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내기에 숨은 뜻
^게임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많은 내기를 해봤지만 보기를 하면 토해내는 내기는 처음 겪었다. ^동반자 중의 한 분이 보통 스킨스게임을 하면 내가 독식할 게 뻔하다며 제안한 방식인데 ‘조폭 스킨스’의 일종이라고 했다. 각자 5만원을 내되 5만원을 따면 ‘OECD’에 가입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보기를 하면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OECD에 가입하면 다 토해내도 OECD가입이 유효, 얼마를 따든 그 다음 홀에서 보기를 하면 다 토해내야 한다. 단 토해낸 것은 마지막 홀 매치용으로 예치해두는 것이 색달랐다. ^구체적인 게임 운영방식이 머리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명색이 싱글이라는 사람이 돈 따먹겠다고 달려들 수도 없어 팀이 정하는 룰을 따르기로 했다. ^첫 홀부터 버디로 시작한 나는 전반을 넘기기 전에 어쩔 수 없이 OECD에 가입했으나 단 한 번의 보기로 챙긴 것을 모두 토해냈다. 그리고 중간에 몇 번 스킨스를 이겼지만 뒤따르는 보기 때문에 17홀까지 한 푼도 내 주머니에 머무를 수 없었다. ^대신 다른 동반자는 OECD에 가입하지 않을 정도로 간헐적으로 스킨스를 챙기는 탓에 딴 것을 마지막 홀 직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18홀에선 남은 돈과 토해낸 돈을 모두 합쳐 이른바 ‘딩동댕’으로 나눠갖는 것으로 룰이 정해져 17홀까지 잘 버티면 되는 경기였다. 마지막 홀을 남겨 놓고 각자 셈을 해보니 각자 본전에 1~2만원정도 모자랄 정도로 챙겼으나 가장 고수인 나는 빈털터리였다. ^처음 게임에 임하는 순간 고수에게 불리한 매우 불공평한 게임으로 생각되었지만 홀이 더해갈수록 고수에게 이보다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방식도 찾기 어렵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 방식의 특징은 고수가 독식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하수들도 큰 피해 없이 게임을 즐기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고수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데 최상의 방식이 아닐까 여겨졌다. ^돈을 따겠다는 욕심이 없다 해도 최소한 본전이라도 챙기기 위해 성의껏 게임에 임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보기를 하면 그다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이 게임에는 보기를 하면 다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보기를 하지 않기 위해 그만큼 골프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어찌 보면 자신에게 가혹한 내기를 제안하는 것이 실력 향상을 바라는 고수의 자세가 아닐까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