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여인_ 김윤배(1944 ~ )
여인은 깊은 눈빛을 하고 있다
여인은 오래도록 건너온 강물
조용히 뒤돌아본다
달빛이 말없이 강물 위를 흐른다
나는 천재 시인¹의 젊은 아내였어요
젊은 천재의 이십칠 년, 그 미완성을 내 가슴에 묻었지요
아닙니다
그는 천재적인 황홀한 일생을 마쳤습니다
그가 살다간 이십칠 년은 천재가 완성되어 소멸되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가혹한 소멸 건너 언제나 뒤에서 흐르는 강물 같은 사람이
수화樹話²입니다
나는 그의 영혼이 빚어내는 색의 완성을 보았습니다
그의 새는 밤마다 내 가슴으로 날아들어 따스하게 깃들었습니다
저 강물 보이지요?
어느 누구의 가슴에 멈출 수 없는 미완의 물결,
그 물결 위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또 한 마리 있어 풍경은 마침내 완성에 이르지만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는지요*
여인은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여인의 가슴에 깃들었던
새 한 마리 강물 위로 날아오른다
* 시인 이상의 아내였으며 수화 김환기의 아내였던 김향안³ 여사는
2004년 2월 29일 세상을 떠났다
[2007년 발표 시집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에 수록]
¹천재 시인은 이상(李箱, 1910-1937)을 가리킴
²樹話: 화가 김환기(1913-1974) 號
³김향안(1916-2004): 김환기와 결혼 前 이름은 변동림
첫댓글 ㅎㅎ
아름다운 시
잘 감상했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유심초 노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못 붙여서 섭섭하지 말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