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나라 강릉
매년 이맘 때면 늘 내리는 눈이지만 금년 봄눈은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준다.
오늘은 2월 하고도 8일이다. 며칠 전까지 만해도 한낮 기온이 영상 15도까지 올라가 이제 봄이 왔는가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금년에도 어김 없이 봄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내린 눈이 마루바닥보다 더 올라와 있다. 이틀 내린눈이 이정도인데 앞으로도 이틀 더 내린다고 하니 완전한 고립무원 상태다.
웅굴 지붕도 견디기 힘든가 보다. 2m가 넘는 울타리 나무는 거의 다 넘어지고 있다.
울타리 나무가 다 휘어져 내리 앉고 있다.
눈비 오는 날은 막걸리가 제격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낭만적이었다. 그러나 삼일차 되는 날부터는 걱정이 든다.
첫날 보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내린 눈이 지붕과 맞닿으려 한다.
그리고 2m 가까이 자란 울타리 나무는 다 쓰러지고 이제는 흔적만 조금 보인다.
길은 땅바닥인데 어제부터는 뜨럭으로 통행하다 오늘부터는 마루로 통행해야 될 지경이다.
역시 뜨럭 마루는 높아야 겠구나.
눈을 칠래야 쳐낼 장소가 없다. 내일까지 눈이 내린다니 두고 볼 일이다.
이런 날에는 연탄불에 소고기 앞다리 살을 구워서 막걸리 한 잔 하는 것이 제격인데, 이제는 비축해 놓은 막걸리도 떨어지고 더구나 보일라실의 난방유 마저 바닥이 날 상황이다.
창고는 지붕과 땅이 서로 맞닿을 지경이 되었다.
모든 것이 이틀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저 건너 행길에는 하루 종일 인적이 없다. 버스는 물론이고 지나가는 사람 한명 없다. 적막강산이 따로 없구나! 마을 사람들 모두 집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이제 우물은 완전히 덮혀 버렸다. 울타리도 흔적이 없다.
앞 마당을 내다 보니 울타리와 담도 사라졌다.
12일 아침 억수처럼 내리던 눈도 그치고 찬란한 해가 떠오른 다. 눈이 제 아무리 내려도 밝은 날이 오는구나 ! 그런데 동쪽 바다위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오늘은 2월 12일 오전, 눈이 그쳤다 그래서 중장비 두 대가 와 집에서 행길로 연결되는 길을 뚫었다. 그동안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수정방 한 병을 꺼내 눈을 치워준 종기,태식이와 함께 시원하게 마셨다. 대낮부터 취기가 오른다.
이제 행길에 나와 집을 바라 보니 그래도 집의 형체는 살아 있다. 그런데 오늘 오후부터 이틀간 눈이 더 내린다고 한다. 저 울타리 나무는 눈이 녹고 난 후에도 계속 쓰러져 있지 않을까? 몇 년 동안 잘 키웠는데... 걱정이 든다.
시골 생활은 좋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다. 아파트에 살면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데... 결국 시골이 좋으냐? 도시가 좋으냐? 하는 것은 개인 취향의 문제일 것 같다.
아이쿠! 이건 또 뭔가? 어제밤 9시 넘어서 부터 내리던 진갈비가 새벽부터 세차게 내리 붓더니
아침 8시까지 내린 적설량이 이미 28Cm나 된다. 일기예보에서는 밤새 5~15Cm가 더 내릴 것이라 고 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많이 내렸으니 한낮까지 내리면 50Cm는 쌓일 것 같다.
12시 쯤에 후배들이 위문 온다는 연락이 왔다. 이곳의 눈의 실상을 잘 모르는가 보다. 오지 말라고 하여도 굳이 오겠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그러면 차를 마을 구판장에다 세워두고 걸어오라고 일러주었다. 나도 손님이 온다니 집에서 행길까지 가눈 구간의 눈을 쳐서 토끼길이라도 내야겠다.
지금 이길을 몇 번째 치우는지 모르겠다. 제설차가 세 번 쳤고 나도 지금 세 번째 치우고 있다.
30삽 뜨고 한 번 쉬기를 반복하니 토끼길이 나기 시작 한다. 한 시간여 만에 토끼길을 냈다.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아침부터 내리는 눈은 그 기세가 수그러 들지 않는다.
한 시에 도착한 위문단이 저녁 5시 넘을 때까지 있었으니 마신 술의 량만 해도꽤 많다.
급기야 마당에 쌓인 눈 무더기에 올아가 눈위로 다이빙을 한 번씩 하고 나니 정신이 든다.
밤새 지붕에서 눈무더기가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쿵! 쿵!하고 들리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마루위까지 밀려 들어 왔다. 머릿맏에 땅콩이 보인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날인가 보다. 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부럼을 깨물고 오일풀링까지 하였다.
더위를 누구에게 팔아야 하나? 아니면 사야 하나?......
오늘저녁 쥐불 놓기는 어렵게 되었다.
2월 15일(토) 아침. 7시 반경 창호지를 통해 환한 햇볕이 들어와 잠을 깼다.
천지가 눈으로 덮혔는데 그 눈이 아침 햇살을 받고 마치 봄에 논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로르 듯 눈밭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어제도 눈이 조금 왔지만 그래도 기온은 영상을 유지했기 때문에 적설고가 좀 낮아 졌다. 울타리나무가 한두 개씩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오늘은 저기 우물까지 눈을 처야 겠다.
그 옆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데 일 주일 동안 쌓인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울타리나무에 쌓인 눈도 좀 치웠으면 좋겠다.
모래부터 또 눈이 내린다고 하니 오늘은 창고와 소각장으로 연결되는 길을 뚫어야 겠다. 일주일 이상 눈이 내리다 녹기를 반복하였으니 눈이 매우 차져서 치우기 쉽지 않다.
2.15(토)요일 부터 눈이 그쳤다. 기온이 올라 가면서 눈도 서서히 녹는다.
이제 우물과 소각장이 있는 곳까지 길을 냈다. 이와 같은 날씨가 삼사일만 계속되면 눈이 많이 녹을 것이다.
2.17(월)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눈이 자고 나니 계속 내리고 있다. 눈에 수분이 많아 그런지 많이 쌓이지는 않았다. 이게 금년의 마지막 눈인 것 같다. 지금은 펑펑 내리고 있지만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오전까지만 내리면 눈이 끝난다고 한다.
물론 목요일날 오후에도 눈이 한 차례 더 온다고 하지만 그리 많이 쌓이지는 않을 것이다. 보일러실의 난방유도 그때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되었든간에 토요일까지는 시내로 나가지 못하고 여기에 갇혀 있어야 겠다.
이게 마지막 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쉬운가 보다.
2.21일 눈이 내리기 시작한지 2주만에 탈출 하였다.
2014.2.15 오늘도 걷는다.
첫댓글 눈네린 전경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막걸리리 잔을 함께기우릴 친구가 있음 좋겟습니다.
길도 끊어지고 인심도 끊어지니
자작이 제격이로군요
새들도 이틀 굶어서 그런지 이제는 배가 고픈가 보네요.
자꾸 처마 밑으로 내려와 앉는데... 술이나 같이 한 잔 했으면 좋으련만..
연탄불 석세위에올려진 고기 한점 맛보았으면.....
고립되었거나말거나. 운치가있어 좋~습니다.ㅎㅎㅎㅎㅎㅎ
금년 가을에는 연탄과 석쇠를 준비해 놓아야 겠습니다.
동네 구판장에 막걸리 사러 가야 하는데 장화 신고도 갈 수 없는 형편이네요.
몇일동안 쉬임없이 네리는눈 때문에 조금씩짜증도나고, 지루한일상에서 즐거운 하루 보내신거같아
좋아보입니다. 쌓인눈밭에서 다이빙? 도하셧다고하니 좋은 추억거리도 남기신것같네요.ㅋㅋㅋㅋ
작품이네요
한 여름에 이장면들을 보면 너무나 좋을것 같군요~~~
흰 백설로 빚은 와인 속엔 우리의 영혼이 함께 숨을 쉬네요
약주에 감긴 모델은 뉘 신지 갈망의 그리움이 배어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