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재미없고, 삶에 서늘한 냉기가 돌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 한 편을 읽게 되어 기쁘다. 《느릅골 아이들》은 읽을 수록 재미있고, 눈물이 짜르르 도는 동화다. 벌레 하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 마음이 착해서 눈물이 나고, 어른들의 삶이 불쌍해서 눈물이 나고, 그런 어른들의 삶을 이해하려는 아이들 마음이 고와서 눈물이 난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서, 그 마음이 넘쳐 흘러서, 그렇게 꾸밈없이 보여줄 수 있는 작가의 마음에 감동해서 눈물이 난다.
《느릅골 아이들》에는 모두 12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느릅골 아이들은 시골에서 살고, 학생들도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학교에 다닌다. 학교 갔다 오면 학원에 가고, 과외 공부하느라 바쁜 것이 아니라 부모님 도와 농사 일을 거들어야 한다. 학교에는 아이들을 잘 이해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무서워할 줄 안다.
첫번째 이야기 <선생님이 출장간 날>에서 보면 선생님이 출장을 가셔서 아이들은 기회다!하고 떠든다. 그때 교감 선생님이 오셔서 담임을 바꿔야겠다고 하신다. 아이들은 정말 담임을 바꾸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그런데 교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모두 눈을 감으라고 한 뒤 눈감고 있는 지금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하게 한다. 아이들의 꾸밈없는 대답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교감 선생님도 빙긋 미소를 지으신다.
이 동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너무도 순수하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우리들에게 참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고 있다. 이 세상에는 하찮은 것이 없고, 생명이 있는 것은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소중하다.
<혜영이 가는 길>의 혜영이는 날마다 빠지지 않고 소를 끌고 나가 소를 먹인다. '소와 함께 지내는 동안 이것저것을 자세히 살펴보는 힘을 길렀다.'(30쪽) 그래서 거미줄에 걸린 곤충도 구해 주고, 먹이를 놓친 거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얼른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벌집 캐기>의 준태도 그렇다. 준태는 벌집을 캐서 팔아 용돈을 썼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준태는 집을 빼앗기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날던 벌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벌들은 오늘 밤 어디서 자지?'하고 생각한다.
가로등 불빛이 환해 잠을 못 자서 열매를 못 맺는 감나무를 위해 가로등 전구에 돌을 던져 전구를 깨버린 기석이<가로등과 감나무>, 누렁이가 낳은 죽은 강아지를 묻어 주는 미애<떨어지지 않는 발길>, 뱀을 잡은 날 밤 꿈에 '서로 잡지 않고 물지 않는, 참으로 멋진 춤판'을 이룬 성수<뱀과 함께 추는 춤>는 모두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자연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들을 배우며 사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배운 것들을 몸으로 옮긴다.
키 작은 복순이도 그렇다<참깨밭에서>. 키가 작다고 온갖 놀림을 다 받는 복순이는 참깨밭에서 어머니 일을 도우며 깨닫는다. 비록 키는 작지만 다른 씨앗이 아닌 참깨가 열린다는 것을. 그리고 키 작은 참깨들에게 북을 더 준다.
고단한 어른들의 삶도 볼 수 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어 더 많이 손해 보고,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뼈와 가죽만 남은 어른들. 그래서 성질이 거칠어져 식구들에게 손찌검하고, 경아<아버지의 손>나 미애<떨어지지 않는 발길>는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력을 그대로 받고 산다. 경아는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하느라 아버지의 손을 자세히 본다. 뭉뚝하게 닳은 손톱 끝, 까맣게 죽은 엄지 손톱,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손톱 눈에 낀 때, 바로 아버지의 손이다. 미애 아버지도 어머니가 약을 먹고 돌아가신 뒤부터 그렇게 난폭해졌다. 금석이<소몰던 밤길> 아버지는 어릴 때 남의 집 꼴머슴부터 시작해서 일만 하다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정식이<하얀 목련 핀 밤> 아버지는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는 사람이다.
마지막 이야기 <아버지>에 나오는 서진이 아버지는 배운 것은 없지만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라고 말하고, 말한 것을 몸으로 옮겨 실천하는 분이다. 느릅골 아이들이 자라면 꼭 서진이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될 것 같다.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잘 알아서 용기있게 행동하는.
맨 마지막에 서진이가 아버지를 보면서 떠올린 선생님 말이 가슴을 울린다.
"공부는 적게 했어도 열심히 일해 오신 여러분들 아버님같은 이들이 가장 훌륭한 분들입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우리 아버지들에게 꼭 해 드리고 싶은 말이다.▣(이 글은 《동화읽는어른》1998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쓴이 신민경님은 동화창작분과회원입니다.)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맑고 순수한 책 한권을 읽었다.동화지만 간결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시처럼 느끼면서 읽었는데 역시나 임길택선생님은 시인이기도 하다.아이들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전해져 옴을 느끼며 일찍가신 선생님이 너무도 안타깝다.(stella)
예전에 어렴풋이 작고 하셨다는 애기만 들었을뿐 세삼 선배님이 이런 좋은글 남겨두고 가셨다니 가슴이 뭉클하네 옛말에 선조들이 하시는 말씀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석자 남긴다는 말이 맞구먼 늦게나마 머리숙여 고인을 명복을 빌까하네 그리고 카페장님! 정말 고마우이 묻혔던 글이 다시금 찿게 해줘 다시금 감사 감사!!!
첫댓글 같은일 겪으면서 느끼는 생각들은 다 다른것같다 그게 그사람의 인품이 아닐까 싶다 어느쪽이 더 좋다고 할수는 없을것같고 나름데로 그 장단점이 있기에...... 그래도 어린시절은 모두에게 순수함이 있는 귀중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어렴풋이 작고 하셨다는 애기만 들었을뿐 세삼 선배님이 이런 좋은글 남겨두고 가셨다니 가슴이 뭉클하네 옛말에 선조들이 하시는 말씀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석자 남긴다는 말이 맞구먼 늦게나마 머리숙여 고인을 명복을 빌까하네 그리고 카페장님! 정말 고마우이 묻혔던 글이 다시금 찿게 해줘 다시금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