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비가 그친 양평은 강과 계곡이 온통 물안개로 뒤덮여 몽롱하고 신비스러운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종자골밭은 퍼부어진 비가 그대로 고여 질펀해서 고추 토마토는 여기저기 썩어가기도 합니다. 들어가는 입구도 풀들이 자라나고 빗물에 휩쓸려 파헤쳐져 울퉁불퉁 보기 흉합니다. 놀러오는 사람들은 할일이 뭐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할일이 태산입니다.
잠시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밝은 햇살이 반갑고 고맙기는 한데 어찌나 뜨거운지 자꾸 그늘을 찾게 됩니다. 땀범벅이 된 청솔님께서 '시원한 얼음물 한잔 마시고 싶은데' 하십니다. 에구 어쩌나 !! 늦게 오는 바람에 물이 적게 필요할거라는 생각으로 조금 가져왔는데 거기다가 친구분들이 잠시 다녀가서 그나마 물마져도 동이 난 상태입니다. 미안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청솔님 얼굴을 바라보고있는데 마치 영화속의 원더우먼처럼 얼음물 한병을 들고 나타난 여인이 있었으니... 윗집 언니이십니다. 어찌나 반갑고 찡해지는지 달려가서 덥썩 얼싸안아봅니다. '텔레파시가 통했나봐요' '통할때 되지 않았어요' 목마를때 시원한 물한잔보다 더 귀중한게 있을까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신 두분에게 존경심까지 생깁니다.
윗집 두분은 우리가 배워야할점이 참으로 많습니다. 만날때마다 명랑하고 기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옵니다. 집으로 돌아갈때에도 꼭 예의바르게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합니다. 우리도 덩달아 큰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랫집 아주머니께 열심히 윗집 두분처럼 상냥하게 인사를 드립니다. 한번의 정겨운 인사가 얼마나 이웃간의 정을 돈독하게 해주는지 모릅니다.
하루종일 일하느라 힘들다고 점심도 준비해놓고 초대해주십니다. 음식솜씨뿐만 아니라 손님을 다정하고 가깝게 느껴지게 대해주니 스스럼없는 이웃입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세월만큼의 인간적인 관계의 부드러움을 느낄수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대단히 이기적입니다.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일이 많으니 한번 종자골에 오면 일하느라 정신이 팔려 누구를 위한 다른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미안한 마음은 드는데 직접 초대할 생각은 하지를 않습니다. 거기다가 때때로 과일이며 옥수수며 음료수까지 가지고 오십니다. 우리가 할수 있는일은 '고맙습니다' 나 아니면 싱싱한 야채 한줌 건네는 일입니다.
윗집을 올려다보면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윗집이 완성된 미술품이라면 우리는 이제 막 떨리는 붓놀림을 시작한 흰색 캔버스입니다.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할까 언제 할까 로 무궁무진한 의문부호를 품고있어 희망이 들끓는 땅입니다. 해야될일들이 올때마다 쌓여있어 노동의 기쁨을 배우게 하는 땅입니다. 지렁이, 개구리 , 무당벌레 . 여치 .메뚜기 ,잠자리 . 나비. 벌. 뱀까지도 열심히 살고있는 생명의 땅이기도 합니다. 함께 흘리는 땀으로 하나씩 하나씩 변화시켜가는 부부의 사랑밭이기도 합니다.
윗집을 올려다봅니다. 친절하고 고마운 두분. 시원한 얼음물 한병이 주는 이웃사랑에 감동받아 무더운 하루가 시원해진 하루였습니다. 집만 부러운게 아니고 두분의 마음 씀씀이가 더 부럽습니다. 배워가야겠지요.
|
첫댓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친절하기는 쉽지는 않은데, 우리보다 나중에 들어온 이웃은 인사도 먼저하고, 무엇이든지 대접 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어찌나 고마운지 배움이 멀리 있는게 아닌 것 같군요...
?집은 진정한 부자사람들입니다. 사람들과 어우러져 지내기를 좋아하고 베풀기를 즐겨하고 다른이들을 생각해줄줄 아는 지혜로운 부자입니다.우리도 다음주에는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것인가를 생각해 볼까요?
여름방학이라고 해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항상 종자골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홈페이지만 훔쳐보다 갑니다. 다음주에는 꼭 가자고 이야기 하는 우리 서방님을 보면서 chanmi님의 미소가 생각이 났습니다. 다음주에 뵙지요.
종자골 계곡은 물이 많이 흐르니 발담그면 제법 시원합니다. 물장난치게 옷은 충분히 가져오시죠.함께 놀아볼까요?
꽤 유혹적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