ 아무튼다음번외편기대되요 ! ! ! !
흑흑. 다들 바쁘신듯 ㅠㅠ 사는게 원래 다 이런 건가요.... ㄷㄷ 어쨌든 힘내세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