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냄새는 타인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다. 갖가지 이유로 생기는 탓에, 원인을 스스로 찾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환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구취클리닉’이다. 입 냄새의 원인을 알아내고, 적절한 치료나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게 돕는다. 고대구로병원 예방치과·구취클리닉의 김영수 교수(구취조절연구회 전 회장)를 만나 입 냄새 관리의 이모저모를 들어본다. - 입 냄새를 자가진단하는 방법이 있나? 입 냄새를 자가진단하는 방법은 엄밀히 말해 없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냄새에 둔감하기 때문이다. 입 냄새가 고민돼 병원을 찾은 환자 대부분은 자신에게 입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들어서 안다. 입에서 나오는 공기에 섞인 ▲황화수소(H2S) ▲메칠메캅탄(CH3SH) ▲디메칠설파이드(C2H6S) 기체가 냄새를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치과에는 이 기체를 감지함으로써 입 냄새를 측정하는 기기가 있다. 전문가용 기기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그 기기를 구매해 직접 쓸 수는 없다. ‘구취측정기’란 이름으로 온라인에 유통되는 기기들이 있는데, 이들은 신뢰도와 민감도가 떨어져서 믿을 만하지 않다. - 입 냄새를 유발하는 구강질환엔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인 게 잇몸병과 치아우식증(충치)이다. 사랑니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지치주위염’이나 구내염, 드물게는 악성 종양 때문에 입 냄새가 날 수도 있다. 구강 질환 탓에 생긴 입 냄새는 동네 치과 병·의원에만 가도 치료받을 수 있다. 구취(口臭)클리닉까지 올 필요는 없다. - 구강 질환 이외에, 입 냄새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신체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인 게 축농증 등 이비인후과에서 다루는 질환이다. 인후 쪽에 생긴 악성 종양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호흡기 질환 ▲콩팥 질환 ▲당뇨병 등 내과 질환 때문에도 입 냄새가 생긴다. 질환 탓에 생기는 입 냄새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해결된다. 이에 치과가 아닌 내과·이비인후과 질환 때문에 병적 입 냄새가 생긴 환자는 관련 과에 가서 치료받도록 유도한다. - 어떤 경우에 구취클리닉에 방문하면 되나? 구취클리닉 치료 대상은 ‘생리적 입 냄새’가 고민인 사람이다. 질환 때문에 나는 입 냄새가 ‘병적 입 냄새’라면, 육체·정신적 상태에 따라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날 수 있는 게 생리적 입 냄새다. ▲아침에 일어난 후 ▲피곤할 때 ▲긴장했을 때 ▲입이 마를 때 ▲호르몬 변화가 생겼을 때 나는 입 냄새가 그 예다. ▲임신·출산 후 ▲사춘기·갱년기 시작 후 ▲술·담배 등 기호식품을 사용한 후 ▲약물을 사용한 후 생리적 입 냄새가 생기기도 한다. 생리적 입 냄새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에 구취클리닉에선 환자의 입 냄새를 조절하기 위해 이비인후과나 내과 등 다른 과와 협진한다. 편도결석 환자가 오면 이비인후과에 치료를 의뢰하는 식이다.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하는 때도 있다. 입 냄새가 고민인 환자들은 타인과 대화하는 일에 부담을 느껴 대인관계가 망가지곤 해서다. - 입 냄새를 유발하는 잘못된 생활 습관엔 어떤 것이 있나? 입을 메마르게 하는 습관은 무엇이든 입 냄새를 유발한다. 가령,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삼각김밥·샌드위치 하나로 때우는 등 지나치게 조금 먹으면 입 냄새가 잘 생긴다. 입으로 씹는 운동(저작 운동)을 적게 하면 뇌에서 침을 분비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이에 침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으면 입이 마르고, 구강 내 혐기성 세균이 번식하며 입 냄새가 나게 된다. 물을 자주 안 마시는 습관도 비슷한 이유로 해롭다. 신체에 수분이 부족하면 타액선에서 분비하는 침의 양이 줄어든다.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입 냄새를 유발한다. 카페인의 이뇨작용 때문에 신체 수분량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간식을 수시로 먹어서 침을 계속 분비하면 입 냄새가 줄어들까? 그렇지 않다. 입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뇌에서 침을 내보내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상태가 지속되면 침이 고갈돼 입이 바싹 마르는 순간이 온다. 칫솔질도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 입 냄새를 예방하려면 입안을 깨끗이 유지해야 하는 건 맞지만, 대부분 치약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가 입안을 마르게 하기 때문이다. - 음주와 흡연은 왜 입 냄새를 유발하나? 술을 마시고 바로 자면, 밤새 알코올이 입안에서 대사되며 침을 증발시킨다. 입이 밤새도록 마르니 기상 직후에 입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입으로 담배를 피우는 동안엔 당연히 입안이 건조해진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데 보통 2~3분 걸리는데, 이 정도면 혐기성 세균이 번식해 입 냄새 원인 기체를 만들어내기 충분한 시간이다. 비슷한 이유로, ▲입으로 숨 쉬는 습관 ▲잘 때 코를 고는 습관도 입 냄새를 유발한다. 이런 습관은 빨리 고치고, 물을 자주 마셔 입안을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 단백질 보충제(프로틴)를 먹은 후에 입 냄새가 심해졌단 사람들이 많은데, 이유가 무엇인가? 단백질 보충제가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로 ‘탈수 현상’이 언급된다. 탈수 현상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입이 마르므로, 혐기성 세균이 번식하며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단백질 보충제를 먹은 후엔 물을 많이 마셔야 탈수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 입 냄새가 고민인 사람들이 ▲구취 조절용 가글 ▲먹는 구취 제거제 ▲구강 스프레이 등을 쓰는 것을 추천하나? 구취 조절용 가글과 스프레이 등은 입 냄새의 원인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증상을 잠깐 없애주기만 한다. 입 냄새를 잡으려고 이들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진 않는다. 다만, 구취클리닉에서 알려준 ‘입 냄새 예방 습관’이 환자의 일상에 스며들기까진 2~3개월 이 걸린다. 이 동안은 당장의 입 냄새를 해결하기 위해 가글이나 스프레이 등을 사용해볼 수 있다. -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 입 냄새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던데, 시도해 볼 만한가? 프로바이오틱스는 좋은 세균 수를 늘려서 나쁜 세균 수를 줄이는 원리다.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효과가 오래가는 게 아니라서 문제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해 입 냄새를 조절하려면 이걸 평생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해 입 냄새를 조절했을 때,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환자에게 프로바이오틱스 치료를 권하지 않을 것이다.
김영수 교수가 혀클리너 사용법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입 냄새가 고민인 사람들이 혀클리너나 치실을 사용하길 권장하나? 입 냄새 고민이 딱히 없는 일반인은 혀클리너와 치실을 써야 한다. 그러나 입 냄새가 고민이라 구취클리닉에 찾아오는 환자에겐 치실만 쓰고 혀클리너는 쓰지 말라고 한다. 혀클리너는 날로 혀 표면을 긁어 설태를 없애는 구조다. 입 냄새가 고민인 사람들은 혀를 지나치게 열심히 닦은 나머지, 혀가 온통 빨개진 채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설유두가 분포한 혀 가운데는 약간 흰 게 정상인데, 구취 환자들은 정상적인 혀 조직마저 백태로 착각해 클리너로 긁어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설유두 표면이 깎이면 삼출액(진물)이 나온다. 침이 오염되니 오히려 입 냄새가 심해진다. 혀는 강하게 닦지 않아도 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쓰는 종이 숟가락이 혀를 스친다는 느낌으로 닦으면 충분하다. 강도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손가락에 치약을 묻혀서 혀를 쓸어내린다. 손가락이 목젖에 닿지 않게 주의하면 혀 깊은 곳까지 부드럽게 닦을 수 있다. 입을 물로 헹군 후, 워터픽으로 혀에 물을 분사하면 혀에 남은 치약 잔여물을 깨끗이 없앨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만 이렇게 닦아도 충분하다. - 입 냄새를 예방하기 위해 양치질할 때 특히 신경 쓸 것이 있나? 양치질 할 때 간과하기 쉬운 부위가 있다. 첫 번째가 혀 뒤쪽이다. 아까 말했듯 손가락에 치약을 묻혀, 부드럽게 바깥쪽으로 쓸어주면 된다. 목젖만 안 건드리면 헛구역질이 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목 입구다. 여기는 칫솔질을 할 수 없으니 물로 가글해서 청소해야 한다. 물을 입에 머금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소리를 내뱉으며 충분히 가글해준다. 양치질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중요하다. 이를 하루 세 번 닦되 아침·저녁은 3분간 닦고, 점심때는 1분 30초간만 닦는다. 치약 거품을 뱉을 땐 침도 함께 뱉을 수밖에 없다. 점심 때 3분씩 양치질하며 침을 많이 뱉어내면, 오후 내내 우리 몸이 쓸 침이 부족해진다. - 입 냄새 완화에 도움되는 식품이나 식습관이 있나? 우선, 많이 씹어야 하는 식품으로 아침·점심·저녁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씹는 운동을 충분히 해야 뇌에서 침 분비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외국 학자들은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30번 이상 씹으라고 하기도 한다. 끼니마다 밥, 국, 반찬, 찌개가 갖춰진 한식을 먹는 게 가장 좋다. 한식은 섬유소가 풍부한 식품의 비중이 높아, 입으로 씹는 운동을 많이 할 수 있어서다. 아침에 한식을 차려 먹기 힘들다면 섬유소가 풍부한 샐러드라도 꼭 먹는다. 간식을 수시로 먹다 보면 나중에 침이 고갈되니, 정해진 시간에 세끼만 먹고 간식·야식은 끊는다.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는 침의 양을 줄이니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이미 마셨다면 반드시 물을 충분히 마셔준다. 물은 하루에 적어도 6잔 마셔줘야 한다. 아침·점심·저녁을 먹은 후에 한 잔 마시고, 끼니 사이의 공복마다 한 잔씩 보충하면 된다. 물을 마실 땐 가글을 해서 입안을 구석구석 청소해 준다. 무언가 먹은 후라면 반드시 물로 입을 헹군다. 맵고, 짜고, 단 음식을 먹은 후엔 특히 신경써서 가글해야 한다. - 아침 입 냄새를 줄이는 방법이 있나? 우선, 많이 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저녁을 챙겨 먹는다. 이후에 야식을 먹지 말고, 음주·흡연을 안 하면 된다. 자기 전에 공복 상태에서 물 한잔을 마시고, 3분간 꼼꼼히 이를 닦는다. 이렇게만 해도 아침 입 냄새가 고민인 사람의 80~90%는 증상이 완화된다. - 이외에 입 냄새가 고민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한 식습관과 양치질 습관을 철저히 지켰다면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입 냄새를 지나치게 걱정해 입을 가리고 말하거나, 타인과 대화할 때 고개를 돌리거나 하는 식으로 주눅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 고민이면 가까운 곳에 있는 구취클리닉을 방문해, 본인의 입 냄새가 병적인 것인지, 생리적인 것인지 진단받아 보길 권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4/07/20230407017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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