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노인요양원에 가면(2007년 청암노인요양원 소식지에서 발췌)
느티나무 회장 / 시인 이진규
이즈음 겨울로 깊이 접어들 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움츠려 들만도 한데,
마천동에 있는 청암노인요양원에 가는 발끝에선, 겨울의 잔상들이 상쾌한
소리를 낸다. 청암에 들어서면 느티나무 앙상한 가지 끝에 몸 떨며 겨우
매달려 있던 잎들마저 우리 회원들을 반기는 그 곳! 바로 사람을 그리워하시는
할머님들의 쉰 목소리가 들린다.
느티나무회원들이 청암을 찾아 봉사를 한지가 벌써 이태가 되었다.
마땅히 내세울 만큼 봉사랄 것도 없는데, 라는 생각도 들지만, 거기에 머물고
있는 것만으로 이미 봉사의 길로 접어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봉사란 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해서만이 봉사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보통 다수의 사람들 즉, 관망자들은 봉사를 커다란 벽처럼 느껴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먼 나와의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일이라 생각을 먼저 앞세우고 뒤돌아서기
일쑤일 것이다. 그렇게 치부로 던져질 일(봉사)을 느티나무 회원들은 오늘도 즐거이
행하고 있다.
화장실 청소며, 복도 청소며, 낙엽을 쓰는 비질 소리에 그들의 얼굴에서 한 옥타브씩
높아가는 웃음의 꼬리를 나는 읽을 수 있다.
행복한 일이다. 토요일 한 때의 즐거운 비명이다.
봉사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작은 것에서부터 내 한 손의 나눔을 나눠보는
것이다. 한 손의 나눔이 있는 곳. 청암노인요양원으로 관망의 자세로 거기
머물러 있던 사람들을 부르고 싶다.
느티나무후원회원 모두 다 한번씩 봉사를 직접 체험을 하게 하는 일이 나의 일이지만,
회원 스스로 다가서지 않으면 나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모처럼 하늘이 맑다. 며칠간 흐렸던 날들이 나의 몸과 마음을 어질게 하였다.
청암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람과 사람을 만나 내 하나를 나눌 수 있어
몸도 마음도 가벼운 상태.
이 글을 읽는 이도 그런 나눔의 즐거움을 한번 느껴보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겨울을 스스로 견뎌내는 저 느티나무의 하늘 끝을 따라가는 가지에 매달아 본다.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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