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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동남권 신도시들
<1> 부산의 신도시들
흥망성쇠 따라 부산의 인구·문화·정치 지형까지 바꿔
1996년 부산지역 최초의 계획도시이자 신도시인 '해운대신도시'가 조성됐다. 첫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부산에는 북구 화명신도시, 강서구 명지신도시, 기장군 정관신도시 등 3곳의 신도시가 추가로 조성됐고, 이들 신도시는 지역의 인구·문화·정치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조성 역사 20주년을 맞는 올해 부산 신도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관리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 해운대부터 강서구 명지까지
- 대부분 주택공급 목적으로 조성
- 조기건설 일부 신도시 노후화
- 주변 개발지역으로 인구 이탈
■동부산의 중심 해운대신도시
1996년 부산 해운대구 306만 ㎡ 부지에 1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역 최초의 계획도시가 만들어졌다. 1986년부터 진행된 대역사였다. 부산시는 지역 여건상 택지부족으로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기존 군사시설보유구역의 유휴공간을 계획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택난을 완화하고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동남권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당시만 해도 해운대구는 단지 해운대해수욕장이 있는 곳 정도로 인식됐지만 해운대 신도시 개발을 기점으로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부산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부자동네 반열에 올라섰다.
이는 공시지가 상승률에서도 잘 나타난다. 해운대구에 따르면 좌동 벽산1차아파트의 3.3㎡당 공시지가는 1997년 64만 원에서 올해 156만 원으로 2.5배가량 급증했다. 해운대 신도시 대부분의 공동주택의 3.3㎡당 가격은 1000만 원을 웃돌 정도로 지난해 부산지역의 신규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955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운대 신도시의 개발 계획을 보면 목표 세대수 3만3400세대 중 공급세대수의 57.5%가 60㎡ 이하로 구성됐다. 해운대 신도시의 인구는 개발 전인 1994년 461세대 1567명에 불과했다. 1996년 5월 신성아파트 등 8개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면서 인구는 급증했다. 신도시 이주가 본격화한 1997년 1만1151세대, 9만3546명에서 롯데4차아파트의 마지막 입주가 완료된 1999년 10만423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 2011년까지 10만 명대를 유지하다 2012년부터 9만 명 후반대에 정체돼 있다. 2015년 11월 말 현재 해운대 신도시에는 3만5457세대, 9만7782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신도시 개발 10년을 넘기면서 노후화된 집과 시설에 피로감을 느낀 주민들이 2006년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등 주변 지역의 개발 바람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충분한 녹지공간 및 생활편의시설과 함께 장점으로 꼽혔던 접근성도 주변 지역 개발과 해운대해수욕장의 발전으로 신도시를 떠나고 싶은 주요 이유가 될 정도로 나빠졌다.
젊은 층 중심으로 만들어진 개발 방향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1998년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4116명으로 해운대 신도시 인구 대비 4.2%였지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3년 6.2%, 2006년 7.3%, 2008년 8.1%, 2011년 9.0%를 넘어서 현재 10%에 육박한다. 고령화 사회의 기준이 되는 7%를 넘어선 해운대 신도시는 고령자 중심의 시설 및 정책이 필요하다.
■화명·정관·명지, 지역 발전 견인
부산 북구 화명신도시는 서부산권의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사상공단과 강서지역 개발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향후 서부산권의 개발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화명신도시는 화명2~4택지지구로 구분해 조성했는데, 화명3택지지구는 1996년에 조성이 완료돼 해운대신도시와 비슷하고, 화명4택지지구와 2택지지구는 각각 1999년과 2002년 완공됐다. 3개 택지지구의 면적은 193만여 ㎡이고, 수용 인구는 7만6000여 명으로 계획됐다. 1995년 2만9500여 명이던 화명신도시의 인구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9만6240명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화명신도시도 해운대신도시와 마찬가지로 65세 이상 고령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신도시 인구 대비 9.2%에 달한다. 이에 따라 노인 인구 관리는 화명신도시가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화명신도시의 경우 도시철도 2호선이 관통해 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생활 편의시설도 풍부한 편이지만 녹지공간이 부족하고, 여가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향후 신도시의 재개발 시 이 부분이 중점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장군 정관면 일원 416만 ㎡ 부지에 조성된 정관신도시는 2008년 조성사업이 완료됐다. 정관신도시는 조성 초기 기반 시설과 생활편의 시설의 미비로 아파트마다 미분양이 속출했고, 입주율이 크게 떨어져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기장군의 정책적인 노력과 기반 시설 확충으로 급속도로 인구가 늘었고, 지난해 11월 말 현재 7만1520명까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9월에는 정관면이 정관읍으로 승격하기도 했다. 정관신도시는 현재도 아파트 건설이 진행 중이어서 향후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관신도시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의 입주 연도가 2008년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 해운대신도시나 화명신도시 등에서 나타나는 노후 주택 문제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 인구 구성 역시 30, 40대가 주를 이뤄 노인 문제도 다른 신도시보다 훨씬 덜한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교통 여건이 좋지 못한 편이어서 향후 도시철도 연장 등을 통해 교통 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서신도시'는 명지신도시(오션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 신호주거단지 등으로 나뉜다. 오션시티는 이미 입주가 완료됐고, 명지국제신도시와 신호주거단지는 올해 입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서신도시의 입주가 모두 끝나면 6만6000여 명의 인구가 유입돼 서부산권 최대 규모의 주거단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기반 시설은 여전히 미흡하다. 도시철도는 고사하고 강서구 내부를 순환하는 대중교통 노선이 하나도 없다. 기존 시내버스 6개 노선은 경남 차고지에서 이 일대를 거쳐 사상이나 신평 일대로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강서신도시가 서부산권 개발의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및 기반시설의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 지속가능 성장 위해 민관협의체 꾸려 장기 청사진 마련을
한국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은 신도시 관리에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노후한 신도시를 재개발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는 프랑스와 일본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 수도인 파리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도시인 보비니 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파리로 몰려든 사람을 위한 노동자 주거지역으로 개발됐다. 보비니 시는 경관이나 지역의 정체성, 공간의 연계성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조성돼 주거환경은 갈수록 나빠졌다. 무분별하게 형성된 공원은 위협적인 공간으로 변했고 단지별 정체성 결여, 범죄 증가, 공동주택 유지보수 지연 등의 문제가 악순환됐다.
보비니 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협의회를 구성했다. 시와 주민, 정치인, 도시계획가 등이 모인 '보비니 재개발 아틀리에 ABC'가 그것이다. 이 협의회는 보비니 시의 재개발을 전담하고 토지매입, 용도지역 변경, 도로 구획, 시설 유치 등 행정적 체계를 집중해 막강한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 이후 노후한 신시가지는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일본의 고호쿠 뉴타운은 1960년대 도쿄와 요코하마 등 대도시의 인구가 급증하고, 주택난이 가중되면서 개발됐다. 고호쿠 뉴타운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발계획 발표 이후부터 현지 주민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사업 결정 이후부터 시민들 위주로 결성된 개발협의회는 시와 시행주체인 공단과 연합해 '사업추진연합 협의회'를 결성했다. 협의회는 개발계획과 조성공사 등 사업의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눴고, 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해운대신도시나 화명신도시가 앞선 두 도시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신도시의 경우 지속가능한 성장관리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관리조직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 황영우 연구원은 "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주민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협의체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2> 김해 장유·진영
- 사통팔달 교통 인프라 활용
- 김해 부도심 양대축 부상
- 장유는 남부생활권 중심지
- 진영은 서부권 구심점 역할
- 김해 인구 53만 견인 톡톡
- 원주민과의 이질감 극복 필요
경남 김해를 대표하는 장유·진영신도시는 한때 평범한 시골이었지만, 이제는 김해시 인구 증가를 견인하는 '간판'으로 변신했다. 김해시는 오는 2020년 인구 60만 명 돌파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들 신도시가 양대 축을 구성하며 구심점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김해시는 장유를 남부생활권 중심지로, 진영을 서부생활권 중심지로 각각 삼아 도시 가꾸기에 나서고 있다. 장유는 부산과 창원에, 진영은 팽창된 진영읍과 창원 인접 지역에 있는 점 덕분에 인구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며 현재 시 인구 53만 명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 신도시는 구도심과는 달리 녹지와 넓은 도로, 쇼핑공간 등이 잘 갖춰진 계획도시라는 점에 힘입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상가와 일부 구간의 좁은 시가지 도로 등은 '옥에 티'로 지적되고 있다.
■ 장유신도시, 사통팔달 교통 요지
장유신도시가 들어서기 전 장유면 일대는 김해평야에 속한 평범한 농촌 지역이었다. 부산과 창원을 잇는 교통 요충지라는 점을 눈여겨본 시는 이 일대를 남부권 개발의 축으로 삼기로 한다. 특히 당시 장유에는 롯데가 추진하는 매머드급 장유관광유통단지(아울렛, 워터파크 등)의 부속 건물이 속속 들어서는 과정이어서 가장 큰 개발 호재로 작용했다.
20년 전인 1994년 첫 삽을 떴던 장유신도시는 1단계 장유지구 개발사업, 2단계인 율하지구 사업,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3단계 율하2지구 사업으로 구분된다. 2단계 사업이 모두 끝난 현재 장유신도시 인구는 13만 명에 달한다. 1994년 7000여 명에 불과했던 장유면 인구가 19배나 늘어났다.
장유신도시가 지닌 최대 장점은 쾌적한 공간과 어디로든 연결되는 사통팔달형 도로에 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율하천은 구불구불한 모양을 한 자연형 하천으로 시내를 관통해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율하천 주변은 시민들이 걷기운동을 하기 좋도록 둘레길이 나 있어 여름밤이면 산책하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하천 한쪽으로는 커피숍과 각종 디저트를 파는 율하천 카페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고 있다. 인근에 롯데가 지은 전국 최대 규모의 아울렛(극장 포함)과 워터파크가 자리 잡고 있어 쇼핑,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현재 3단계 율하 2지구가 막 개발에 들어간 상태여서 오는 2019년 완공 후 장유신도시 전체 인구는 18만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한다. 경남지역의 웬만한 시 단위의 인구 규모와 맞먹는 셈이다.
최근 인근 남해고속도로가 왕복 8차로로 확장됨에 따라 율하 2지구에서 부산 초입까지 자동차로 15~20분이면 갈 수 있어 부산지역 인구 유입도 점쳐진다. 앞으로 이곳에서 창원(옛 진해) 웅동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개설될 경우 부산항 신항 근무자들의 베드타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 서부권의 핵심 도시 진영신도시
전통적인 철도교통 요충지인 진영신도시는 읍 인구가 팽창하면서 신도시로 조성된 경우다.
진영 지역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등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이 스민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한 국회의원이 진영역 이름에 노 전 대통령 이름을 병기하자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진영읍은 원래 마산~밀양~부산을 잇는 철도교통의 요충지로 물류와 유동인구가 많던 곳이었다.
신도시는 1999년 9월 1단계 사업으로 시작돼 2006년 완료됐고, 2단계는 2006년 10월 공사에 들어가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그 덕분에 2만여 명에 불과하던 진영읍 인구는 16년 만에 4만5000여 명(구도심 포함)으로 배 이상 불어났다. 인근 죽곡, 본산, 하계 농공단지 근로자의 유입이 늘고 있고 창원지역에서 인구가 유입된 데 따른 결과다.
창원 쪽은 지난해 5월 경남도청과 진영~밀양을 잇는 국도 25호선이 신설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과거 도청에서 진영읍까지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렸지만 신설 도로 개설 덕분에 15분이면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연유로 전체 인구 가운데 창원 쪽에서 넘어온 인구도 30%에 달한다고 장유읍사무소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6개 아파트의 허가가 난 상태여서 2018년 이후 인구는 6만5000여 명(구도심 포함)을 넘을 전망이다.
진영 신도시의 최대 자랑거리는 주변에 KTX가 다니는 진영역이 있다는 점이다. 김우식 진영읍장은 "주민들이 주변에 KTX가 다닌다는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 안 에 진영지역 인구는 7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여느 도시 부럽지 않은 개성을 갖추면서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부족한 기반시설, 구도심과의 격차…극복해야 할 문제점
경남 김해 장유·진영 두 신도시가 김해를 대표하는 성장 엔진으로 발전 중이지만 급성장한 탓에 그림자도 있다.
장유는 주거지(아파트 포함)와 상가 비율이 6 대 4로 추진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상가가 많이 배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가에 입점한 소규모 점포 업주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인 데다 아직 들어서지 않은 채 공터로 남은 상가 자리도 적지 않다.
율하지역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중심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좌우로 소규모 상가가 한 줄로 연결된 구조다.
중심상가에서 김밥집을 하는 김모(47) 씨는 "한마디로 장유신도시는 상가가 너무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탓에 주말이면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나버려 도심이 텅 비게 돼 장사를 공치는 일이 잦다"고 털어놨다.
장유3동 주민센터 앞에서 아울렛 쪽으로 연결된 외곽도로는 중심도로임에도 대부분 왕복 2차로에 불과한 탓에 낮에도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진다.
진영신도시 역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다.
새로 완공된 2지구 일부 지역과 기존 신도시 사이를 왕복 6차로 도로가 지나가는 바람에 지역민의 불편이 작지 않다. 앞으로 육교를 세울 예정이지만 이곳에서 육교를 지나 학교에 다닐 초등학생이나 노인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진영 지역 내 신도시와 구도심과의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도 14호선 건너편 진영 구도심은 낡은 주택이 많고 아파트 시세도 3.3㎡당 600만 원대로 신도시 700만~800만 원에 비해 낮다. 스포츠센터와 노인복지시설이 없어 주민들은 자주 김해시에 이를 해결해 달라고 건의하지만 예산 확보 문제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장유 및 진영신도시와 기존 김해 구도심 주민 간 정서상 이질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장유와 진영 두 신도시 주민의 상당수는 창원이나 부산 출신이어서 지역적 동질감이 거의 없다.
김해시 관계자는 "김해 구도심 지역과 신도시 간 이질감을 해결하기 위해 상호교류방문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3> 양산 물금
- 인구 폭발적 유입으로 구도심 교육·문화·상권까지 흡수
- 부산도시철도 2호선 연장개통
- 주거 여건 좋아지며 인구 몰려
- 신규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
- 도서관 등 편의시설 확충하고
- 구도심과의 양극화 해소 과제
경남 양산시 물금읍 일대 양산신도시는 사실상 양산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양산신도시 인구는 최근 7만 명을 넘어섰다. 양산 13개 읍·면·동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또 각종 상가는 물론 도서관 등 공공시설도 양산신도시와 주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상권은 물론 의료기관, 우수 학군 등이 양산신도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산신도시를 '양산의 강남' '양산의 별천지'로 부를 정도다. 양산신도시가 지역의 교육과 문화, 유행을 전파하는 선도 도시로 우뚝 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신도시와 구도심 간 지역 격차 심화 등 신도시 조성에 따른 그림자도 있어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 '양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까닭
양산신도시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7만여 명이다. 전체 계획인구(15만2000여 명)의 절반 이상이 입주한 상태인데, 유입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인구수는 양산 전체 인구(30만 명)의 30.4%를 차지해 양산 인구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양산신도시는 최근 부산도시철도 2호선 연장 개통 등으로 주거 여건이 좋아지면서 새로 지은 아파트는 3.3㎡당 분양가가 1000만 원을 넘어설 정도다.
양산경찰서와 양산교육지원청이 원도심에서 신도시 인근 물금읍 범어택지단지로 새 청사를 지어 이전했다. 헬스장과 수영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갖춘 양산국민체육센터와 양산시립도서관도 신도시 주변 물금읍 가촌리 일대에 새로 문을 열었다.
양산시외버스터미널이 2009년 원도심에서 신도시로 옮긴 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과 대형 상가 역시 신도시에 잇따라 들어서면서 지역 상권도 양산신도시로 완전히 넘어온 상태다.
이처럼 양산신도시가 지역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우수 학군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인구 집중에 맞춰 양산시는 신도시 주변 낙동강 둔치 187만 ㎡에 대단위 황산문화체육 공원을 단계별로 조성하기로 했다.
■ 각종 민원 속출, 대책 마련 시급
양산신도시 음식점 밀집지의 주차공간이 태부족해 저녁 식사시간을 맞아 이곳에 온 차량들이 도롯가에 무단 주정차를 일삼고 있다.
양산신도시가 지역 중심지로 부상하는 데 따른 문제점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먼저 신도시 인구 집중에 따른 각종 편의시설 부족이다.
양산신도시 인구가 7만 명을 넘어섰음에도 도서관은 양산시립도서관 한 곳뿐이다. 이 도서관은 열람실이나 도서 대출, 문화센터 등 시설 이용자를 하루 1500~200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시설 이용 신청자는 수용인원의 배가 넘는 3000여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도서관의 문화센터 강좌는 수강신청 공고를 내자마자 정원이 차 상당수 시민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연인원 400만여 명이 찾는 양산 최대 시민공원인 양산신도시 워터파크도 주차공간이 태부족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양산신도시인 물금읍 범어리 일대 14만7000㎡에 호수와 분수대 등 시설을 갖추고 2010년 3월 개장한 이곳에는 평일 3000~5000명, 주말이면 1만 명 이상이 찾는 등 가족 단위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주차공간은 12면이 고작이다. 결국, 이용객들이 인근 도로에 불법 주차를 일삼아 교통체증을 빚는 것은 물론 사고위험도 크다.
양산신도시 일대 음식점 밀집 지역의 주차공간 부족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양산신도시 내 범어민원사무소 일대 주택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 활성화 차원에서 점포 겸용으로 지정해 분양했다. 주차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음식점이 잇따라 문을 열었고, 이 때문에 점심과 저녁 등 피크 시간대만 되면 각종 차량이 왕복 4차로의 좁은 도로에 주정차를 일삼아 차량 통행 문제를 놓고 운전자들이 승강이를 벌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구도심 초교는 학생 유치 급급
양산신도시 3단계 지역에서는 아직 20여 개 아파트 단지가 착공 중이거나 신축될 예정이다. 따라서 오는 2019년이면 양산신도시를 포함한 물금읍 인구가 지금보다 3만 명 많은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구 급증에 따른 각종 편의시설 확충은 이를 뒤따르지 못해 앞으로 더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
양산신도시의 급성장과 반대로 원도심은 인구가 급감하는 등 두 지역 간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는 것도 문제다. 양산신도시로 상권 쏠림이 심화되면서 구도심 상가는 이용객이 종전보다 40% 이상 줄어 문을 닫는 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또 양산신도시에 있는 학교는 학생 수 증가로 일부 학교는 학급당 40명을 넘어설 정도다.
이와 달리 100년 역사의 양산초등학교 등 일부 구도심 학교는 학군 조정으로 인근 학교 학생을 유치해 폐교 위기를 면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서관 등 각종 편의시설 확충을 서두르고, 신도시 일대 주차난 해결을 위해 공용 주차장 확충과 음식점 밀집지에 대한 주차 규정 강화를 명시한 조례 개정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부산도시철도 양산선 2호선에 이어 오는 2021년 양산선 1호선이 개통돼 양산신도시 인근 양산공설운동장에 1·2호선 환승역이 들어서는데, 이를 계기로 신도시와 구도심을 모두 발전시킬 시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7만 명 돌파한 물금읍, 읍장 직위도 높아졌죠"
양산신도시의 성장 과정에는 이 신도시를 직접 조성하는 데 나선 LH와 양산시 외에도 묵묵히 행정적인 뒷바라지를 해 온 관할 물금읍사무소의 역할도 컸다.
양산신도시는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3단계까지 합치면 아파트만 4만7000가구가 들어서는 곳이다. 웬만한 소도시가 새로 들어서니 이런저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사업 기간도 20년이나 된다. 이 때문에 물금읍사무소는 공사 과정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민원을 현장에서 가장 먼저 접하고, 일차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은 기본. 이 외에 적은 인원으로 폭증하는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고단함도 감수해야 하지만, 이러한 읍사무소 직원들의 노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박용관(사진) 물급읍장은 "양산신도시 조성으로 읍 인구가 7만 명을 넘어선 덕택에 읍장 직위 역시 4급 서기관으로 한 단계 오르게 돼 보람을 느낀다. 직원들이 많이 고생한 결과"라고 소회를 밝혔다.
양산신도시 인구는 오는 2020년이면 지금보다 6만 명가량 늘어나 계획 인구(15만 명)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읍장은 "각각 1곳에 불과한 시립도서관과 국민체육센터로는 급증하는 양산신도시의 기반시설 욕구를 충족하질 못한다. 읍사무소도 주민자치센터에서 현재 12개의 문화강좌를 운영하는데, 시설 부족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의 집 등 문화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어택지단지 등 물금읍 내 구도심지 상권이 양산신도시 조성으로 크게 위축돼 구도심 주민의 상실감이 크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신문 20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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