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잠자리를 잡다가, 아이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가을'이 옆에 있었던 것. 볼 수도 없는 만질 수도 없는 이상한 손님 '가을'은 아이의 손에 고추잠자리를 선물로 얹어준다.
가을이 휘파람을 불자, 메뚜기와 참새가 따라오고, 가을이 지나가자 나뭇잎이 물들고, 사과와 감이 달콤하게 익는다.
푸른빛이 약간 남은 초가을의 들판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늦가을 저녁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만질 수 있는 가을 이야기를 담았다.
가라앚은 초록, 따뜻한 겨자색, 짙은 주황색, 회갈색의 배경으로 그려진 일러스트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글로 우리의 가을을 만날 수 있다.
눈이 시릴정도로 파란 하늘, 고추잠자리, 노란 은행잎, 고개를 숙인 벼이삭, 투둑하고 떨어지는 알밤, 멍석 위 빨간 고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정겨운 풍경이 가득하다.
특히, 가을을 '손님'으로 의인화해 어린이에게 계절의 변화를 가르쳐 주는 동시같은 글이 너무도 아름답다.
내 옆에서
가을이
함께 들길 걷고 있었어요.
가을은
마른 감잎처럼
바스락거리며
햇살에 후끈 단
모과 냄새를
푹 퍼뜨렸어요.
한수임 - 1971년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학교를 거쳐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중이다.
그린 책으로 <까만나라 노란추장>, <비가 오네>, <까불지마> 등이 있다.
이미애 -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87년 조선일보와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94년 새벗문학상과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큰 나무 아래 작은 풀잎>과 그림책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반쪽이>, <견우 직녀>, 동화책 <그낭 갈까? 아니 아니 손잡고 가자> 등이 있다.
미디어 리뷰
세계일보 : 산 언저리에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감나무 잎, 황금들녘을 폴싹폴싹 뛰다니는 메뚜기와 방아깨비.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가을은 반팔티에서 긴 외투로 바꿔입는다는 것과 텔레비전의 단풍으로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가을들판의 감성을 그대로 전하는 글과 갈색 파스텔톤 그림을 통해 가을을 전해준다.
( 2002-10-12 )