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쌍의 노래자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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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에 당분간 휴식을 만끽하는 명서가 동창회에 아내를 대동하는 여유를 가졌다.
그의 아내 역시 기자였기에
28년간 쌓였던 명서의 스트레스를 십분 이해하고 마음 편하게 동행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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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표 부부는 마라톤을 함께 하는 잉꼬 부부.
대내외적 활동은 홍표보다 더 적극적일 것 같은 홍표의 아내.
명랑하고 긍정적 아내가 있어 홍표가 마라톤과 자전거에 빠져 들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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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것 만큼 호탕하고 마음 넓은 장大人, 수석.
술과 친구 때문에 아내 속 많이 썩혔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아내가 아직도 곱고 여리다.
우람한 늦둥이 아들을 낳고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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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두문불출하던 장환이 만사 제치고 올라와 단양팔경 동창회에 참석했다.
함께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부부.
부부 모두 말수가 적은 듯 하지만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감싸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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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임에도 불구하고 동창들의 조문에 대한 답례를 위해 참석한 듬직한 태호부부.
따끈한 콩떡과 시원한 식혜를 준비, 오후 3시 늦은 점심식사에도 불구하고
배고픔을 잊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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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귀염둥이 딸을 데리고 등장해 놀라움과 부러움을 함께 선사한 상만 부부.
우리가 50대 ‘등 돌리고 잠자야 하는 부부’가 아니라
20대 ‘포개서 잘 수 있는 부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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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한번은 영화관을 찾는다는 기훈 부부.
요즘은 경희여고 3년 후배인 아내가 오히려 기훈을 리드하고 코치하는 것 같다.
아무렴, 나이들수록 아내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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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송파구 의원 도전할 승구 부부.
동창 행사 일처리를 보면 송파구의 훌륭한 심부름꾼도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또한 아내의 착실한 내조가 선거에서 더 빛을 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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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창회의 신사 희섭 부부.
허스키해진 목소리가 오히려 중년신사답게 만드는 것 같다. 신혼시절 아내의 모습은
굉장히 가냘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부창부수’의 닮아가는 모습이 우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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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춘, 관희 부부. 관희가 주력(酒力)에서 압도하는 체력을 보여 주는 것은
아직 건강하고 예쁜 멋을 잃지 않은 관희 아내의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반대 상황도...결국은 상호노력이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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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멋대로 편하게 살 것 같은 베스트 드라이버 영희 부부(오른쪽 두사람).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 생각했는데 영희 아내를 보니 역시 같은 방식....
나이가 들면 부부가 닮은 꼴이 된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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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나긋한 것 같으면서도 무게 있는 병진.
그의 아내 역시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엄마 또는 미래의 시어머니로서의
카리스마가 보였다. 술 많이 먹는 병진도 카리스마로 다스리길...
하계동창회 풍경
성행위!
“성행위!”
입심좋은 백두현의 구호 선창에
12쌍의 동창 부부가 어색함없이 따라 했다.
‘성공과 행복을 위하여’의 약자였는데
주변에서 누가 들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우리의 동창 부부들은 이런 것에 개의치 않고 크게 재창했다.
“20대는 포개서 , 30대는 마주보고, 40대는 나란히 누워, 50대는 등 돌리고,
60대는 각 방에서, 70대는 서로 어디서 자는지 모른다.”
두현의 부부 잠자리에 대한 걸쭉한 농담에도 거리낌없이 박장대소했다.
‘참 편안한 나이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독특한 동창회 행사기획
13일 단양에서의 12회 하계동창회는 12쌍 부부를 위한 잔치였다.
오전 8시 반 잠실 올림픽 공원서 두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출발한 모임은
식사후 12쌍 부부의 노래자랑에서 그 진면모를 발휘했다.
12시 반경, 유람선 타고 단양팔경을 둘러 보았지만
무엇을 관람했는지 모르겠다.
싱글인 나도 그런데 부부동반인 친구들은
당연히 ‘단양팔경보다 아내’였을 것이다.
효도관광 같은 단양팔경 유람이
우리같이 ‘젊은 나이’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오후 3시 소백산 관광목장에서 현지의 한우를 맛보는 즐거움을 가졌다.
태호 부부가 아침식사 대용으로 떡과 식혜를 가져와
늦은 점심시간까지 굶주림에 허덕이지 않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비싼 쇠고기를 많이 축내지 않아 다행이었다.
뒷풀이 장소인 철재의 논현동 클럽 ‘뮤즈’ 로 향할 시간을 넘긴 오후 5시경,
소백산 관광목장의 세미나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공기 좋은 곳에 와서 뒤늦게 무슨 실내 회의인가?
그런 의아함이 이 날의 백미가 될 줄이야.
세미나실엔 노래방 기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서두에 거론한 두현의 걸쭉한 사회로 12쌍의 재롱잔치가 펼쳐진 것이다.
6커플 참석을 예상하고 상품 6개를 준비했던 모양인데
추가 선물로 스티로폼 쇠고기 포장 6개를 추가 마련했다.
나머지 싱글 동창들은 들러리였다.
시간 관계상 싱글에게는 노래 한곡조차 부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상품도 커플에게만 주었다.
그래도 주인공을 모시는 들러리들의 기쁨은 컸다.
“우린 무슨 개털이야? 우리끼리 현지조달해볼까”라는 빈소리를 했지만
여흥을 즐기려는 말그대로의 빈소리 농담이었지
주인공 부부들의 신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내 블로그에 단양팔경의 사진을 담으려고
디카를 준비해 갔었는데
단양팔경은 한 장면도 담지 못했으나
이들 12쌍의 합창 장면은 모두 담아 놓았다.
그들에겐 ‘단양팔경 보다 아내’였고
나에게도
‘단양팔경 절경보다 아름다운 부부사랑 모습 ’이었다.
나처럼 아내가 따라나서 주지 않는 사람에겐 여간 부럽지 않았다.
"다음엔 나도 함께 와야지...‘하는 생각이
모든 싱글 동창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라 본다.
참으로 묘하고 독특한 동창행사 기획이었다.
행사 주체와 기획자에 감사
독특한 행사 기획의 대가, 덕용 회장의 노고에 감사한다.
그런 행사를 하려면 ‘무대뽀’ 기질이 아니면 안된다.
‘무대뽀’에는 반드시 무리가 따른다.
말 못할 난관과 고충도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한정된 회비에 머릿속 기획을 펼치려니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겠고
굳이 ‘거창한 이벤트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대뽀와 치밀함으로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친 덕영 회장의 뚝심은 경탄할 만하다.
아쉬운 소리 하지 못하고 조용한 행사를 좋아하는
강재형 총무가 덕영 회장과 보조를 맞추려니,
행동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아 또한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겠는가.
대신 독특한 이벤트 진행 경험이 많은 승구와 강신규 등 19회 후배들이
차분하게 준비해줘 성공적으로 하계 동창회를 마쳤으니
덕영 회장과 재형 총무의 인덕 아니겠는가.
덕영 회장의 아쉬운 소리에 아무 말없이 찬조금과 상품을 내주어
동창들을 즐겁게 한 동창들이 고맙다.
덕영의 치밀하지만 무대뽀같은 찬조금 출연요청에 호응하지 못한
친구들도 미안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
덕영이니까 그런 요청을 할 수 있었고 형편이 안되면 당연히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그저 모임에 참여한 동창들의 마음!
오랬동안 지내다 보니 동창들의 장, 단점이 다 드러난다.
그러나 이제 장점만 보기로 하자.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다.
장점만 칭찬하고 격려함으로써 단점이 드러날 여지를 주지 않으면 된다.
그래야 장점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고 더욱 좋아지게 된다.
단점만을 부각시켜 바라보기엔
우리가 즐겨할 인생이 너무 짧다.
이 글을 쓰는 마당에
친구들이 단점과 약점 투성이의 나를 비난하지 말고
좋은 점만 바라보길 바란다.
나도 그렇게 하겠고
모든 친구들이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계 동창회의 주인공 12쌍 부부처럼
모든 부부관계도 그래야 되겠지...
* 이날 뒷풀이 행사에 참가한 2호차 멤버들은
버스의 펑크로 수난을 겪은 후인 밤 10시경 철재의 논현동 클럽 ‘뮤즈’에 도착했다.
자유분방하고 편안한 클럽인 뮤즈는 유람선 효관관광 분위기와 대조적이었다.
내가 쓸쩍 빠져 나온 후에 재한이 왔다니 그 흥겨웠을 자리가 아쉽다.
* 블로그 덕분에 안 하던 사진촬영을 졸지에 하게 됐는데
술이 취해 사진이 흔들려 실물보다 못나온 부부에겐 미안!
첫댓글 사진보다 더 선명한 모습을 그려낸 민형의 글솜씨에는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늘 감탄스런 마음이 세상 살 맛 나게 하네 ^_^
쓰고 올리고~~애많이 쓰셨네~~~
고마우이 수고많이했어요~~~~
민형의 표현대로 덕영을 비롯한 준비를 열심히해준 친구들 덕분에 호강한것같아 너무 즐거웠다 .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구나. 단양 팔경보다 친구. 천상 겨울 동창회에서나 볼 수 있으려나? 요즈음은 한 6개월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 오잖아?
세월 정말 빨리 가네. 그래도 가을 전에 산에 올라 정담 나누는 시간 갖세.
부부는 닮는다 했던가..보기 좋구먼..근데 장수석이 부부는 영 언밸런스네(부인이 참 아깝다)...
맞아. 누구네도 그렇고.
참 재미있었구나. ㅎㅎㅎ 축하한다. 출장 때문에 빠져서 아쉽구나. ㅎㅎㅎ
민형이가 수고 많구나... 근디 신교수께서는 사모님이랑 같이 없네그려... 희섭이가 드디어 얼굴을 나타냈구만...
재미있었겠당-- 나는 못갔지만 마음만은 갔다 왔다네. 단양은 내 출생지역이라 그 곳은 늘 내 마음 속에 있으니까말야^^ 초등학교 시절엔 방학만 하면 형과 단양에 내려가 상선암, 중선암 등 단양8경 바위가에서, 냇가에서 놀았었는데. 인생은 리필이 안되니 그 시절로 못돌아가니 참 안타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