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외 촬영은 6시가 조금 지나 끝이 났죠. 마지막 컷 소리가 나자, 경림이 살짝 와서, "샘, 괜찮으면 저녁 식사나 같이 하시죠?"
누가 밥사준다는 소리를 가장 좋아하는 구리구리 피디, 바루 따라갑니다. 경림의 차로 이동중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 "예, 언니... 영화 시사회 했다구요. 반응은요? 예... 저 지금 저녁먹으러 가는대. 홍대 쪽이요... 아깝다. 같이 밥먹었으면 좋았을텐데. 예, 계세요."
머리 굴리는 민시기, 영화가 곧 개봉하는 여자 영화 배우가 누가 있더라? "누구 전화야?" "희선 언니요." 뜨악!"김희선?" "예, 시간되면 저녁 같이 먹자구. 근데 그냥 선약이 있다고 했죠." "야, 그냥 오시라 그래. 우린 기다리면 되잖아!" 방방 뜨는 민시기... 아깝다. 김희선과의 저녁을 놓치다니... 역시 경리미랑은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어.
홍대 앞에 문세 형이 한다는 횟집에 도착해보니, 꽃미남 조인성 군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네요. 순간 짱돌을 굴리는 민시기. '어라? 얘네들이? 혹시?' 아시는 분 아시겠지만, 선수들이 가끔 쓰는 수법이 두사람만 있으면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까봐 얼굴마담 내세워서 셋이서 밥먹고 그러잖아요. 혹시 이거 오늘 나의 역할은 허수아비 얼굴마담?
머, 그래도 공짜로 회를 사준다니까, 일단 그냥 즐겁게 밥을 먹습니다. 화제는 요며칠 인성군이 부산에서 맹촬영중인 미니시리즈, '피아노'. 인성군 뉴논스톱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에 낯선 촬영장 분위기에 조금 고전하는듯 싶네요. 전날에도 3시간밖에 못잤다네요. 여기서 민시기, 감독다운 충고. "인성아, 인생을 살다 보면, 나아가야 할 때가 있고 물러나야 할 때가 있거든? 내가 보기에 넌 이제 한참 밀고 나가야 할 시기에 선 것같애. 여기서 멈칫하면 지금껏 걸어온거 다 수포다. 네가 미니시리즈, 심야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아봐. 그동안 저녁 일곱시 티비 안보던 사람들에게 조인성이라는 남자의 인상을 팍팍 심어주라구. 뉴논도 네 덕에 새로운 시청층을 만들어 시청률 좀 올려보자. 미니 시리즈, 제대로 하라구. 너한테는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같아."
오오옷! 간만에 허접 피디가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인성 경림 감격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야, 자 이제 나 밥 값했으니까, 잘나가는 인성이가 저녁 쏴!"
밥먹으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인성군 피아노에 같이 주연을 맡은 고수 이야기. (고수군은 제 결혼식에 온 몇 안되는 연기자 중 하나였지요. 의리있는 넘... 당시 제가 망한 시트콤 전문 조연출이라 다들 찬밥 취급했는데...) 얘기했죠? 원래 조인성군이 시트콤 '점프'에서 킹카 브라더스 3인방 중 하나였는데, 박광현 조인성 이재황 셋중에서 박광현만 남고 두사람은 방출, 새로이 들어온 멤버가 고수... 즉 이번 미니시리즈 두 남자의 격돌은 킹카 브라더스 원년 멤버 조인성 대 킹카 브라더스 신진 멤버 고수의 대결이라고나 할까?
인성군이 빠진 후, 고수와 점프2 찍었던 얘기하고 있는데, 인성군 가만히 듣고 있다 한마디. "감독님, 저 솔직히 점프에서 빼버렸을때 정말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받았구요. 저는 그담부터는 티비볼때마다 '점프 빨리 망해라' 하고 빌었다니까요." 헐헐. "인성아, 그러면서 크는거지,머." '귀여운 녀석.' 문득 옆을 보니 경림도 그윽한 눈으로 인성이를 보고 있네요. "경림아 회 식는다, 빨리 먹어라."
인성군, 부산에 갔더니 '인성 수호 협의회'인가 먼가가 있더라고... 우리 인성이 혹 드라마 하는 다른 여자들이 경림에게서 빼앗아 갈까 우려하는 친구들이 만든 모임이라네요. '인성에겐 경림' 머, 그런 모임 정도 되나보죠? 이러쿵을 보니 반대로 해석한 모임이던데... 인성군의 해석이 맞기를 바랍니다.
인성 경림과 저녁을 먹으며, 저는 내내 흐뭇했더랍니다. 인성 경림의 이야기가 제대로 발동이 걸리면서 뉴논이 더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지난 여름 얘기도 했죠. 밤에 라디오 생방하러간 경림을 기다리며, '인형의 꿈'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며, 인성에게 했던 얘기. "인성아, 우리 이거 제대로 찍어보자. 그래서 정말 기억에 남는 그림, 가슴에 와 박히는 표정 한번 만들어보자." 감회가 새로운 두 사람의 표정.
연예계의 마당발 경림, 다른 드라마에서의 커플 얘기를 몇 하네요. 극중 연인사이인 두 사람이 실제로는 너무너무 싫어하는 관계라 연기하면서 정말 힘들어하더란 이야기. 그러면서 다행히 인성군이랑은 오누이처럼 서로 친해서 다행이다. 그러대요. 그러면서 '아름다운 날들' 카페 마지막 표정으로 서로 흐뭇한 미소를 짓는 둘.
솔직히 저는 연출가로 처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했을때, 주위에서 들려온 많은 된소리를 기억합니다. '안어울린다.' '말도 안된다.' 저는 두사람의 이야기 정말 애정을 갖고 연출했습니다. 내가 연인으로 그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내가 꿈꾸는 사랑의 모습이기를 바라며.
이제 뉴논의 두 사람이 연기자 조인성, 만능엔터테이너 박경림으로 더욱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혹여 이들 개개인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지나쳐, 뉴논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예쁜 모습을 질투하는 사람이 생겨날까 슬슬 걱정되는군요. 인성군 실제로도 참 착한 친구구요. 경림양, 정말 주위사람들에게 잘 해주는 사람입니다. 이 두 사람의 앞날, 뉴논에서 커플로서 정말 예쁘게 그려갈거구요. 개개인으로 자기 영역을 개척해가는 모습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성군이 부산에서 본 모임... 인성 경림 두사람을 서먹서먹하게 할 그런 모임이 아니었길 빕니다. 그냥 어린 친구들의 지나가는 치기였겠죠?) 뉴논이 꾸며갈 두 사람 이야기 계속 성원해주실거라 저는 믿으며, 여기서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