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반은 카메오>
공식 명칭이 있는 건 아니지만, 10여 명에 가까운 카메오 군단을 대동한 영화가 있다면 '카메오 무비'라 이름
붙여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한국최초의 카메오 무비라면 하길종 감독의 1075년 작품 <바보들의 행진>(6위)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청춘 문화의 갑갑한 시대상을 반영한 이 영화는, 주인공으로 실제 대학생이었던 배우들을 발탁하고
수많은 중견배우들을 출연시켰다.
이후 본격적인 카메오 무비의 시대를 연 영화는 1997년작인 <체인지>. 임현식, 박원숙, 유인촌, 박정수,
오지명, 조형기, 변우민 등의 TV 탤런트와 박중훈, 김혜수, 박광정, 권해효, 김민종 등의 영화배우가 모였다.
신승수 감독은 카메오 무비의 장인 이라 할 만한데, <할렐루야>엔 고소영, 도지원, 박철, 이재룡, 이혜영,
최지우 등의 연기자와 서춘화, 이재포, 이휘재 등의 개그맨 그리고 조춘이 출연하며, <엑스트라>엔 장현수,
정지영, 이무영 등의 김독(신승수 감독도 출연)과 이병헌, 정찬, 김인문, 김원희 등의 배우 그리고 여러
방송인들을 출연시킨다.
<키스할까요?> 도 만만치 않은데, 고소영, 이영애, 장동건, 이재룡, 유호정, 전원주,진재영, 변우민, 김보성
등의 연기자와 김진수, 박지윤, 이선정, 이창명, 전유성 등의 엔터테이너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압권은 <긴급조치 19호>. 수많은 이아돌 가수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영화의 반 이상이 카메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터테이너 카메오 열전>
최근 한국 카메오계의 가장 큰 경향이라면 언터테이너들이 영화에 대거 등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그맨들의 등장은 눈부신데, 남기남 감독의 '갈갈이' 시리즈는 아예 개그맨들로만 이워진 영화.
최근에 <내사랑 싸가지>의 임혁필, <은장도>의 윤정수, <남남북녀>의 조혜련, <몽정기>의 이홍렬,
<보스 상륙작전>의 김국진과 이경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강성범, <철태파>의 전창걸 등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김진수는 <키스할까요?> <죽이는 이야기>에, 서경석, 이윤석은 <3인조>에 등장했다.
임하룡은 개그맨과 배우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
한편 오락 프로그램 게스트 전문 가수인 김지훈과 김상혁은 <내사랑 싸가지>에 출연했고, <몽정기>의
싸이는 한국 카메오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강타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엔딩을 장식했고,<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카메오였던
탁재훈은 최근 정식 연기자로 <그녀의 섹스 다이어리>에 캐스팅 되었다.
어어부 밴드는 영화음악을 맡은 죄(?)로 <반칙왕>의 술집 룸 밴드로 출연했고, 영화가 영화인 만큼
<정글 스토리>에선 시나위나 넥스트 같은 록 그룹이 출연했다.
또 전인권은 <안녕! 유에프오>에, 한영애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 윤도현은 <산책>과
최근의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 출연했다.
엔터테이너 카메오로는 박경림을 들 수 있는데 <공포택시>의 손님 역으로 시작, <재밌는 영화>를 거쳐
최근엔 <오! 해피데이>에 출연했다.
조정린, 이진성(청담동 호루라기),조영구(리포터) 등도 카메오 연기에 나섰던 사람들.
스포츠맨으로는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심권호가 기억에 남으며 야구해설가 하일성도 곧잘 스크린에
얼굴을 내비쳤다.
<편집실에서 사망한(?) 비운의 카메오>
기껏 출연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잘려나간 비운의 카메오들이 있다. <바람난 가족>에서 판사역으로
출연했던 임상수 감독은 자기 장면을 자기가 쳐냈으니 그나마 나은 편.
<영어완전정복>의 김인권과 전재형(<몽정기>의 석구, <신라의 달밤>의 김수로와 강성진, <피도 눈물도
없이>의 두 감독(이무영, 임필성), <주유소 습격사건>의 차승원 등은 러닝타임 및 극의 흐름상의 이유로
개봉 버전에서 사라진 경우다.
<영어완전정복>의 두 남자는 이나영의 옛 애인 역을 맡았고 <신라의 달밤>의 김수로와 강성진은 태권도복
까지 입고 열연을 펼쳤으나 DVD 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세이 예스>의 박용우와 김채연은 영화 전체의 의미를 위해 삭제된 경우.
박중훈에게 호되게 당한 김주혁은 결국 박중훈처럼 섬뜩한 존재가 된다.
그는 어느 커플이 탄 자동차를 세워 동승을 요구하는데 (박중훈이 자신과 아내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때
그 커플이 박용우와 김채연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시사회 이후 삭제되었다. 너무 섬뜩해서 그랬을까?
한편 <장사의 꿈>의 이만기는 특별출연을 계획했으나 일정상 문제로 무산된 케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