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당신의 삶을 그린색으로 스타일하라
바쁜 일상을 거슬러서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가드닝은 좋은 취미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원예 치료로서의 가드닝, 가습과 공기 정화로서의 그린 인테리어, 무공해 채소를 얻기 위한 주방 정원은 도시인들의 지친 삶에 작은 쉼표를 찍는다. 이에 정원 꾸미기의 긍정적 효과와 좁은 공간에서 꾸미는 실내 정원 만들기, 첨단 과학의 힘을 빌러 물과 배양액, 전기만으로 무공해 채소를 키우는 법을 소개한다.
공간별 식물 배치만 잘해도 성공
정원을 따로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집안 곳곳에 작은 화분을 배치해 보자. 이때 공간별기능을 살린 식물을 식재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현관에는 먼지가 날리기 마련이므로 이를 제거할 벤자민고무나무를 놓아보자. 풍취도 있고 아황산, 벤젠, 질소화합물을 제거하는 데 좋다. 거실에는 반 음지 식물이면서 휘발성 유해물질 제거 능력이 좋은 아레카야자, 인도고무나무, 보스턴고사리 등을 들여놓자. 주방에는 요리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와 음식냄새 제거를 위해 스킨다브서스, 산호수, 스파티필름을 놓아보자. 화장실에는 음지 식물이면서 암모니아 제거 기능이 강한 관음죽, 안스리움이 좋다.
주방 정원 꾸미기의 실제
사 먹는 식품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지금, 안전한 먹거리를 고집하는 주부들은 외식이나 가공 식품의 섭취를 삼가고 자연 식자재로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이것도 수입산 재료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식품 안전성 문제와 불신이 계속 불거지면서 집에서 신선한 재료를 길러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부엌에서 텃밭처럼 채소를 재배하는 이른바 ‘주방 정원’을 만들어 상추, 콩나물, 버섯 등의 간편 식자재를 유기농으로 싱싱하게 공급받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가정용 채소 재배기다. 웰빙 식단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쉽게 재배가 가능하도록 배양액과 물만으로 수경재배를 하는 이 기계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을 씻어주고, 집에서 농부의 꿈까지 이루게 도와준다. 전기만 켜면 식물이 알아서 척척 자라는 수경재배이기에, 흙으로 실내를 더럽힐 일도 없다. 상추, 방울토마토, 바질, 딸기 등 쉽게 잘 자라고 많이 쓰이는 채소를 기르기에 적합한 기계다. 화분 하나 정도의 크기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5만원 대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관리법도 간단해서 재배기에 씨앗 주머니를 넣고, 물과 유기농 영양제를 추가로 넣어주는 것으로 설치가 끝난다. 설치 후 24시간 내에 싹이 트고, 2주 반이면 샐러드를 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채소가 자란다. 간단한 설치, 쉬운 재배법을 바탕으로 가드닝이 우리 곁에 보다 가까이 다가오게 해준다. 집에서 화학비료를 주지 않은 무공해 채소를 손쉽게 길러 먹어 좋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식물을 기르면서 자연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어 교육용으로도 긍정적이다.
원적외선으로 키우는 무공해 콩나물
콩나물 역시 농약을 많이 쳐서 빨리 재배하려는 상인들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먹거리 중 하나다. 최근에는 황토 도자기 시루 콩나물 재배기가 나왔다. 황토 속의 원적외선이 물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어 무공해 콩나물 재배가 가능한 이점을 살린 제품이다. 콩나물 콩을 물에 자작하게 담가두기만 하면 7~10일 만에 신선한 콩나물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이 재배기에서 기른 콩나물은 잔뿌리 성장 억제 기능이 있어 콩나물 뿌리를 제거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타이머 기능도 갖추고 있어 콩나물 재배가 편리할 뿐 아니라, 가습기로도 사용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친환경 버섯도 주방에서 재배
버섯은 온도와 습도가 잘 맞아야 기를 수 있는 까다로운 식자재였다. 더구나 무농약 상품을 구하려면 멀리 농장에까지 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하던 식자재다. 하지만 이제는 버섯까지 가정에서 길러먹을 수 있다. 재배기에 버섯 종균을 뿌리면 2주 후 1차 수확이 가능하고, 이후 2차 수확까지 가능하다. 그늘과 습기를 좋아하는 버섯의 생태를 반영하여 욕실이나 부엌, 현관 등에서 재배하는 것이 좋다.
공기 정화, 인테리어 동시에
아파트에서 정원들이기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아파트 베란다는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용이해 식물을 키우기에 적당하다. 또한 미니정원용 공간은 사과상자 크기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니 좁은 아파트 라고 정원을 못 들일 이유는 없다. 와인 박스나 사과박스를 준비해서 배합토를 채우고 식물을 모아 심으면 쉽게 미니정원이 완성된다. 만드는 순서와 방법도 간단한다. 우선 상자 안쪽을 배수판, 부직포, 작은 자갈, 흙 순서대로 채운다. 식물을 심을 때는 물 주는 시기와 일조량이 비슷한 품종끼리 심어야 관리가 쉽다. 상추와 허브같이 재배 시기와 성장 속도가 비슷한 것을 함께 심어서 수확해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굳이 베란다 외에도 집 안에는 얼마든지 정원을 꾸밀 만한 공간이 많다. 욕실이 대표적이다. 빛이 없고 습기와 온도가 높은 이 공간의 특성을 잘 살리는 것이 포인트다. 욕실에는 흙으로 더럽히지 말고 물에 뿌리를 넣어 재배하는 수경식물을 이용해 보자. 무스카리, 크로커스와 같은 음지성 알뿌리 식물이나 개구리밥, 물옥잠과 같은 침수식물 온몸이 물속에 잠겨 있으며 가는 뿌리나 땅속줄기가 물 밑으로 뻗는 식물 등이 적당하다. 단, 재배 중에 물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이제 실내 정원도 트렌드의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자갈이나 물레방아 등을 사용해서 정적이고 관상의 개념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자연의 일부분을 그대로 담은 듯한 내추럴한 형태로 꾸미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관엽 식물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상추, 허브 등 실용적인 푸른 잎 채소를 실내 정원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글ㅣ위민기자 조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