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교육 이야기(박성숙)를 부러움과 한숨으로 읽어내다.
2013.8.31 여산 김진철
두 서너명 이상의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가급적이면 두 가지 주제는 거론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하나는 정치고 나머지는 종교 얘기다.
요즘에는 허탈하게도 한 가지가 더 추가 되었다고 한다, 바로 우리나라 교육에 관한 것이다. 문제만 산더미처럼 쏟아낼 뿐 해결책이 잘 보이질 않으니 정치와 종교의 반열에 교육문제가 동격을 이루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자녀를 둔 이들이나 그렇지 않거나를 떠나서 전 국민적인 근심꺼리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 반해 독일교육이야기는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방식의 방편들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먼저, 아이들의 일상과 밀접한 실제적인 교육이 인상적이다. 가령 자전거 면허증제도 등은 단순히 자전거를 타는데 그치지 않고 관련 법규와 부품의 명칭, 수리까지도 포함하는 교육이 인상적이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제조업강국인 독일의 그 뿌리에는 초등학생도 자전거 부품의 명칭을 알게 하는 그들의 교육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특별함을 느낀 부분은 우리나라 TV의 아침마당이나 주부교실에서나 등장할만한 주제인 행복을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이다.
김나지움의 에른스트 프리츠슈베르트 교장은 “행복 수업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자아에 대한 신뢰, 사회적인 책임감등을 학습함으로써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해 질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며, 이러한 수업을 통해 지식을 추구하는 단순한 학습 방향에서 벗어나 교육 본래의 목적을 회복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P39)
단편적인 지식추구의 학습이 아닌 교육 본연의 목적을 회복하는 교육은,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교육인데, 우리의 현실은 더 많은 영어단어와 더 많은 수학문제를 풀어야 행복해진다고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오늘날 독일이 모든 종목에서 스포츠강국의 위치를 점하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데, 영어는 선택이지만 체육은 필수과목으로 정한 그들의 비결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역시 우리나라 소수 엘리트 위주의 선수육성 방식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독일교육의 특징은 글쓰기가 기본이 되는 비평과 분석이다.
미술수업조차도 절반의 시간은 비평문을 쓰게 하고 시와 영어조차도 서술식의 답안을 제출하는 시험을 치른다.
글을 잘 쓰기위해서는 독서가 기본이 돼야만 가능하다, 지난 유럽여행 때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광경이, 혼자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기내서도 독서 하는 이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비평과 분석을 요구하는 교육은 정답을 요구하는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교육이다. 이는 영어의 Education이 라틴어 Educatio에서 유래된 것으로 ‘빼낸다’ ‘끌어올리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내부적 능력을 계발시키고 미숙한 상태를 성숙한 상태로 만든다(두산백과 발췌)는 의미를 상기해 보면 독일교육 방법이 진정한 교육의 모범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숨을 쉬게 하는 우리교육은 어떤가? 수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그 범위도 다양한 학습을 하지만 교육다운 교육, 학문다운 학문을 습득하는 교육이 되고 있는가에 회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 다수가 아닌가?
초중고 교육은 오로지 좋은 대학 입학에 맞춰져 있고, 좋은 대학은 좋은 직장, 즉 공기업이나 대기업등 안정된 삶이 보장되는 경유지로 전락해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전경련 부회장과 전직 대기업CEO가 대학 총장으로 취임하는 수년간의 흐름은 대학이 더 이상 순수한 학문의 장으로써의 기능이 불가능함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한예슬(한예슬선언으로 유명)같은 용기 있는 젊은이들을 우리 사회에서는 더 이상 만나기 힘들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사슬에 견고히 편속된 우리의 교육현장은 정글로 전락한지 오래고 끊임없는 줄 세우기와 고지탈환을 위한 중단 없는 전진에서 승리하는 자만이 교육의 승자라는 칭호를 받는다. 이러한 경쟁 시스템이 과연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까?
핀란드 교육장관의 TV인터뷰 내용이 지금도 선하다.
“어린 학생들을 지나친 경쟁에 노출시키는 것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속의 경쟁에서 국가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단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개인 간의 경쟁은 국가의 에너지를 소진 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의 우리교육에 다수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어 더디지만 변화들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나 역시 희망을 가지며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각종 직업에 있어 보상체계의 편차를 줄여 나가는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을 실현해보면 어떨까? 예컨대 덴마크는 의사나 벽돌공의 수입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스웨덴은 교수나 버스기사의 보수 차이가 크지 않다, 핀란드는 국회의원과 공장노동자의 수입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러한 다수의 예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직업에서 보상체계의 편차를 줄이면 돈이 목적이 아닌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에 따라 직업을 선택 할 것이고 그러한 개인들의 적성들이 발휘되는 국가는 전체적인 직업의 만족감과 국가 경쟁력이 극대화 될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북유럽이나 유럽의 다수 국가가 높은 수준의 조세부담과 보편적 복지를 시행함에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운영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앞서 열거한 보상체계의 편차를 줄이는 문제나 기타 사회제도의 개혁에 앞서 정치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원화되고 모든 사안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교육문제 역시 그것만 따로 떼 내어 정답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교육을 비롯한 제도의 개혁에 선행되거나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 정치의 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