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비란 무엇인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오염되지 않은 물의 pH는 5.6정도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인간 활동에 의하여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NOx)이나 황산화물 (SOx) 등이 대기 중에 많아지면 산소와 수증기 및 미립자들의 작용에 의하여 강한 산성을 가지는 질산 (HNO3)이나 황산 (H2SO4)이 만들어지며 비나 안개, 눈에 섞여 pH가 5.6보다 낮은 산성비가 내리게 된다. pH는 수소이온농도의 역수를 상용로그로 표시한 값으로 7이면 중성, 7보다 작으면 산성, 7보다 크면 염기성이라고 한다.
pH = log(1/[H+]) = log[H+]
산과 염기의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수용액에서 산이란 해리하여 수소이온 (H+)을 만드는 물질이며 염기는 수산이온 (OH-)을 만드는 물질이다1). 세기에 따라서 강산, 약산, 강염기, 약염기 등으로 분류된다. 강산에는 중요한 무기산들, 염산 (HCl), 황산 (H2SO4), 질산 (HNO3) 등이 속하여 약산은 주로 초산 (CH3COOH) 등의 유기산이다. 알칼리금속과 무거운 알칼리토금속들의 수산화물은 강염기이며 다른 금속의 수산화물이나 암모니아수는 약염기이다. 강염기의 예로 수산화나트륨 (NaOH), 수산화칼륨 (KOH) 그리고 수산화칼슘 (Ca(OH)2) 등을 들 수 있다. 사람의 체액은 약알칼리성을 유지하고 있다. 체내에 들어온 식품이나 약물 또는 이물질들이 산도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게 하기위하여 체액에 완충작용2)을 하는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어 산도의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질소는 대기 중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미노산,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이므로 태초의 동식물에서 생성되는 화석연료에도 함유되어 있다. 이들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질소 성분이 산화되어 질소산화물이 만들어지며 또한 내연기관 등에 주입되는 공기 속의 질소도 산화되어 질소산화물로 변한다. 따라서 화석연료에서 질소 성분을 제거해야 하며 아울러 배기가스에서도 제거해야 한다.
질소산화물에는 안정한 N2O, NO, N2O3, NO2, N2O5 등과 불안정한 NO3이 포함되며, 이 중 NO와 NO2가 많이 배출되고 또한 유독하므로 대기환경에서 주로 다루는 물질들이다. 이 두 물질을 보통 대기환경에서 질소산화물 (NOx)이라 한다. N2O는 소기 즉 웃음기체라고 하며 마취체로 사용되기도 한다. 내연기관에서 무색의 NO가 주로 생성되며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하여 산화되어 곧 적갈색의 NO2로 변한다. 질소산화물이 물에 용해되면 아질산과 질산이 만들어진다. 특히 질산은 강산이므로 산성비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또한 어린이가 질산염을 섭취하면 질산염이 헤모글로빈과 반응하여 산소 운반이 저해되는 청색증 (blue baby)을 일으킨다.
연료에 포함된 황이 연소되면 이산화황이 만들어지며 이산화황은 촉매가 존재할 때 산소와 반응하여 삼산화황을 만든다. 삼산화황이 수증기와 반응하여 역시 산성비를 생기게 하는 강산인 황산이 생긴다. 공업적으로 황산을 제조하는 방법에는 연실법과 접촉법이 있으며 연실법에서는 이산화황을 납으로 만들어진 방 (연실)에서 산화질소를 촉매로 사용하여 삼산화황을 만들며 접촉법에서는 백금촉매로 황산을 만든다.
산성비는 삼림, 야생동물들에게 피해를 주며 호수가 산성화되어 물고기와 기타 수중생물이 사라지게 한다. 이들을 먹는 소비자 특히 새들의 수도 줄어들게 된다. 새의 식량인 곤충, 식물, 수중 생물이 산성비로 인하여 죽기 때문이다.
또한 산성비가 내리면 흙에 있는 유독한 중금속을 용해시켜 호수, 하천, 공공수원지 등으로 스며들게 하고 빌딩과 조각상들도 손상된다. 납, 수은, 카드뮴 등이 중금속에 속하여 사람이 섭취하면 중독현상을 일으키므로 극히 위험하다. 중금속 중독에 의한 병에 이타이이타이병 (카드뮴)과 미나마타병 (수은) 등이 있다. 물론 사람들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알루미늄도 토양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가볍고 견고해 많은 용도에 사용되지만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에도 약간의 관련이 있다고 한다.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져 대머리가 된다고 하는데 아직 주위에서 본 적은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잎이 떨어져 쌓이면 땅 속의 작은 동물과 미생물에 의하여 분해되는데 토양이 산성화되면 분해시키는 미생물이 사라져 지표면에서 50cm의 깊이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과수원에서는 잎의 반점, 과일이 만들어지는 양과 수확량의 감소, 맛이나 당도의 저하 및 모양, 껍질의 손상 등으로 과일의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들은 대기 중에서 확산이 잘 되므로 기상조건에 따라 아주 먼 거리까지 이동하여 인접국가에게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중국이 급속히 산업화됨에 따라 생성된 산성오염물질들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오고 있다. 중국의 황토고원이나 사막지대에서 황사가 발생하여 계속 우리나라로 이동해 특히 봄철에 가시거리가 줄어들곤 했는데 최근에는 황사에 오염물까지 섞여오므로 잘 알고 있듯이 옷이나 몸에 묻어 손상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다른 환경문제도 마찬가지이지만 산성비문제도 국지적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이므로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산성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대책이 논의되고 실행되고 있지만 예를 들면 호수에 석회를 투입해 중화시키는 시도 등이 마련되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질적인 해결방법은 산성비를 만드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황과 질소 산화물의 양을 감소시켜야 한다. 나홀로 차가 아닌 카풀제의 활성화 및 자발적인 대중교통이용 등의 방법과 아울러 화석에너지의 의존도를 감소시키며 대체에너지와 신에너지의 개발, 활용이 이루어져야 산성비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