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살얼음 밟는 기분으로
조선 후기의 주자학자로서, 회서학파를 형성하여 한말에 위정척사론과 의병항쟁의 사상적 기초를 다져놓았던 화서 이항로가 1862년(철종 13년) 이하전의 옥사 때, 김순성(金順性)의 무고로 체포되었다가 무죄임이 밝혀져 석방되었을 때 있었던 일화다.
어느 날 갑자기 포졸들이 이항로의 집을 포위하더니, 곧이어 금부도사가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
영문도 모르는 가족과 제자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금부도사에게 매달려 사정도 하고 난리인데, 정작 본인은 그런 집안사람들을 꾸짖으며 태연한 얼굴이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저렇게 못나다니....
죄가 있으면 죽을 것이요, 없으면 면할 것이 아닌가.
나는 오직 천명을 따를 뿐이다."
이리하여 이항로는 옥에 갇혔는데, 심문하는 과정에서 죄가 없음이 밝혀졌다.
그러자 그를 흠모하는 옥리들이 상부의 명이 있기 전인데 목에 씌운 칼을 벗겨 주려고 했다.
이항로는 거절하며 말했다.
"무죄라는 글을 보기 전에 어찌 칼을 벗을 수 있겠는가."
마침내 출옥하여 집으로 돌아간 이항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들에게 바로 강의를 계속했다.
"방금 옥고를 치르고 나오셨으면서, 포박되어 가기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저희들을 가르치시니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제자들이 이렇게 말하자, 이항로는 태연히 대꾸했다.
"금부도사가 들어와서 나를 데리고 갈 때도 마음의 변화가 없었는데, 이제 와서 지나간 마음을 돌이켜서 무엇 한단 말인가."
이 말을 듣고 깊이 깨닫는 바가 있어 그 중 한 제자가 또 물었다.
"선생님처럼 환난을 당했을 때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에, 이항로는 "항상 살얼음을 밟는 기분으로 자신을 단속하며, 가볍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니라."고 말씀하셨다.
이 이야기는 우리들로 하여금 세상을 살아갈 때, 항상 살얼음 밟는 기분으로 자신을 단속하며 행동을 조심하면 어느 누구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자신 있게 떳떳하게 당당히 맞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죄가 없다고 교만하지 않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며 바로 출옥하여 제자들에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다가가 강의를 임하는 자세는
참으로 본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태산 박중빈께서는 {대종경} 교의품 25장에서 "사람이 세상에 나서면 일동일정을 조심하여 엷은 얼음 밟는 것 같이 하여야 인도에 탈선됨이 없을 것이며" 라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여러 가지로 유혹도 많고 경계도 많으며 시시때때로 뜻하지 않은 환란도 많고 변화도 많은 사회입니다.
이런 세상일수록 더욱 흩어 진 마음을 단단히 매고 일단 행동을 멈추어 상황을 살핀 뒤, 항상 인생을 엷은 얼음 밟듯이 살아가면 늘 떳떳한 모습과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