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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첫 출발의 의미를 두고 싶은 산행지를 고르라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산을 택할 것이다. 부산사람들에게 금정산(801.5m)은 바로 그런 산이다. 뛰어난 경관과 역사 깊은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금정산은 부산 시민들의 자랑이자 오랜 휴식처로 자리잡아 왔다.
금정산은 범어사, 금정산성, 금샘 등 부산의 역사와 함께 해온 유적지가 산자락과 능선에 있어 비단 등산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교육과 유적 답사의 장소로도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게다가 병풍암, 무명암, 나비암, 은벽 등 전문 클라이머와 산악인들을 키워낸 모암을 품고 있어 부산 산악운동의 요람이 되어왔다. 금정산은 부산시내에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 1시간만 걸음품을 팔면 능선에 오를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산이다. 능선에 서면 동쪽으로 부산 시가지와 연안 부두가 살갑게 다가오고, 서쪽으로는 태백에서 발원해 흘러온 낙동강이 금정산 곁을 지나 남해로 흘러간다. 이 능선에 올라 1년간 묵은 일상의 찌꺼기를 낙동강 줄기에 실려보내고 정겨운 사람들이 몸담고 있는 시가지 너머로 떠오르고 있는 새해를 맞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과 힘을 얻게 만들기에 금정산은 더없이 좋은 산이다. 금정산에서 일출을 보려면 역시 이 산의 최고봉 고당봉에 올라야 한다. 가장 빠른 코스는 범어사 코스다. 그러나 일출만 보고 내려오기는 너무 싱겁다. 산성길을 느긋하게 걸어 동문에서 금성동이나 산성고개로 내려가도 좋지만 기왕이면 시내가 가까운 남문까지 가서 금강공원 쪽으로 하산할 것을 추천한다. 금강공원 쪽에는 동래온천이 가까이 있어 이곳에서 산행의 땀을 씻고 새해를 상쾌하게 출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산행시간은 총 4시간을 넘지 않는다. 범어사 들머리가 최단 코스 산행들머리는 범어사매표소 앞이다. 고당봉까지 북문을 거쳐 오르는 길과 내원암 쪽 극락골로 곧장 오르는 길 두 가지가 있지만 극락골 쪽은 5월까지 등산로가 통제되어 있다. 등산로는 범어사의 왼쪽 계곡을 따라 천천히 40분 정도 오르면 능선의 북문에 도착한다.
북문 일대는 널찍한 평지여서 휴일이면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으로 북문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로 조금 오르면 금방 금정산장을 만난다. 이때 북문에서 고당봉까지는 약 20분이 걸리니 너무 일찍 도착해 추위에 떨지 않도록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할 것이다. 북문으로 돌아내려와 산성을 따르는 주릉을 타기 위해서는 오르막길로 들어선다. 15분이면 원효봉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암봉들이 도열한 의상봉 일대의 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원효봉에서 의상봉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리는데 의상봉 근처에는 부산 클라이머들이 암벽 훈련장으로 이용하는 무명바위, 은벽, 부채바위 등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의상봉에서는 망루 앞으로 난 큰길보다는 산성 바로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이들 바위의 멋진 모습들을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너른 억새밭 사이로 양 날개를 펼친 듯한 바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클라이머들의 훈련장으로 이용되는 나비바위다. 나비바위 앞에 서면 부산 시가지와 V자로 움푹 파인 수영만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북문에서 의상봉까지는 35분을 잡으면 여유 있다. 의상봉에서 다시 10분을 더가면 화룡암 갈림길이다. 갈림길을 지나서는 경사가 거의 없는 완만한 평지와 다름없는 능선길이다. 의상봉에서 동문까지는 40분이 걸린다. 동문에서 내려서면 포장도로를 만나는데 바로 산성고개다. 고개로는 능선 서쪽의 금성동과 산성마을을 넘나드는 시내버스가 지나다닌다. 11월 15일부터 이듬해 5월까지 산성고개에서 제2망루까지의 주능선길이 통제되므로 이곳에서 하산하거나 우회로를 따라야 한다. 산성고개의 동쪽길로 하산하면 산성마을 버스정류장에 닿게 되고 남문으로 가려면 산성고개에서 주능선 서쪽 사면의 남문연못야영장 쪽으로 난 비포장길로 가야 한다. 산성고개에서 남문까지는 30분 가량이 걸린다. 남문에서 상계봉까지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곳에서 바로 하산한다. 남문에서 제2망루를 거쳐 내려오면 남문마을, 휴정암, 케이블카 방향이 표시된 사거리이고 이곳에서 케이블카 쪽으로 40분을 내려가면 금강공원이다. |
금정산장에서 숙박하든지 부산 시내에 거주할 경우는 아침 일찍 서두르면 금정산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출 시간은 7시 30분대이므로 시간을 잘 조절하도록 한다. 오버트라우저, 따뜻한 차나 물을 담은 보온병과 간식을 챙기도록 한다. 고당봉에서 일출을 본 후 북문, 동문, 남문 등 주능선을 거쳐 금강공원까지 약 4시간을 잡으면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