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금요일, 농협중앙회 한 여직원이 공금 12억원을 횡령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20대 초반의 이 여직원이 돈을 훔친 이유가 참으로 황당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을 돌보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사채업자의 고리대금을 갚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명품 구입을 위해서 였단다. 그녀의 집에는 명품 핸드백이 자그마치 400여개, 명품 의류가 백 여벌 등등 명품들이 그득했다.
국민의 39.1%가 고가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나라, 생산.판매된 지 몇년 밖에 안된 수입 시계가 ‘180년 전통의 이태리.스위스 명품시계’로 둔갑해 엄청난 가격에 팔리기도 하고(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귀한 물건이라는 명품 구매자 심리의 정곡을 찌른 사건), 명품 구입을 위해 난자를 판매했다는 여대생, 강남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백화점에서 명품을 훔치다 붙잡힌 명문대 남학생 등, 잊을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명품' 관련 사건들을 보면 저 정도면 사치품 중독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또한 명품을 구입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신데렐라를 꿈꾸는 이들의 열등의식과 과시 욕구로 태어난 것이 바로 ‘짝퉁’이라는 가짜 명품.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넘쳐나고 가짜가 진짜인 것처럼 행세 한다. 가방, 의류, 신발, 지갑은 기본이고 이제는 가짜 학위로 버젓이 대학교수가 된 ‘짝퉁 교수’까지 등장했으니….
명품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훌륭하여 이름이 난 물품이나 작품’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쉽게 설명해 보면 명품이란 최고로 인정받은 장인의 손에 의해 그의 영혼과 기술이 하나가 되어 공들여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나 물건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 흔히 ‘명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이 외국의 고급 상표를 칭하는 ‘사치품’이다. 이는 남들과 차별되고 싶은 과시 욕구를 기업이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사용한 탓이 크다. 또한 누구도 사는데 나라고 못 살쏘냐 라는 질시와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와는 다른 근사한 자신에 대한 변신 욕망과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집단문화가 부추긴 탓도 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 가면 두오모를 바라볼 때 왼쪽으로 커다란 아치형의 비또리오 에미누엘레 2세 화랑(Galleria V. Emanuele Ⅱ)이 있다. 유리 지붕의 우아하고 멋진 이 회랑 안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명품 상점이 즐비하고 회랑 바닥에는 4마리의 동물 모자이크가 있는데, 그중 소의 ‘특정부위(?)’ 위에 서서 발뒤꿈치로 한바퀴 돌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그 위에 서서 얼마나 돌고 돌았으면 그곳이 닳을 대로 닳아 있었다. 일행 중의 한 사람도 그 특정부위에 서서 발뒤꿈치로 한바퀴 빙그르 돌았다.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었더니,
“응, 다음에 올 때는 저기 걸려 있는 루이뷔통 핸드백을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지. 호호호 ”
그 대답에 함께 웃고 말았지만 그 말 속에는 정말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숨겨져 있음을 알았다. 그 회랑을 지나오는 내내 계속 혼자 뒤쳐져서 명품을 바라보던 간절한 그녀의 눈빛을 그만 봐 버린 뒤였으므로….
루이뷔통, 샤넬, 니나리치, 까르띠에 등 우리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명품점이 있는 파리 시내의 몽테뉴 거리에는 유난히 일본, 한국, 중국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 명품점에는 동양 여성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 동양 여성을 점원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밍크털로 장식된 로베르토 까발리 코드 650만원, 루이 13세 코냑 300만원, 샤넬 핸드백 230만원, 캐시미어 숄 100만원, 발렌티노 숄 30만원, 발렌티노 스카프 50만원, 구치 머플러(남성용) 40만원, 페라가모 넥타이 2개 24만원, 덤으로 체리 1상자….
위에 열거한 명품 목록은 지난해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 부인 신은경씨가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받은 1424만원 어치의 선물 내역이다. 과거와 별 다를 게 없는 뒷거래 공천을 확인 시켜 주는 뉴스에 씁쓸하면서도 그 고가에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선물로 받았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프라다 신발과 구치 선글라스 등 명품을 애호해 한동안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또 60년 묵은 간장 한 숟가락에 100만원이나 하는 명품 된장, 명품 간장도 있단다. 저걸 누가 사 먹어? 했는데 웬걸 자~알 팔린단다. 650만원이 넘는 코트를 입고 100만원하는 숄을 걸치고 203만원 핸드백을 들고 300만원하는 술을 마시며 사는 사람들은 그 인생도 과연 ‘명품’일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심성이 참 고운이인데 한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힘들어하더니 어제 본 살짝 그을린 얼굴은 평화로웠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행복한가보다. 모처럼 야외로 드라이브 떠나자고 했더니 친구는 휴가철 괜히 멀리 나섰다가 뜨거운 도로 위에 갇히지 말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여주에 있는 명품 아울렛 매장에 쇼핑을 가잔다. 친구나 나나 그쪽으로는 관심도 경제적 능력도 전혀 아니올시다 인데 뜻밖의 제안에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웬일이냐는 눈빛 보내니 친구는 내게 선물로 뭘 하나 사 주고싶단다. 아무래도 세상물정 어두운 내 친구는 ‘명품 아울렛’을 자기 동네에 있는 할인매장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옛말에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할인매장이라지만 명품은 명품 값을 하는지라 그 값을 감히 내가 어찌 알랴. 무조건 야무지게 거절할 수밖에.
“아서라. 난 그냥 난 중저가 브랜드로 살면서 명랑사회 구현에나 열심히 이바지하련다. 명품은 무슨...”
'사치의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물질문화에 의해 '길러진' 것이다.' 부유층은 있어도 상류층은 없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부가 편중될수록 가진 계층의 과시 욕망과 가지지 못한 계층의 추종 욕망은 더 커진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를 명품으로 키우기 위해 월급봉투가 찢어지면서까지 강남으로 강남으로 몰려간들, 값진 명품 옷으로, 가방으로, 신발로 치장을 하고 다닌들 그 삶이 진실 되지 못하다면 그 인생은 ‘짝퉁’ 일수밖에 없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진정한 명품의 가치는 ‘진실’됨에 있는 것이다. 부자라고 해서 사회적 명성을 지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명품’은 아니다.
경험을 통해 연륜을 쌓고 그 연륜을 다시 사회에 되돌리고 스스럼없이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명품’ 이 아닐까.
쓸데없는 데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명품에 집착하는 대신 자신을 귀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노력하는 삶의 열정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진정한 ‘명품’ 인생이지 않을까?
< 명품 인생이 되라 >
명품을 부러워하는 인생이 되지 말고 내 삶이 명품이 되게 하라.
“명품과 같은 인생은 세상 사람들과 다르게 산다.
더 나은 삶을 산다. 특별한 삶을 산다.”
내 이름 석 자가 최고의 브랜드, 명품이 되는 인생이 되라.
인생 자체가 귀하고 값어치 있는 명품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당당하고, 멋있고, 매력 있는 이 시대의 명품이 되어야 한다.
명품을 사기 위해서 목숨 거는 인생이 아니라,
옷으로, 가방으로, 신발로 치장하는 인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명품으로 만드는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부모는 그런 자녀가 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명품을 부러워하는 인생이 되지 말고 내 삶이 명품이 되게 하라.
- 원 베네딕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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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명품
고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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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35
07.07.3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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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 삶이 명품이 되게하라...멋진 말입니다^^ 딸내미에게도 얼릉
보여주어야 겠습니다 
님이 바로 '명품'이십니당~ 당당하고, 솔직하고, 착하고... 절대 남을 시기하지도 비방하지도 않을 것 같은 분, 무지 매력적인 분이실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꾸~벅)
님의 칭찬에 그만 너무
러워져서 댓글도 못
고 실실 돌아다니다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런 미덕들과는 
로 친하지 않은데 그만 님의 칭찬에 고무되어 '그렇다면 이제 좀 인간이 되어볼까
'하고 불끈대고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부정적인것보다 좋은것을 이끌어내는 님의 심성이 참 곱게 느껴집니다... 고시랑님 말씀처럼 살려면 많은 세상의 
거움(
)을 포기해야하니^^ 덕분에 앞으로의 제 삶이 왠지 험난해질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ㅠ.ㅠ
불끈대지 마세욤, 안 그래도 더운디 혈압 올라요. 저는 늘 듣는 소리가 '심보 좀 곱게 써라, 놀부야~' 인데, 누구 누구가 보면 기절하겠어요. 이야기 중간중간 방실 방실 웃는 얼굴... 넘 이뻐요. 님의 험난해 질것 같은 삶에 저도 그냥 팍 엎어질랍니다. 그러면 인간이 좀 될려나? ㅋㅋㅋ 휴가 안 떠나세요?
심보로 보면 저 놀부해임해도 자격 무난합니다
하

지금 여름휴가인데 딸내미 스케쥴땜에 멀리 못가고 하루하루 가까운곳에 들락거리고 있습니다.다음주에 가족 모두 떠날수 있을것 같아요, 근데 저는 사실 어디 휴가라고 가는거 힘들어서 
로 안 반갑습니다.그저 집구석에서 묵을거 잔뜩 쟁여놓고 애들 보채면 "냉장고에거 꺼내 무라
"하고는 보고싶던 책이나 잔뜩 쌓아놓고 읽다가, 베게로 쓰다가, 허리아파지면 가끔 일어나 빈둥거리고 그런 휴가가 

입니다 
위의 글보다 두분 대화가 더 잼나니 어쨰요.
비가 오시는지 조용하고 어둑어둑해서 내다보니 작은새 한마리가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에 앉아있었어요,날개가 젖으면 안될텐데...생각하다 '너도 비오는거 무척 좋아하나보다'하고 웃음이 슬며시 났습니다.홈에 들어오니 여기에도 작은새님이 계시네요^^
작은새님, 넘 시끄럽지요? 뚱님이 말씀을 잼나게 하셔서 저도 모르게 수다가...ㅠ.ㅠ... 뚱님, 두꺼운 전공책이나 여성지는 베개 대용으로 딱!이지요, 또 바퀴벌레 압사 시키는데도 그만한 무기가 없더이다. 무덥고 습하지만 좋은 하루요!
바퀴벌레 압사용으로 쓰시려면 상당한 정
도(
)가 필요할테니 사부님으로 모셔야겠습니다 ^^ 고시랑님도 좋은하루 되세요
^^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 한다는 윗글에 동감하며 잘 읽고, 아래 두분의 이야기에 웃으며, 맛난 소갈비 잘 먹고, 거기다 후식으로 맛난 우리 배 한 조각 먹은 것 같아요.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소갈비 잘 먹는디요... 마인강변님요, 갈비 좀 사주세용~~ 소갈비가 거시기 하면 돼지갈비라도 어케... ㅋㅋㅋ... 님의 따뜻한 말씀, 갈비 대신 맛나게 먹고 갑니다. (꺼~~억) 고맙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