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익' '끽끽' '키득키득'… 울음소리 아름다워 '바다의 카나리아'로 불려요
벨루가
동글동글하게 생긴 벨루가는 몸길이가 3~5m, 몸무게는 1~1.5t 정도예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우리나라 한 수족관에서 5년째 홀로 머물고 있는 벨루가(beluga) 고래의 딱한 사연이 전해졌어요. 원래 세 마리가 있었다가 친구 둘이 병들어 죽으면서 혼자가 됐대요. 수족관이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했지만 마땅한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5년째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죠.
벨루가는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뉴스가 나올 때마다 화제가 돼요. 벨루가라는 이름은 ‘희다’는 뜻의 러시아어 ‘벨르이’에서 파생됐대요. 이름처럼 흰 살결이 특징이죠. 태어났을 때는 짙은 회색이지만,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몸 색깔이 하얗게 변한답니다. 번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려면 10년 정도는 있어야 해요.
벨루가는 얼핏 돌고래와도 닮았지만 차이점이 있어요. 우선 돌고래의 등 위로 비스듬하게 나있는 등지느러미가 없어요. 벨루가가 사는 곳은 북극해 및 북극과 가까운 러시아·캐나다·알래스카·그린란드 주변 바다인데 이곳은 추운 기후 때문에 곳곳이 부빙(浮氷·바다에 떠 다니는 얼음 덩어리)으로 덮여있어요. 등지느러미가 없기 때문에 부빙에 다칠 걱정 없이 안전하게 헤엄칠 수 있죠. 또 머리는 여느 돌고래보다 둥그스름하고 주둥이는 짧아요.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흔들 수도 있어요.
벨루가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대요.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다른 고래들보다도 울음소리가 아름답고 다채로워서 생긴 별병이에요. ‘휘익’ ‘끽끽’ ‘우움’ ‘쩝쩝’ ‘키득키득’ 등 사람이 직접 확인한 소리만 해도 여러 가지입니다. 벨루가는 적게는 몇 마리에서 많게는 수백 마리까지 무리를 이루고 사는 사회성 강한 동물인데요. 여러 가지 소리로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멀리 떨어진 먹잇감을 추적하죠.
벨루가는 몸에서 음파를 쏜 뒤 메아리쳐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통해 장애물이나 먹잇감 위치를 파악해요. 음파를 통제하는 기관이 둥그스름한 머리 안에 있답니다.
벨루가는 문어·새우·조개·대구·연어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답니다.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이는 입엔 날카로운 이빨이 숨겨져 있답니다. 위턱과 아래턱에 각각 18~20개, 총 36~40개가 있죠.
차가운 바다를 견디기 위해 벨루가의 몸은 두꺼운 지방층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전체 몸무게의 40%가 지방이래요. 벨루가 중 일부는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허물을 벗어요. 얕은 바닷가로 올라와 까끌까끌한 자갈에 온몸을 비벼 죽은 피부를 벗겨낸답니다.
벨루가는 사람 때문에 생존 위협을 받는 대표적인 해양 동물이에요. 가스 개발 등을 목적으로 북극과 주변 바다에 배가 많이 드나들면서 벨루가 서식 지역에 오염 물질이 유입되거나, 기후 변화로 수온이 급변하면서 먹잇감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배가 많아지면서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방향을 잃은 벨루가가 얕은 물가로 떠밀려와 목숨을 잃기도 하지요. 자연 환경이 이렇기 때문에 수족관 수조에 갇힌 벨루가를 바다로 보내주는 것도 쉽지 않게 됐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