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한영과를 목표로 통대 입시반을 등록한지 꼭 1년이 지났습니다. 3개월 간 회사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영어 실력에 빈 공간이 너무나 많아, 집사람의 양해를 얻어 3년 동안 다섯 번이나 옮기며 계속했던 직장 생활을 올 4월에 그만 두고 공부에만 전념할 시간을 얻게 됐습니다. 11월 초, 목표로 했던 한국외대 한영과 입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많이 흔들렸습니다. 마음을 다시 잡고 11월 30일 서울외대 통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던 중, 두 달여 전부터 병상에 누워계시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사실 시험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故人에 대한 마지막 禮를 지키자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고, 운이 좋은 덕에 성적 우수자로 입학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시험 후기 1차 시험 : 서울외대 1차 시험은 한국어와 전공 외국어 시험으로 구성됩니다. 한국어는 북한 핵개발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관한 사설을 듣고 300자 내외로 요약하라는 문제(22점)와 한자(동음이의어, 동의이음어 구별), 어법, 괄호 넣기(시사 상식과 관련) 주-객관식 14문제 (28점)등 총 15 문항으로 구성됐습니다. 듣기 문제는 자수(300자)에 맞춰 요약하는 데 중점을 뒀고, 나머지 문제도 무난히 풀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전공 외국어 시험은 듣기 25문항, 독해 25문항 등 총 50문항(100점)으로 구성됐습니다. 한국외대 1차 시험과 대비되는 것은 다루는 폭이 더 넓었다는 것입니다. 듣기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지만, 독해의 경우 시사문제 외에 의학, 과학, 심리학 등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분야의 문제들로 나와 약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학원 수업 중 독해 시간에 여러 분야를 다룬 것, 그리고 준비 막바지에 풀어본 거로 Reading Workshop이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2차 시험 : 2차 필기 문제는 5문항이었습니다. 영한 번역 2문항(원인류 유골관련 및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득실 관련 기사)는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이라 쉽게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영 번역 2문항은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한국어 관용어구의 영어번역 능력 및 시사 상식을 점검하는 문제가 나와 정확성에 중점을 뒀습니다. 에세이는 21세기 예측 가능한 문화의 변화에 관해 기술하라는 문제가 나와 장례문화의 변천을 주제로 한 페이지 분량을 썼습니다. 구술 시험은 순차 통역 문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문장구역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제 경우 한영은 벨기에 왕세자 방한 환영사(연설문), 영한은 고객 충성도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 세미나(연설문)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교수님들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주셔서 편안하게 인터뷰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공부 방법 초기에는 수업 준비에도 벅찼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공부는 놓치더라도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은 반드시 복습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월부터 그룹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맨투맨 방식을 선호해서 스터디는 가급적 1:1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초기에는 한-한 요약으로 감을 살린 후 분량을 늘렸고, 2월부터는 영한, 한영 순차 연습의 빈도를 늘렸습니다. 다행히 좋은 분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간과했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4월, 직장을 그만 두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욕심이 많아지면서 이것저것 손을 대는 바람에 오히려 능률은 떨어지지 않았나 반성을 해 봅니다. 어휘가 약한 탓에 Word Smart, 거로 Vocabulary Workshop, Idiom Workshop 등 여러 책에 손을 댔지만, 결국 한 권도 끝까지 독파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충분할 경우 어휘책을 독파하는게 심리적인 안정은 되겠지만, 문맥에서 파악했던 어휘가 진짜 어휘력으로 남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히, 약점으로 생각하면 점점 더 위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약점이 아니라 채워나가야 할 과제 정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외 교재로 사용한 책으로는 Graduate English, Grammar in Use, 영자 시사지는 Economist와 New York Times 사설을 주로 봤고, 우리말 대비를 위해 시사저널을 틈틈이 읽었습니다.
듣기는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다가 대의를 놓치거나, 지나치게 대의 중심적으로 가다가 중요한 detail을 놓치는 경우가 잦아, 나중에는 편하게 듣고 이해한 대로 가자는 '나대로' 방식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마인드 컨트롤이 아닐까 합니다. 듣기 자료는 수업 교재와 함께 ABC World News, BBC News On Line을 주로 활용했고, 예전에 근무했던 Radio Korea International 뉴스도 틈틈이 들었습니다.
맺음말 기존의 통역 경험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입시 준비를 하면서 많은걸 느끼고 배웠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좋은 일도 많았고 그렇지 않을 일도 있었습니다만,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특히 함께 공부하면서 제 강약점을 적확하게 짚어준 스터디 파트너들(이승진씨, 이신일씨, 안연모씨) 덕에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而立 나이에 찾아온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스터디 파트너로, 때로는 인생 동료로,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눠주고, 힘들 때 힘이 되어준 진실한 친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수강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거듭하시는 김수연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생님 열의의 반만 따라 갔어도 분명 더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데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끝으로 하늘에서 미소로 저를 지켜보실 아버지, 저를 믿어준 가족들, 불안한 미래에 한없는 믿음으로 지켜준 아내,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