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순례 - 루오전 /최예태

[편집실]

미술관 순례

색채의 연금술사 루오전을 보고

                                                                                                                         최예태 (서양화가)

지난 2009년 12월 15일부터 3개월하고도 2주 동안이나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던 세계적인 거장 조르주 루오의 종교화는 신앙적 열기로 활기가 넘쳐흘렀다. 옛날 같으면 3개월을 배를 타고 프랑스로 가지 않고는 꿈도 못 꾸던 대거성의 진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적인 사건인 것이다.

그만큼 프랑스 문화정책의 성숙함과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의 수준이 질적으로 향상되었음을 감지 할 수 있어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가람미술관 2층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프랑스 문화의 위용과 주도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질퍽한 유화 물감의 자유분방한 유희로부터 가슴에 와 닿는다. 조르주 루오!  평생을 숭상해오던 그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감회가 한꺼번에 확 밀려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벽면에 굵은 활자가 박혀 있는데 그 내용은 <저 광대의 모습은 바로 나를 그린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광대 일지도 모른다.>라고 루오의 말을 적어 놓았다. 루오의 작품에 대한 나의 느낌과 인상을 감히 표현한다면 한없이 깊은 굵직한 선이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같이 굵은 검은 선으로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다. 그 굵직한 검은 선이 우둔함이 아닌 속도감과 패기로 넘친다. 또한 유화 질이 가진 마티에르의 경쾌함과 매혹적인 도드라진 질감 표현의 속도감을 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얼핏 보아서는 무디고 둔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나 전체를 파악하고 세부를 관찰해 보자면 지극히 민감하고 첨예한 분필선 같은 활자까지도 장난 끼가 엿보일 정도이다.

그는 대상을 표현함에 있어 디테일을 취급하지 않았다. 오직 전체의 큰 덩어리가 우선이었고  그가 무엇 때문에 고뇌하였는가를 직감할 수 있게 된다. 한가람미술관의 역사상 루오전 만큼 품위 있는 권위와 디스플레이는 보지 못하였다. 이번 루오전을 주관한 서울신문과 프랑스 국립퐁피루센터, 주한 프랑스대사관, 주한 프랑스문화원,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루오전 작품의 분류는 91점의 종교적 인물화와 풍경으로 구성되었으며 58점을 흑백으로

종이 에칭과 애쿼틴트 17점의 종이에 유채 잉크 및 괏슈로 된 작품 총 166점을 전시하고

있다. 그 명제를 살펴 볼 때 견습공(자화상) 퍼러이드, 광대, 발표자, 곡예사, 부상당한광대,

기둥에 묶인 그리스도, 붉은십자고상, 십자가의그리스도, 두 도둑사이의 그리스도, 예수는 언제나 십자가에 있을 것이다, 애처롭도다, 환한 달빛아래의 해골 등 수많은 작품들이 그의 종교적인 정신과 관련된 작품들이다.

심지어 풍경화에까지도 교회가 배경에 깔리고 그 앞에 순교자와 그리스도가 등장한다. 어느 측면으로 볼때는 야박스럽지만 루오의 순수 회화는 없다 할 정도이며 루오의 흑백시대 판화나 에칭에는 너무도 검고 암울하다 할 수 있겠으나 그 속에 종교정신이라는 커다란 배경이 있어 오히려 돋보일 수 도 있을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의 종교화의 어둠과

무거움 보다는 활기찬 퍼레이드(parade) 1907~1910년 작, 종이를 덧댄 캔버스에 유채 수채화 잉크 및 파스텔을 동원한 합성재료를 사용한 작품인데 루오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으로 선택하고 싶다. 퍼레이드가 나에게 가장 감동을 주는 것은 우선 콤포지션의 완벽성에

있다. 북을 치는 힘과 속도감 부제인물 광대의 빠른 동작의 숨막힘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자유분방한 그의 필치는 1세기가 지난 현대작가의 싸인을 해놓아도 손색이 없으니 말이다.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는 순간적인 포착이다.

루오는 1871년 5월 27일 아버지 알렉산드르 루오와 어머니 마리-루이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18년 연초에는 위비영감의 재림을 위한 작업에 전념한다. 회화에 있어서 루오는 유화를  다시 그리기 시작하고 매우 다양한 색체로 종교적 주제를 다루었다.

1927년 59점의 미제레레 판화를 완성하고 예술에 대한 사랑에 모네를 향한 경의의 글을 쓰기도했다. 루오는 종교적 성격의 작품들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에 대한 관심을 자주 갖는다. 루오는 1926년에 <기독교도로서 나는 이 무모한 시대에 십자가의 예수만 믿는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1951년 레지옹 도뇌르 3등훈장(꼬망되르 드라 레지옹 도뇌르)로 격상되었으나 학사원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 6월 6일 루오 80세를 기념하는 프랑스 지식인 카톨릭 중앙회는 사이오 중에서 루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모임을 가진다.

1952년 7월 9일~ 10월 26일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루오에게 국가적 경의를 표하는 마지막 전시실에 루오는 가을야경, 어린아이들을 내게 오도록 그냥 두시오, 석양기독교 야경 등의 최근의 물감이 마르기도 전의 작품 4점을 전시하였고 루오 작품들은 계속적으로 미국과 일본 한국에 까지도 세계적으로 많은 전시를 열어 호평을 받아왔다. 1956년 아카데미 종려나무 훈장<오드레데팔드 아카데믹>을 수상하였으며 1957년 레지옹 도뇌르 문예부문 3등훈장 (꼬망되르 드로 데자르메 데레트로)으로 격상된다. 1958년 연거푸 많은 상을 휩쓸던 루오는 2월 18일 향년 87세를 일기로 서거하였다.

그후 2월 17일 생제르멩 데프레 성당에서 성스러운 프랑스 국장으로 장례식 행사를 치루게 되었다. 그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갔으나 그가 남긴 많은 작품과 종교화가로서의 푹넓은 사고와 종교적 정신이 함축된 살아 숨 쉬는 화혼의 맥은 영원토록 우리들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최예태  CHOI YE-TAE

국전 추천작가, 초대작가 지정

대한민국 미술대전심사위원, 운영위원장

현재

국가 보훈예술협회 상임 고문

KAMA 한국현대미술가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