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중년의 뒤죽박죽 배낭여행기 26(베트남편)하롱베이

[비그친날]

해변에서 담배를 한대 피우고, 호텔로 들어서는데 한무리의 여행자들이 호텔을 나서 선착장으로 향한다.
전날 도착해서, 오늘 일정을 끝내고, 보트에서의 1박을 위해 호텔을 나서는 팀이다.

그때 누군가 '야~!!! 여기서 만나네요'한다.
난 갑자기 들려온 한국말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세상에 텐진항에서 북경올때 만났던, 눈치빠른 홀로돌기 아저씨가 거기에 서있는게 아닌가...
이분 나를 보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더니 왜 혼자냐는 표정으로... '일행 없어요??'
중국 '상하이'에서 헤어지고, 혼자 여행중이라고 했더니... 의미있는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이 양반 팀에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몇명 보인다.
남은 여행 잘하시라고 인사를 하고, 짧은 만남을 끝냈다.

방으로 들어오니 '애니카'는 샤워를 끝내고 옷도 갈아입었다.
나도 서둘러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1F 식당으로 내려오니, 모두들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일행들과 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TV에서 우리나라 쇼프로를 방영한다.
아마도 무슨 뉴스프로그램 같은데 자료화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때 다른 투어팀들과 함께 옆 테이블에 있던, 한 친구가 한국프로그램이라고 말을 한다.
'어~!! 웨스턴이 별걸 다 알고있네...'하고. 궁금해서 그친구를 봤다.

이친구는 '스티브'라는 미국인이다.
보스턴에서 온 친구인데. 1년간 한국에서 영어강사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형과 사업을 했는데,
별 재미를 못보고, 머리나 식히자고 여행중이란다.

이 친구도 나를 보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대뜸 '안녕하세요'한다.
이 친구가 속한 투어팀은 나이든 부부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이친구 자연스럽게 우리투어팀과 어울리게 된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한국어도 상당히 잘하고,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호텔 옆으로 자리잡은 가게로 갔다.
이곳은 다운타운에서 떨어져 있어서 Bar같은 시설은 없다.
맥주라도 한잔 마실려면, 호텔식당에서 마시던가, 호텔옆에 있는 이 가게를 이용해야 한다.
가게들은 야외테이블을 펼쳐놓고, 관광객들에게 맥주며 음료수를 판매한다.

일행중에서 네델런드 부부커플은 방으로 올라가고, 또다른 네델란드 커플과 호주 신혼부부팀이 합류했다.
'애니카'는 다른 투어팀과 다운타운 구경을 간다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갔다.
미국에서 온 '스티브'까지 우리 여섯명은 하노이맥주를 한병씩 들고 건배를 했다.

'스티브'에게 한국 어디에서 영어강사를 했냐고 물었더니, '화정'에 있는 학원에 있었단다.
헉~@@!!! 나 일산에 살고있다고 했더니, 이녀석도 깜짝 놀란다. 일산 너무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참... 세상은 역시 넓고도 좁은 곳이다...

어쨌든 이친구 덕분에 일일이 한국에 대해서 힘들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녀석이 자연스럽게 대화중에 한국에서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다 보니까... 따로 얘기해줄게 전혀없다.
내가 너희 웨스턴들은 영어뿐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쉽게 배울수 있어서 좋겠다.
우리는 영어를 배우는데 사실 엄청나게 힘드고, 어떤 발음들은 노력해도 안된다고 했더니...
네델란드친구가 그대신 너도 같은 아시안이니 베트남어나 중국어등을 배우기 쉽지 않냐고 묻는다.
옆에서 듣고있던 '스티브'가 나보다 먼저 정색을 하고,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완전히 다른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배우는 것과 똑같다, 어떤 인센티브도 없다고 말해준다.
이런식이니... 난 정말 편하게 대화 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싫든 좋든 영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느끼게 되는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네이티브스피커들과의 대화가 훨씬 편하다.
그들은 발음이 엉성해도, 문법상으로 틀린 문장이라도 의미를 이해한다.
아마 우리나라말 엉성하게 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와 똑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영어로 대화하면서 더 신경써서 발음해야하고, 더 문법에 얽메이게 되는게 그 이외의 웨스턴들...
마지막으로 제일 힘들고, 신경 많이 쓰이는게 우리 아시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쪽이 아닐까...???

이 친구들과 한참을 서로의 여행담을 얘기했다.
호주에서 온 허니문커플은 말레이시아를 거쳐 캄보디아를 통해 베트남을 여행하며 하노이까지 왔다고 한다.
호주사람들은 신혼여행을 대부분 유럽으로 가는데 자기들은 아시아를 택했는데, 최고란다.
이 친구는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던 야간에 우리나라의 남쪽과 북쪽을 촬영한 사진을 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정일은 미친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한다.
같이 살아 볼 생각이 없이, 모두 죽자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정신병자라고 한다.
같은 한반도에 살고있는 우리는 그렇게 위기의식이 안생기는데... 외국인들은 북한핵에 무지하게 민감하다.
그런걸 보면... 우리는 정말 무뎌진 것 같다. 50년을 위기속에 살다보니...

네델란드에서 온 커플은 여자는 의사라고 한다. 남자는 약간 터키계 같은데, 디자인쪽에서 일을 한다.
이 두사람은 '방콕'으로 들어와서 '하노이'까지 비행기로 왔다고 한다.
이제 '베트남'을 종단하여, '캄보디아'를 거쳐 '방콕'까지 한달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스티브'는 '방콕'에서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을 거슬러 올라왔다. 이제 '라오스'로 넘어간다.
나도 이제 '캄보디아'를 거쳐 라오스, 태국을 갈 계획이고, 중국에서 한달간 여행하고 넘어왔다고 하니...
모두들 나의 여행에 환성을 지른다. Big trip이라며, 너무 부러워한다.
그런 모습을 보니 한달씩 휴가를 받는 넘들이나, 1주일 휴가를 감지덕지 받는 사람이나...
여행에 목마르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운타운으로 마실 나갔던, '애니카'도 돌아와 합류했다.
'애니카'가 말하기를 한국인들은 왜 여행을 하면서 한국인들끼리만 다니냐고 묻는다.
엥~!!! 이건 또 무슨소리???
'애니카' 이야기를 빌자면, 중국에서부터 한국인 여행객들을 봤는데, 거의 대부분 한국인들끼리 다녔단다.
가끔 일본인들인들과 같이 다니는 한국인들을 본거 전부란다.
그럴수 밖에 없는거 아니겠냐고 얘길 해주었다.
아직까지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가난해서 젊은이들이 여행을 즐길수 있을만한 나라가 많지않다.
'애니카'도 그건 알고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여행을 즐길만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홍콩정도를 꼽는다.
너희들이 여행중에 만나는 아시안보다 웨스턴한테 말을 걸기 편하듯, 우리도 그런거 아닐까??로 설명했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아시안은 우리나라와 일본인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단체여행을 다니는 중국인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자유여행을 하는 중국인은 보기 힘들다.
가끔씩 홍콩이나 싱가폴에서 온 중국인들을 볼 수 있고,
요즘들어서는 말레이시아 여행자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어서빨리 아시아가 세계의 주류가 되어서 그동안 높이 쳐들고 다니던 웨스턴들이 코를 낮추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내일을 위해서 자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왔다.
'애니카'가 어제 나와 헤어진 뒤에 박물관에 갔다가 공금녀일행을 만났다고 한다.
난 그렇지않아도 '라오카이'에서 싫은소리를 하고, '하노이'에서 그렇게 헤어져 맘 한구석이 찝찝했다.
어디에 묵고 있는지 아냐고 했더니.. 그건 안물어봐서 모르는데, 연락할 일이 있냐고 묻는다.
그건 아니고, 그들에게 '하롱베이'투어 정보를 주고 싶어서 그런다고 했더니...
'애니카'가 알려줬단다. 여행자거리를 다 뒤져서 베스트를 골랐다고... 다행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7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8시부터 '캇파'트렉킹이 있다.
그리고 12시에 보트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두시간의 카약킹 과 'Monkey island'관람후 다시 섬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바다에서 밤을 보내기 위해 다시 보트에 오르는 일정이다.

나는 '애니카'를 깨우고, 먼저 샤워하라고 하고, 해변으로 나와 아침해변을 산책했다.
조용한 해변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배를 타고 움직이는 어부들이 정적을 깬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8시에 출발한다고 했던 트렉킹은 30분이나 늦게 출발했다.
게다카 트랙킹포인트에 내리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난 지나다가 바나나 나무에서 커다란 잎을 하나따서 우산대용으로 쓰고 갔다.
내가 비맞는건 상관이 없는데 메고온 카메라가방이 방수가 되지않아 걱정이다.
어차피 다시 돌아올 길이라 편하게 다녀오려고, 카메라가방만 들고왔는데 비가 내린다.

빗속의 트레킹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온 시간은 11시가 다 되어서다.
방은 아침식사후에 체크아웃을 한 상태여서 옷을 갈아입을 곳도 없다.
대충 물기만 닦고, 오늘 하루는 버티기로 했다.

11시경에 처음 우리가 타고왔던 보트보다 작은 보트를 타고, 카약킹을 하기위해 바다로 나섰다.
30분 정도 걸려서 바다에 떠있는 마을에 도착한뒤 2인1조로 카약에 올랐다.
나는 앞에 '애니카'는 뒤에 앉았다. 그런데 얘가 노를 안젓는다. ㅡㅡ;;
뒤에서 노를 저어야 힘이 덜든데... 앞에서 노를 저으려니 정말 힘들다.
그래도 남자라고 힘든내색 안하고 저어갔다.

정말 잔잔한 바다를 헤치고 한참을 저어, 자그마한 해변이 있는 무인도에 카약을 정박했다.
하긴... 이곳 하롱베이의 섬이야 몽땅 무인도 아니겠나...

그곳에서 20분정도 수영을 하며, 놀다가 다시 카약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투어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바위섬 밑으로 뻥 뚤린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을 벗어나자 다시 펼쳐진 바다...
이게 '하롱베이'의 매력이다. 밖에서 보면 커다란 바위섬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분화구처럼 가운데가 뻥뚤린, 병풍을 둘러친 듯한 섬이다.
그러다보니 파도도 없고, 바람도 없다. 커다란 호수에 떠있는 느낌이다.

카약킹을 끝내고 보트로 돌아왔을때 나는 힘이 쪽 빠졌다.
다들 'Monkey island'를 간다고 한다. 3$인가 추가요금을 내야한다는데...
난 피곤해서 그냥 보트에서 쉬겠다고  했다. 사실 별로 볼 것도 없어보이고...
그다지 크지도 않은 섬인데... 저런 섬에 원숭이가 자연적으로 왔을리도 없고...
이 인간들이 돈 벌 목적으로 풀어놨을 것 같아서 그냥 보트에서 쉬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저녁노을이 질때쯤에야 '캇파'섬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호텔에 보관했던 짐을 찾아 투어보트에 오르기위해 선착장으로 갔다.
새로운 투어팀을 선착장에 내려놓고서야, 우리는 보트에 오를 수 있었다.
다시 방을 배정받고, 이곳에서도 나의 룸메이트는 '애니카'이다. ^^
이 독일처자는 무슨 인연이길래... 나와 2박3일짜리 동거를 하는걸까...??? ^^;;

보트에서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를 마친뒤에 상갑판으로 올라가 베드체어에 몸을 뉘였다.
주변은 벌써 어두워졌고, 배의 흔들림을 최소화 하고자, 투어보트 몇척이 서로 선체를 묶은채 정박해있다.
옆 보트에서도 한무리의 투어팀들이 왁작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밤하늘 가득히 별이 떠있다. 정말 오랜만에 은하수도 보인다.
맥주를 한모금 마시고,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여행기간 : 2006년10월17일 ~ 12월09일) 

'캇파'섬의 해변에 있는 선상가옥...

무엇을 하는 걸까?? 배트남 전통배에 올라 작업중인 부부...

섬의 아침은 어부들이 깨운다...

저 멀리 섬들 사이로 아침햇살이 비친다...

트랙킹중 산중터에서 내려다본 모습...

계속 비가내려서 선명한 사진이 나오질 않는다.

트랙킹중 보았던 '캇파'섬의 바위봉우리...

도봉산 인수봉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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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길]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